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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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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민초해외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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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民草)는 재캐나다 한인 시인 이유식씨의 아호입니다. 민초는 캐나다에 40년 이상 살면서 두 가지 큰 일을 했습니다. 첫째가 사업가로서의 자리를 잡았고, 두 번째가 자신의 아호를 딴 '민초 해외동포문학상'을 제정하셔서 올해 11번째 시상을 하는 일입니다. 아울러 민초 선생은 시인으로서 7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 다수의 저서를 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의 시상에 있어서 큰 난점은 수상 대상자가 전세계에 퍼져있다는 사실입니다. 작품의 수집과 시상에 세계가 대상입니다. 민초는 이를 위해 묵묵히 현장으로 날아갑니다. 러시아, 유럽, 중국, 몽고를 직접 방문하시고 수상자를 만나고 시상식을 뜻있게 갖기에 방문국 동포님들에게 민족의 정체성 고양과 지속 발전에 기여코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남다른 한국문학 사랑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예선을 거쳐 넘어온 다섯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심사의 난점은, 장르가 다른 작품들 중에서 한 작품을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즉 소설, 시, 수필 중에서 당선작 한편을 뽑는 일이었습니다.


그러자니 자연 작품들을 비교하여 선정할 수는 없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가지고 비교 우위를 따지는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문학작품으로서 완성도를 따질 때 테리사 리씨의 작품이 가장 곰삭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이 투고한 세 편의 단편소설들은 한결같이 주제와 소재 면에서 심사 숙고한 흔적이 있으며,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작품을 이끌고 있습니다.


세 편의 소설 다 주제와 소재 선택에 있어서 좀더 문학적인 구성과 분위기의 효과로 노력 고뇌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없이 달리는 기차간, 황량하게 버려진 옛 감옥의 이미지, 대양 속에 버려진 섬의 이미지 등입니다


다만 선자의 요구가 있다면, 작품전체 분위기가 시적, 서정적으로 흘러 소설이 가져야 하는 서술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소설은 서사문학입니다. 사건 전개의 시적인 묘사로 치중하기보다도 사건 자체의 심화와 절제된 서사문장으로 표현해야지 계속 시적인 영상에 사로잡히다 보면 소설적인 구성과 주제가 흐려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설적인 전개를 억제된 시적인 이미지로 풀어가는 필자의 자세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란 시인의 시적 영혼 속에 영근 이미지를 새로운 어떤 시적 공간에 운율적인 문장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란 결국 시인의 영혼 속에 영근 시적인 이미지와 음률적인 시적 언어의 내밀한 대화입니다.


강 애나씨의 열편의 시는 작품 하나 하나 강렬한 시적인 이미지를 던져줍니다. 그러나 조금 덜 다듬어진 듯한 거침이 느껴집니다. 이런 견지에서 강 애나씨의 시는 서정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욱 압축되고 이미지화 되었으면 더욱 감동적인 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서정성은 원래 투고된 시 자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서 양해할만합니다. 


시인의 영혼 속의 시 세계와 채택된 시어들 사이에는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필연적으로 인간의 감정의 개입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시와 소설의 영원하고 근원적인 재료는 상상력으로 요리되는 인간의 감정입니다. 


문학이 철학이나 심리학 수기와 다른 가장 근원적인 이유가 바로 감정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요. 상당한 시적인 구축의 노련미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의 물결이 약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소설과 시가 인간만이 가지는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라면 수필은 인간의 관찰과 연상으로 이어지는 문학장르 입니다. 본심으로 넘어온 세 분의 근 서른 편 가까운 수필들은 단 한편도 특수작이 없는 수준작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세 분 중에서 관찰의 시야가 가장 넓고 깊은 한나 안씨의 경우, 안타깝게도 컴퓨터의 오작동인지 띄어쓰기가 엉망이라 선자의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출품작끼리 경쟁하므로 작은 하자가 결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유금란씨의 능란한 필치는 어떤 기성의 수필가들을 능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찰도 예리하고 표현도 능숙합니다.


장석재씨의 수필들은 수필의 본령인 관찰과 연상에만 치우치지 않고 상당히 철학성이 가미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수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철학에세이를 읽는 기분입니다.


수필가 세 분의 작품들이 이렇게 우수한 문학적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소설과 시와 맞붙어 우월을 가린다면 수필이 불리할 수 있습니다. 시와 소설은 인간만이 가지는 문학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훨씬 더 고차원적인 문학적 미학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작품을 통독한 우리들은 올해 유난히도 투고 작품들의 문학적인 수준이 높은데 놀랐습니다. 다들 상당한 문학적인 수련을 쌓은 분들입니다. 소설 분야에서 테리사 리씨를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의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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