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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內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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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일 민초해외문학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선 (왼쪽부터) 이유식.이계복 선생 부부, 김봉희.최연홍 박사 부부 

 

 

 제10회 민초해외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일(목) 저녁 알버타주 캘거리 시내에 있는 한 중국식당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130여 명의 한인.비한인들이 참석해 좌석을 꽉 메운 가운데 시종 진지하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민초(民草)문학상은 캘거리의 이유식 시인이 2008년 자신의 아호를 따고 사재를 출연해 제정한 것으로, 시상식은 매년 전세계 각 지역에서 열리는데 이번은 10회째를 맞아 민초 시인의 터전인 캘거리에서 열게 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재미시인 최연홍 박사가 대상(작품 ‘하얀 목화꼬리 사슴’)을 수상했고, 에드먼튼에 살던 고 유인형 수필가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 선생 수상은 고인의 미망인 유재희 씨가 대신 받았다. 


 최 시인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워싱턴시립대, 서울시립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다수의 한국어 시집과  영문시집을 펴냈으며, 미 의회도서관에서 시를 낭송한 최초의 한국시인이기도 하다. 고 유인형 수필가는 캐나다한인문협회원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다 5년 전 암으로 별세했다.


 나는 민초 시인과의 여러해 인연 덕에 10년 전 첫 시상식에 이어 이번에도 특별 초대를 받았다. 그날 따라 캘거리에는 올들어 첫눈이 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덮혀 있었다. 인연도 묘해, 그날은 마침 내가 꼭 20년 전 이민답사차 캘거리를 방문한 날이었다. 내가 그때 캘거리에 정착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0…시상식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후, 민초 시인은 워싱턴과 토론토에서 온 최 박사 내외와 나를 위해 밴프 로키 관광에 나섰다. 그런데, 캘거리에는 가는 날 첫눈이 내리더니 우리가 머문 사흘 내내 눈가루가 흩뿌리고 기온도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장거리 외출에 별 생각이 없었다. 도로에 눈이 수북히 쌓여 도저히 운전을 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민초 시인 내외분은 이런 날씨에 개의(介意)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부인인 이계복 여사에게 “이런 날 무리가 아닌가요?” 했더니 “여기서 눈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못하죠.” 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머쓱해졌다. 


 차를 운전해가는데, 하이웨이에 눈이 쌓여 빙판길이나 다름 없는데 민초 시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우리들을 태우고 가셨다. 로키는 어느 계절에 보아도 좋지만 눈덮힌 웅대한 산맥은 신비로움을 더했다. 차안에서 최 박사의 부인 김봉희 여사는 “와우, 와우”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밴프까지 2시간여의 드라이브 동안 우리는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내가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분들이 이 정도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내조(內助) 덕이 엄청 컸다는 사실이다. 소탈하신 최 박사는 격식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가끔 두분 내외의 이면을 짐작케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지면에 표현은 못하지만, 성공한 것만 눈에 보이는 분들이라고 왜 애환이 없겠는가. 


 우리 일행 다섯이 림록(Rimrock)호텔 창가에 앉아 와인을 들면서 나누는 따스한 대화는 정겹기만 했다. 여기서도 두분 내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나를 포함한 세 남자의 공통점은 감성적이고 약간은 즉흥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학하는 남자들이니 그럴 수밖에… 반대로 이계복, 김봉희 두 여사는 논리적이고 차분하다. 이런 모습은 우리 부부와도 닮았다. 한쪽이 감성적이면 다른 한쪽은 논리적이라야 조화가 맞을 것이다. 둘 다 성격이 같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0…올해 76세인 만초 시인과는 15년여 동안 교류를 해오지만 이번에 새삼 느낀 점이 있다. 첫째 자기관리가 뛰어나다. 둘째,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하다. 전날 행사 준비로 무척 피곤했을텐데도 새벽에 일어나 눈쌓인 마당을 헤치고 수영을 다녀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또한 무슨 약속이든 한번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이런 신뢰가 바탕이 되어 비즈니스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이면에는 부인의 소리없는 내조가 큰몫을 했던 것을 누가 알까. 이번에 가까이서 본 부인의 총명과 지혜는 깊은 신뢰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남편이 하자는대로 소리없이 순종하는 듯 하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콘트롤을 하는 모습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한다. 가령 차를 운전하면서 수시로 옆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하는 낭군에게 “여보, 앞을 보고 운전하세요. 타신 분들이 불안해요.” 슬쩍 한마디 하니 민초 시인도 군소리 없이 따르는 모습에서 진솔한 부부의 모습이 이런 것 아닌가 생각됐다.


 내가 묵은 민초 시인댁 방은 호텔처럼 깨끗하고 쾌적했는데, 부인의 세심한 손길이 미친 흔적이 엿보였다. 


 무릇, 혼자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부부가 합심해야 큰일도 이룰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였다. 참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이유식, 최연홍 두 분 내외분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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