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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공비례(過恭非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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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을 존경하고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이런 식으로 소통 안하고 몰아부친다면 이명박근혜정부에서 보였던 불통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는 취지는 공감합니다만, 최소한 감독이나 선수들한테는 상의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 제발 이명박근혜정부가 보였던 불통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시지 말고 국민의 말에 귀를 귀울여 주심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내주(9일) 개막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남북한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다양한 합동문화공연도 펼쳐진다. 이를 계기로 남북 화합과 통일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국민 여론의 흐름이 예전과는 다른 것 같다. 가슴 벅차 오를  이 환희의 축제 한마당에 보내는 국민들의 시선이 환영 일색만은 아닌 것이다.   


0. 지난 1월 21일 현송월 북한관현악단장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보여준 남한 당국의 지나친 환대에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삼엄한 경호를 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용 고속열차(KTX) 편성에 특급호텔 최고급 룸, 코스 요리가 제공됐다. 오만하게 소파에 꼿꼿하게 앉은 현송월에게 국가정보원 간부는 “머무시는 동안 불편함 없도록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깍듯하게 대했다. 국정원 간부는 우리 취재진을 거칠게 밀치며 “현 단장께서 불편해하신다”며 역정을 내는가 하면, 국립극장 방문 때 눈발이 날리자 국정원 직원들이 대형 우산을 펼쳐 현송월과 북측 실무진을 챙기는 장면도 연출됐다.


 현송월의 방남은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본래 20일 방문한다던 북측은 남북 합의를 뒤엎고 하루 뒤로 늦췄다. 상황설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남한 당국은 북한 처분만 기다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개 예술인을 칙사(勅使) 대접한 데 대해 국민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 5가지 덕목’으로 공손(恭)과 관대함(寬), 믿음(信), 영민함(敏), 나눔(惠)을 설파했다. 그 중 으뜸으로 공손함을 꼽았다. 그러나 동시에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바로 ‘지나친 공손은 예의와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름 하여 ‘과공비례(過恭非禮)’다.


0…현송월에 대한 과도한 대우에 보수진영과 매체들은 때를 만난 듯 일제히 정부 공격에 나섰다. 이는 결국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한이 동시에 입장하는 것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며 북한에 끌려다니는 꼴이 과연 평양올림픽인지, 평화올림픽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까지 비화됐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실패하기만을 바라는 듯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과 야당 정치인의 평창올림픽 깎아내리기는 도를 넘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평양올림픽’ 선언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야당은 이에 앞서 집권당이던 지난 2010년 ‘평창올림픽 유치 결의안’을 발의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평창특별법’까지 제정한 바 있다. 즉,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국가와 지자체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했던 것인데, 7년도 안 돼 태도가 180도 변했다. 


 야당도 그렇지만 정부는 왜 이런 빌미를 제공하는지 안타깝다. 700명에 이르는 북한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고위대표단 등의 남한 체류 동안 그들이 불편 없이 머물며 북과는 다른 남의 실상을 많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경호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람 앞의 촛불 지키듯 남북 대화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사사로운 것들이 자칫 큰일을 망치는 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다.


 남북이 함께하는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나아가려면 냉철한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지난 보수정권 9년간 악화일로를 겪은 뒤 갖는 남북 접촉이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991년 여자 탁구와 청소년 축구에 이어 27년 만에 이뤄진 세번째 남북 단일팀이다. 그러나 단일팀에 대한 여론은 그때와는 차이가 많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위협을 일삼고 있다. 2월 4일 예정됐던 금강산 합동문화공연도 행사를 닷새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북한은 이런 식이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조성된 남북 화해와 대화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남북 선수들이 함께 최선을 다하고, 남북이 함께 응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0…평창올림픽은 참가신청 마감 결과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등록을 마쳐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큰 규모로 대회를 열게 됐다.  2014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는 88개국, 285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북쪽도 좀 더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남쪽 동포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길이다. 올림픽을 통해 마주잡은 남북의 손이 올림픽 후 화해와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혹자는 묻는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올림픽이냐고? 답은 명료하다. 가슴 벅찬 민족의 화해와 단결, 나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이를 훼방 놓으려는 심산(心算)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참으로 유감스럽다 하겠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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