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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자이’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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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강남의 로또'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 현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억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당첨만 되면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신혼부부를 위한 특별 공급이 ‘금수저’ 잔치로 전락. ” 


 최근 한국의 뉴스를 읽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아 몹시 당황스러웠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라는 말 중에 겨우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개포(동) 정도였다. 그래서 이러저리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제대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다. 특히 뒤의 ‘자이’란 말은 한국에선 이미 흔히 쓰이기 때문에 구태여 설명이 필요없어진 것 같다. 
 위의 말을 영어로 쓰면 ‘The H Xi’가 된단다. 즉, 현대건설(H) 컨소시엄이 지은 고급 아파트(Xi)라는 뜻이다. 언뜻 보아서는 무슨 외래어 같기도 하고 암호문자 같기도 한데, 몰라서 주위에 물으면 나만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   

 

 

 

 


0…자이(Xi)란 신조어는 2002년 GS건설에서 만든 고급아파트 전문 브랜드인데, Xi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라고 한다. 즉 고객에게 특별한 삶의 수준을 경험하게 하는 고품격 아파트 브랜드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원래 xi는 그리스 알파벳의 열네번째 글자다). 이 건설회사에서는 ‘자이’ 브랜드로 이미 수백 채의 아파트를 지어 폭발적 인기 속에 분양했고, 이에 따라 한국에선 ‘자이’가 프리미엄 아파트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서울에서는 ‘고급 강남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저, 자이에 살아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이’란 말은 벌써 16년 전에 지어진 것인데, 이민 온지 오래된 우리 같은 동포들은 도무지 이해를 할 것 같지가 않다. ‘자이’가 대히트를 치자 GS건설은 ‘자이 프레지던스(Presidence)’라는 명칭의 최고급 아파트를 선보였고, 이에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너도나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유행처럼 내놓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국인이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묻는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이들이 GS건설의 ‘자이’를 꼽았다. 이는 ‘자이’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포자이의 경우 대한민국 부촌(富村)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강남구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서초구로 중심 이동을 시킨 대표 아파트 단지가 됐다. 반포자이에 이어 경희궁자이는 지난해  입주와 함께 서울 강북 부동산 시장의 중심에 섰다. 


 한편, 자이에 이어 삼성물산의 래미안,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이 선호도 높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꼽혔다. 


0…아파트 이름은 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다 보니, 아파트 이름을 둘러싸고  어이없는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 서울 강남구청장실 앞에서는 주민 1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삼성이 지은 ‘래미안강남힐즈’ 아파트 주민들로,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SH공사가 지은 ‘자곡포레’라는 아파트가 래미안이란 브랜드를 넣으려 하자 반발한 것. SH공사는 임대주택 같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으로, 주민들은 브랜드 가치가 낮은 SH 아파트가 마치 자신들과 같은 래미안 아파트로 불리는 건 부당하니 그 앞에 SH자를 꼭 붙이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는 외벽에 독특한 영문 브랜드를 입힌 뒤 값이 올랐다. 이러다 보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속출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리센츠(Ricenz)는 ‘River’, ‘Center’, ‘Zenith’(최고)를 합성한 것으로 ‘한강 중심에 있는 최고 아파트’란 뜻이란다. 도곡동 ‘렉슬’아파트는 Luxury와 Castle을 합친 말이고,  서초구 삼성물산의 ‘래미안 에스티지S’(S-tige S)는 ‘서초’(Seocho), ‘강남’(South), ‘삼성타운’(Samsung Town), ‘빛나는’(Star) 등을 나타내는 S와 ‘프레스티지(Prestige)’를 합성한 데다 ‘Super’ ‘Special’ ‘Smart’라는 의미로 S를 한 번 더 붙였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이 지은 잠실 엘스(LLL’s)는 ‘Living’, ‘Loving’, ‘Leading’ 등의 앞자 L을 합쳤다는데,영 어색하고 발음도 어렵다. 그런가 하면 ‘한화 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라는 아파트도 있다. 이름이 무려 13자다. 


 한편, 미국에서도 Lake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집값이 오른다는 분석이 있다. Sunset, River, Park 등도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비하면 지금 토론토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콘도 이름들은 단순 소박한 편이다. 주로 거리 이름과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근자에 출시된 Redpath, 0ne Bloor, One Yonge, Gibson, 4800 Yonge, 5959 Yonge, Theatre District, Midtown Plaza, Ellie, Auberge, Lakeshore  등은 이름만 들어도 대략 위치나 특징을 알 수가 있다. 물론 Hullmark, Emerald, e Condo, AURA, Karma, Beacon, Panda 등도 있긴 하지만 이름을 억지로 만들거나 생뚱맞게 길지도 않다.  


0…아파트 뿐인가. 언젠가부터 한국에선 기업체 이름부터 서서히 영문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문이름을 쓰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영문만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단체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국적 불명의 단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말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입맛이 씁쓸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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