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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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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살로메를 좋아했던 나의 연상의 여인(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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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살에 생을 마친 마리아 라이너 릴케의 근영

 

 

(지난 호에 이어)
 1615년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독일로 귀화를 했던 세계적인 시인 <마리아 라이너 릴케>는 유럽에서는 그가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줄을 서서 그를 찾아 왔것다. 그의 여성편력도 대단해서 감동적인 시만 잘쓰는 것이 아니고 여성들에게서 얻는 인기도 최고를 달했다. 2천여 편의 유작을 남기고 1815년에 생을 마쳤다. 


 그의 죽음의 원인도 세기적인 바람둥이임을 입증 하듯 <스위스 팔봉>이란 촌락에서 그를 찾아온 여성팬과 멋진 로맨스를 즐겼는데 이 두 사람은 산길을 걷고 있었다. 걷던 중 바위 사이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들장미 꽃을 발견케 된다. 이 여인이 장미꽃의 아름다움을 자기와 비유한 듯한 말을 한다. 이에 <릴케>는 그 장미꽃을 꺾으려다가 장미꽃 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51세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릴케는 평소에 시인이 붓을 드는 것은 사랑 때문이고 붓을 놓는 것도 사랑 때문이라 했다. 독자들에게 항시 시를 잘 쓰기위하여서는 남의 시를 읽고 또 읽고 나아가 자기도 계속 시를 써서 발표를 하면 언젠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말을 했었다 한다.


 이 유럽의 인기짱인 <릴케>가 <살로메>에게 반하여 연정의 시를 계속 써서 살로메에게 접촉했었음을 설명한다. 살로메에게 보낸 연정의 시 한편을 나에게 읽어주던 나의 연상의 여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큰 눈동자, 호수같이 맑은 눈동자, 백옥같이 흰 살갗의 소유자인 이 연상의 여인, 릴케가 살로메에게 보낸 연시를 읽으며 그 님의 눈에 눈물이 흥건히 고여있던 그 모습을 내 어이 잊으랴.


 릴케가 살로메에게 보낸 연시를 여기에 써본다. 옛 연상의 여인을 그리며.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내 마음으로 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멈추게 하세요/ 그러면 내 머리가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내 머리에 불을 지르면 그때는 내 핏속에 당신을 실어 나를 것입니다/ (살로메에게 보낸 ‘내 사랑’ 전문) 


 이런 종류의 연시뿐이 아니고 나아가 소유하지 않는 사랑을 노래도 했으니 릴케가 얼마나 살로메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역설을 한다. 나아가 나의 연상의 여인도 자기에게 어느 누군가 이런 열렬한 연시로 사랑을 전파해오는 남성이 있었다면 결혼을 했으리라고 말한다. 한참 듣고 있으니 나 같은 아득한 연하의 남자, 나아가 시라는 시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음을 각인하는 말로 나의 심장을 친다. 이어서 살로메의 생존을 이야기 한다.


 즉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살로메>는 <길로트> 목사를 만났을 때 이미 성숙한 여인이었으며 그는 신을 부인하는 회의론자 였다. 살로메는 맑고 푸른 눈동자, 오똑한 콧날, 날씬한 몸매, 긴 다리를 갖고 있었으며, 양귀비같은 절세미인이라 부르지는 않았어도 남성들에게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풍겨주기에 충분했다. 


 살로메가 찾은 길로트 목사는 당시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정계와 종교계 등 상류사회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을 때였다. 길로트는 살로메를 만나 그의 해박한 신학, 철학, 논리학, 비교종교학, 독문학, 불문학 등을 온갖 정력을 가지고 그녀에게 전수하게 된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이들의 인연은 길로트가 유부남으로 살로메에게 청혼을 함으로 끝난다. 


 이에 살로메는 스위스로 가 <취리히> 대학에 입학 <알로이드 비드만> 교수에게 수학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살로메는 중병에 걸려 학업을 포기하고 그의 어머니와 함께 다시 로마로 가게 된다. 로마에서 <프리드리히 니체>를 만난다. <파울레>라는 독일계 유태인의 거부로부터 니체를 소개받는다. 파울레는 살로메를 연모 하나 살로메는 별 의향을 보이지 않아 방황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살로메가 파울레에게 시큰둥하게 대하자 한 때 철학책을 출간한바 있는 그가 좋하하고 존경하는 니체를 로마로 초청 살로메를 소개한다. 니체는 첫 눈에 살로메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하나 별 진전이 없이 서로의 만남은 계속된다. 이에 파울레의 제안으로 세 사람과 살로메의 어머니는 이태리 전역 여행길에 오른다. 


