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품격 있는 언론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33 전체: 652,439 )
영일만의 기적
ywlee

 
 

▲ 1970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 1기 착공식에서 박정희 대통령(가운데)과 착공 버튼을 누르는 박태준 사장. 오른쪽은 김학렬 부총리

 

 


 “황무지든 뭐든 개간해야지.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직접 감독할 거야. 임자는 종합제철소야. 고속도로가 되고 제철소가 되는 그날엔 우리도 공업국가의 꿈을 실현하게 되는 거야.” 


 1965년 5월 어느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을 청와대로 불러 다짐했다는 말이다. 그로부터 3년 후 포항종합제철㈜가 설립되고 또 그로부터 5년 후(1973년 7월) 마침내 포항제철 1기 설비 종합 준공식이 열렸다. 이렇게 영일만의 허허벌판에서 기적처럼 탄생한 포항제철이야말로 대한민국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위대한 이름이 됐다. 


 2002년 3월 15일, 포스코(POSCO, Pohang Iron and Steel Company)로 이름을 바꾼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회사 포항제철 그룹은 201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가총액 5위의 기업집단이자 자산규모 7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기업군이다. 특히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대기업 집단이며,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포철 신화는 물론 박정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박태준이라는 거인이 있었기에 또한 가능했다. 정권이 바뀐 뒤 수 많은 정치인들의 비리 혐의가 줄줄이 터져 나왔지만 박태준만은 별로 잡아낼 것이 없었다. 그만큼 그는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뜻이다.  

     
0…“두드리면 열리리! 이 사람아, 비 맞은 장닭처럼 꼴이 그게 뭔가. 박태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힘을 내라고. 다시 부딪쳐 보는 거야…” 포항제철 건설자금 문제로 벽에 부닥쳤을 때, 박태준의 오랜 친구 박철언이 건넨 위로와 격려의 말이었다고 한다.


 박정희(1917년 11월 14일~1979년 10월 26일)와 ‘철의 사나이’ 청암(靑巖) 박태준(1927~2011)이 영일만 맨땅에서 이룩한 기적은 군사정권의 숱한 공과(功過)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틀림없다. 개발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긴 했지만 그 시대에 그런 무모할 정도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영일만 모래 위에 이처럼 거대한 성을 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침 지난 11월 14일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었다. 아직도 그를 추모하는 측과 거부하는 세력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씁쓸하다.     


 0…포항은 제철소와 해병대의 도시다. 포항에서 이 두 단어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싶다. 내가 포항을 처음 찾은 것은 해병대 훈련을 받기 위해 입대한 1981년 여름이었다. 그때 처음 들어선 도시의 이미지는 거대한 제철소, 바로 그것이었다. 포철 창업자 박태준이 썼다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문구가 포철 정문에  대형 아치로 걸려 있었는데  그 위용이 가히 외지인을 압도했다.   


 포항에서의 초기 군 경험, 특히 훈련시절은 아무리 장교훈련이라곤 하지만-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당시는 무척 고된 생활이었다. 일주일씩 굶어가며 밤낮없이 강행군을 하고 바닷가 뻘밭을 포복하는 지옥같은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중에 제대하고 나면 포항쪽에 대고 오줌도 안 눈다고들 했을까. 


 그런 고된 생활을 거쳐 임관을 했고, 그 후의 생활은 비교적 안정됐다. 나는 포항에서도 외곽인 오천지역의 전차대대에서 근무했는데, 인근 마을에서 자취를 하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포철과 함께 포항의 상징인 해병대는 6.25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1일 제1연대로 창설됐으며, 1955년 3월 사단급 제대로 증편돼 오늘에 이른다. 현 해병대 1사단은 단일부대로서는 대한민국 국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포항엔 1사단 외에도 교육훈련부대가 있어 명실공히 해병대의 본거지라 할 수 있다.    


 내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포항시내에서 만나는 사람 열명 중 9명 정도는 포철 직원 아니면 해병대원이었다. 특히 포철 직원들은 급여도 좋고 후생복지가 잘 돼있어 선망의 직장으로 불렸다. 포항 시내 음식점에선 포철 신분증만 보이면 얼마든지 외상 술을 먹을 수 있었다. 마침 나의 친한 친구가 포철 기숙사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시설이 웬만한 호텔 이상으로 훌륭했다. 우리가 서로 과음을 한 날엔 친구 기숙사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곤 했다.       


0…이처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도시인 포항에서 최근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겨울 추위가 닥치고 있는 시점에 발생해 주민들 고생이 말이 아니다. 특히 대입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제때 치르지 못하고 시험이 연기되는 혼란을 겪었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의 경주 지진에 비해 위력이 작음에도 피해는 경주 때보다 훨씬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연약한 퇴적암층에 인구밀집 등 여러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특히 액상화(液?化, liquefaction)현상이 나타나 걱정이다. 이는 지진 흔들림으로 땅 아래 있던 물이 지표면 위로 솟아올라 지반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인데, 이로 인해 일부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전혀 다른나라 일로만 여겨지던 지진, 그러나 한국도 이젠 안전지대가 아니다. 곳곳에서 위험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엔 워낙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벌써 뉴스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영일만의 기적처럼 피땀 흘려 이룬 성과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견고한 내진(耐震)설계 등 철저를 기해 소중한 인명과 자산을 지켜내야겠다.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