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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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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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외형적 성공과 인간성(인격)이 일치되면 참으로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아 꼭 그 저자를 만나고 싶은데, 막상 그를 만나 보면 그 경박한 언행에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작품을 보아선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라 상상했는데 실제로 대하는 모습은 다른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최근 한 문인선배와 만나 저녁을 함께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두어달여 전, 토론토의 문인협회 행사에 초청받아온 한국의 어느 시인이 문학강연을 하면서 동포들을 향해 일장 훈수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민자들은 문학도 좋지만 모국 생각만 하지 말고 이민사회에 적응할 생각이나 하라고… 이 말을 하시면서 그 선배님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서면 자신의 과거는 까마득히 잊은 채 마치 사람들의 머리 위에 올라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어려울 때 상황은 애써 잊어버리는 것이다. 정치인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표를 구걸하다시피 할 때는 허리를 굽신대지만 막상 당선이 되고 나면 하루아침에 태도가 돌변해 유권자들 머리 위에 군림하려 든다. 이름 없던 문인이 어느날 자기의 작품이 지상에 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갑자기 유명작가나 된 듯 으스대는 모습도 흔히 본다. 모임엘 가면 “나를 몰라 보다니…” 이런 식이다.          


0…연말을 맞아 여기저기서 송년행사가 열리고 있다. 개중에는 크게 내키지 않지만 주최자의 안면을 보아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행사장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조연(助演) 역할에 그쳐야 할 사람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양 행세하는 것이다. 짤막한  조언(助言)을 부탁했더니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임의 성격과는 동떨어진 주제로 발언을 독점하려 드는 사람도 있다. 은은한 배경음악이나 들려주면 좋으련만 자신이 직접 콘서트를 하려 드니 본말(本末)이 전도되는 것이다. 


 자신의 직분을 잊은 사람도 많다. 봉사하라고 단체장을 시켜놓았더니 자기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목에 힘이나 주고 행사장의 상석(上席)이나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기를 희생해가며 봉사를 할 것인가. 


 특히 공인(公人)으로서의 처신이 도저히 신뢰가 안 가는 사람이 있다. 공관 등 공직자들은 평소 동포들의 대우만 받아서 그런지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 많은데, 거기에다 인격수양마저 덜 된 사람은 일반인들이 인사를 건네면 받는둥 마는둥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대에서의 일장 연설과 무대 뒷편에서의 행실이 전혀 다른 위선자, 남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인정하지 않는 독선자, 자기 말만 늘어놓는 궤변가… 말없는 사람을 무시하면 안된다. 침묵한다고 자기 의견이나 주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의 말을 존중해서 말을 아낄 따름이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면서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하는 이중인격자, 노약자를 배려할 줄 모르고 길게 줄을 선 가운데에 끼여들어 먼저 식사를 하려는 얌체족…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없어져야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요 예배 때는 성심을 다해 기도하며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는데, 교회에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 성전 안에서는 자기 자리를 차지한 채 옷가지와 핸드백을 올려놓고 자리에 좀 앉아도 되겠느냐고 부탁하면 눈쌀을 찌푸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십자가에 기도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위대한 일을 성취할지라도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서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사람들 중에도 그런 부류가 많다. 최근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모 인사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참 어이가 없었다. ‘나는 유명인사다…’ 라는 오만함이 선했다. 


0…올해도 여러 다양한 인간상을 만났다. 개중에는 자기가 필요할 때는 간과 쓸개라도 빼줄 듯이 접근하던 사람도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태도가 돌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겸손하기 그지 없는 분을 만나면 참사람을 본듯 반갑다. 본보의 최장기 필진 중 한 분인 C시인이 그런 분이다. 이 분은 여러해 동안 한번도 변함이 없다. 영문학 박사인데 그런 이야기는 입밖에 꺼내지도 않고 절대로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누구는 자신의 글이 어느 문예지에 당선됐다고 알리지 못해 안달인 사람도 있는 반면, 이런 사람도 있다.                 


 무릇 혼자서 이루는 일은 없다. 누군가 조연이 있기에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돈 많은 재벌도, 학식 높은 교수도, 유력한 정치인도, 모두가 그를 도와준 대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어려울 땐 겸손하던 사람도 성공을 하면 목이 뻣뻣해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런 사람은 사람을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용만 하려는 사람이다.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본연의 역할을 잊은채, 오만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새해를 맞아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배울수록 겸손에 이르는 법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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