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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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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세상엔 명시적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꼭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예의(禮儀)라는 것이다. 영어로 에티켓(etiquette)은 공손함과 예절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보다 더 중요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지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상대방을 존중함은 기본이요, 어떠한 경우에도 극단으로 치우치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예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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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유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은 예로부터 예의를 매우 중시해왔다. 가령 어르신을 만나면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 드리고, 식사를 할 때는 가장 웃어른이 먼저 수저를 든 후 차례로 식사를 하기 시작하며, 집을 나갈 때는 어르신께 인사를 드려 행선지를 알리고, 돌아오면 다시 얼굴을 뵙고 무사함을 알리는(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예의범절이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서양에서는 출입문을 여닫을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여성과 약자를 모든 순서에서 먼저 배려하는 것이 습관화돼있다. 촌수(寸數)가 없다는 부부사이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이처럼 예의가 흐르는 사회에서는 인간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었고, 그래서 사람 사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예의의 덕목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효율성과 성취도 만이 최고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에 따라 인간성은 점점 험악해져 가고 있다.     


0…현세 사람들 못지 않게 중요한 예의가 있으니 그것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다. 철없는 아이들도 상가집에 가서는 숙연해진다.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고 슬퍼지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범죄 피의자도 일단 죽으면 진행하던 수사도 종결하고 만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는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서는 툭하면 죽은사람을 들먹이며 조롱거리로 삼는다. 


 아마 이승을 떠나서도 가장 편히 쉬지 못할 분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일 것이다. 일부 현 정치인은 아직도 고인을 적으로 대하며 기본적인 예의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걸핏하면 무덤 속의 사자(死者)를 들먹인다. 지난해 한 야당 중진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고 막말을 퍼붓더니, 최근엔 전직 대통령이란 사람이 검찰수사를 받게 되자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주장했다. 그들에게 고인이나 국가의 명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난해 한 야당 인사는 현직 대통령을 가리켜 “종북 깡패 같은 놈이 우리 세력을 죽이려 한다”고 악을 썼다. 현 야당 대표라는 사람의 무차별 욕설은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돼있다. 현 대통령의 신년회견을 두고도 야당은 ‘뜬구름 잡기' 혹은 '쇼(show)통'이라고 비꼬았다. ‘억지 자화자찬’, ‘사회 갈등만 양산’, ‘자신들 지지층만을 향한 러브레터’ 등 속이 배배 꼬인 듯한 표현이 난무한다.

정치인 이전에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라는 게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도 모르는 자들이 법과 원칙 운운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0…이국땅에서 바라보는 조국 현실에 입맛이 씁쓸하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실종된데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언어예절이란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는 어김없이 욕설 섞인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자칫 남과 다른 생각을 글로 올렸다가는 벌떼 같은 집단 린치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제시보다 온갖 트집과 발목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극보수 언론과 합쳐 국정이 잘 안되기만을 바라는 듯한 이들. 높은 국민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직한 국정을 펴가고 있는 정부를 좀 도와주면 안될까.     


 더욱 우려스런 현상은 이런 풍조가 해외동포사회까지 만연해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정부를 무차별 공격해야 ‘무얼 좀 아는’ 편에 드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다. 동포사회 일부 네티즌은 여과되지 않은 악성글을 퍼나르며 정부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이래서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언어는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이 쓰는 언어에는 그 사람의 인품과 교양이 묻어난다. 그러나 한국의 언어현실에서는 아예 인격과 교양이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요즘엔 시정잡배 만도 못한 미국 대통령이란 자의 막말까지 겹쳐 인간질서가 무너지는 것 같다. 


 사람은 특정 인물에 대해 호불호(好不好)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아무 절제 없이 뱉어낸다면 동물의 울부짖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무리 상대편이 미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할 것이다. 


0…평소 뻔히 아는 사이인데도 거리에서 만나도 인사도 않고 외면하는 사람, 모임에서 남의 얘기는 아랑곳없이 자기 말만 하는 사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간에 마구 끼여드는 사람,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 시도 때도 없이 SNS(단체카톡방)에 정체불명의 한국 정치문제를 퍼올리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모국 국가 원수를 탄핵하자고 부르짖는 사람… 이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는 것이다. 첨단산업시대에 고리타분한 예의나 찾자는 것은 시대착오적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세상에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다면 최소한의 질서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따스한 세상이 될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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