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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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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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캐나다> 신문을 보고 다양한 동포사회 소식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동산 정보를 얻습니다. 매주 이 신문이 기다려집니다. 정성을 다해 알차고 유익한 신문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몹시 추운 지난주, 내 사무실로 80대의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셨다. 구부정한 허리에 벙거지를 쓰셨는데, 이런 혹한의 날씨에 왜 외출을 하셨을까 궁금했다. 그 분은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하얀 봉투를 내밀며 “약소하지만 직원들과 식사나 한끼 하시라”고 하셨다. 나는 의아해서 “왜 이러시느냐”고 여쭸더니, 그 분은 매주 우리 신문을 읽으면서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어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작은 종이에 촘촘히 쓰신 감사의 글과 함께 지폐가 한장 들어 있었다. 붓글씨체의 한자로 쓰신 편지에는 “동포사회에 유익한 신문을 만들어 주어 너무도 감사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나는 편지만 받고 지폐는 돌려드리려 했으나 그 분께서 무척 완강하신데다, 그 추운 날씨에 먼길을 오신 성의를 보더라도 그냥 돌려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일단 받아서 나중에 직원들과 짜장면이라도 사 먹기로 했다.  


 그 분이 가시고 나서 나는 편지를 벽에 붙여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과연 이런 감사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


 한국에서부터 신문 만드는 일을 해온 지 30년이 돼간다. 달리 재주가 없다보니 이 일에만 나의 청춘을 바친 셈이다. 그동안 신문기자를 하면서 때로는 보람도 느꼈으나 대부분은 고민과 회의가 더 많았다. 이 일은 과연 계속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사회적 모순과 부정을 들춰내며 비분강개한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인지, 내가 쓴 기사와 글을 누가 읽어주기나 하는지, (가장의 측면에서) 언제까지 월급쟁이로 썩을 것인지… 


 자고로 기자는 현직에 있을 땐 사회적 대우도 좀 받고(대체로 상대방과의 잇속관계 때문이지만), 가끔 성취감도 맛보긴 하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직업이다. 특히 기자는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상대로 하는 직종이다보니 때로는 본의 아니게 적(敵)도 많이 쌓게 된다. 이 때문에 나는 그동안 다른 일을 해보려고 궁리도 많이 했으나 이것이 나의 길인지, 다른 일은 별로 나타나주지를 않았다.     


 기자가 보람을 느낄 때는 신문 잘 만든다는 소리를 들을 때다. 위와 같은 분들이 격려를 보내주실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던 분들이 나의 기사 덕분에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거나 비즈니스에 보탬이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땐 큰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언제나 성의껏 만든 신문을 독자들께 제공하려 나름 애를 쓴다. 그러나 어떤 때는 시간에 쫓긴 나머지 교정도 제대로 못보고 넘어가는 때도 있다. 그럴 땐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앞선다.   


 그동안 일간지만 만들다 지금의 부동산전문지를 만들기 시작한 지 3년 6개월째, 나는 처음엔 구독층이 제한돼 있는 이 신문을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인지 많이 고심했다. 아무리 내용이 알차고 좋아도 독자들이 봐주지 않으면 한갖 휴지조각에 불과하고 쓰레기만 양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다양한 동포사회 소식과 함께 외부필진을 대폭 영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글 좀 쓰시라고 권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문인들과 일반 동포들이 속속 글을 보내오면서 지금은 동포사회에서 가장 많은 필진이 참여하는 신문이 됐다. 


 물론 글에도 수준과 품격이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웬만하면 다 받아 들인다. 타국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회한도 많고 쓰고 싶은 얘기도 많겠는가. 그런 욕구를 수용하는 것이 바로 이민언론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어떤 분은 우리 신문에 글을 쓰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글 쓰는 재미는 물론, 주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때 삶의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 같다는 것이다.     


 자화자찬인지 모르지만, 우리 신문은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면서도 가장 먼저 동이 나는 신문이 됐다. 이러다보니 우리 신문의 제호와 형태를 모방한 소규모 주간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현명한 동포와 독자들이 옥석(玉石)을 구분 못할 리 없다.     


 이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직업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며,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3자가 균형을 이루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절대로 의사가 되지 않겠다… 응급실에서는 불필요한 검사가 너무 많이 행해진다. 전혀 필요없는 환자에게도 CT를 찍게 한다. 뻔히 알면서도 이런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행위들을 다반사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직업에 대한 애정은 온데간데 없다. 마치 내가 병원의 돈놀이를 위해 투입된 꼭두각시 같다…”


 이는 지난해 9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어느 젊은 의사의 고백이다. 사회적 선망의 대상인 의사에게도 고뇌는 있다. 세상은 명예와 부를 누리는 직업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만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남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직업이 아닐까. 오늘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사회의 보다 밝은 면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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