 나이로 따지면 파울레는 살로메보다 5살 연상이고 니체는 16년이 연상이다. 여행을 마치고 이들은 독일에 도착한다. 여행기간에 알듯 모를 듯 니체는 심혈을 기울여 살로메에게 연정을 표시하건만 살로메는 학문적인 인간관계로 니체를 대할 뿐이었다. 니체는 짝사랑으로 남겨진 허탈감에서 다음과 같은 혹독한 결별 선언을 하며 살로메와 헤어진다. 즉 <조그맣고, 나약하고, 더럽고, 교활한 여자, 가짜가슴이나 달고 다니는 구역질나는 운명의 여자>라는 저주의 말을 남기고 살로메의 곁을 떠난다. 


 이태리를 여행을 하면서 니체는 살로메에게 완전히 그의 영혼이 점령당한 채 그의 연하의 친구 파울레에게 살로메를 향한 사랑을 토로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파울레도 살로메를 가지려하는 입장이고 보니 도움은 되지 않고, 도리어 니체와 살로메의 관계를 악화시킨 장본인이 되는데, 니체는 이 내용을 알 길이 없기에 오해는 더욱 깊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니체가 살로메에게 준 저주의 폭언에 살로메는 아주 멋진 답신의 글을 보낸다. <당신이 나에게 준 행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값진 고통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 않나요> 이 저주에 대한 답신의 글을 음미하면 살로메가 니체보다 한수 더 깊은 사랑과 존경심을 니체에게 주지 않았나 하는 은유가 숨어있다는 것이 나의 연상의 여인의 일갈이다.


 남자들은 동적으로만 여자를 보다가 그 동적인 충족을 나름대로 채우지 못하면 이렇게 악마가 되지만, 여자는 깊고 깊은 심해와 같은 정적인 사랑을 간직하고 때가 와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고 그 깊은 곳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바치는 것이 사랑이라는 말을 하며 나를 응시한다.


 나의 연상의 여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제 나와 미스터 리와의 만남은 아마 오늘로 끝이라는 말을 하며 허망한 눈동자를 허공에 날린다. 아쉬움이 있다면 앞으로 더 길고 깊은 살로메의 생애를 다 설명해 주지 못하고 헤어져야함의 절박함이 있다는 말이다. 


 나 지금까지 29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경천동지할 현실이 내 앞에 나타남이 있을까하는 마음의 망연자실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지만 현실이 내 눈앞에서 번개와 천둥을 치고 있었다. 조용히 내말을 들으라며 다음 말을 이어간다. 


 “나는 현재 E 대학 부속병원 간호사인데 이제 일주일 후이면 네덜란드로 공부하러 떠난다. 공부를 마치면 모교로 돌아와 교수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다. 아직 미혼이지만 살로메와 같은 멋진 생을 살아가고 싶다. 지난 2년여 동안 나의 말동무가 되어준 미스터 리에게 감사한다. 아마 미스터 리가 나를 찾아올 일도 없고 찾아올 수도 없기에 우리는 영원히 재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나의 연상의 여인에게서 눈물이 고인다. 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아무말없이 가화다방을 나와서 명동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은성이란 동동주 집에서 생김을 놓고 앉아 동동주 두 대박을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다. 서로가 취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흘렸다. 밤 11시, 밖에는 가을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퇴계로까지 걸어서 택시를 잡아 동대문 E 대학병원 기숙사로 그녀를 보냈다. 그리고 장충공원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무언가 세상을 다 잃은 비참함 속에 눈물을 흘리며 걸었다.


 새까만 눈동자/ 싸늘한 지성의 소유자/ 새까만 눈동자를 감았다가 뜨면/ 맑은 호수 같은 눈동자/ 명상에 잠겼던 눈/ 그 눈에는 베풂과 사랑과 포용 속에 /그리움을 태양빛 같이 토해내는 눈동자/ 백옥같이 흰 살갗 위에 눈물이 고이면/ 이 세상사람 울지 않을 사람이 없는 눈동자/ 무작정 좋아했던 그 눈동자/ 그 눈동자는 나에게서 영영 떠났습니다/ 미완성의 아름다움/ 설익은 낭인의 발자국에 눈물이 고여도 /인생은 그 아름다움을 먹고 추억하며 살아가다가/ 흙이 되는가 봅니다/ <이유식 ‘눈동자’>


 그 살로메에 관한 생존을 끝까지 나에게 이야기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서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살로메같은 삶과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는 파랑새 한 마리를 내 품에 안고 앞날을 저울질 한다. 그 님의 건승과 멋지고 알찬 생존을 기원하며 이방의 뒷골목에서 허어허이 헛 손짓을 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눈물을 떨구는 허수아비가 여기에 있다. 오늘도 석양노을은 서산을 넘고 있는데 생존의 허무는 뜬구름으로 흘러가누나. (처음 써본 소설식 수필을 여기에서 마칩니다. 2017.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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