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ho2017
칼럼니스트
국제펜클럽회원

416-871-3428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340 전체: 666,387 )
유명 음악가 시리즈(V)-‘쇼팽의 연인’ (Impromptu) (2)
youngho2017

 


피아노의 시인 쇼팽과 여걸 문학가 조르쥬 상드와의 사랑을 그린 작품

 

 

 

 

(지난 호에 이어)
 드디어 상드를 비롯하여 초대받은 사람들이 앙제에 도착하지만 쇼팽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늦게 온다는 소식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산책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상드. 그러나 상드의 쇼팽을 향한 로맨틱한 계략은 아이들의 선생이자 질투심 많은 옛 연인 말피(조르주 코라파스)가 나타나면서 틀어지기 시작한다. 

 

 

 


 상드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던 말피(Jean Pierre Felicien Mallefille, 1813~1868)는 아프리카 동부 섬나라인 모리셔스(Mauritius) 출신 소설가•극작가로 그가 쓴 소극(笑劇) '두 과부(Les Deux Veuves)'는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의 오페라 '두 과부(The Two Widows)'의 대본이 되었다. 


 또 이런 일화가 있다. 프란츠 리스트가 오페라 '사르다나팔루스(Sardanapale)'를 작곡하기 위하여 말피에게 대본을 요청했으나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열 받은 리스트는 결국 오페라 작곡을 포기했다고 한다. 

 

 

 

 


 다짜고짜 자신의 침실에 들어온 말피를 피해 창문 밖으로 도망친 상드가 불쑥 피아노를 치고 있는 쇼팽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느닷없는 둘의 첫 대면이 이루어진다. 당황한 쇼팽이 퇴실을 요구하자 "그래도 당신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당신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천사로 느껴져요. 그 손들, 후광, 날개, 모두가 말이죠. 그럼 안녕, 나의 꿈이시여."라고 말하곤 떠나는 그녀. 비록 말피를 피해 하인의 방에서 잤지만 그날 밤은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행복해 하는 상드. 

 

 

 

 


 "당신의 따뜻한 말에 살고 잔혹한 말에 죽소. 죽음은 두렵지 않으니 상관 없어요. 당신의 음악 속에서 이미 초월했으니까요." 상드는 좋은 첫인상을 주지 못한 쇼팽에게 자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와 같은 격렬한 연애 편지를 써서 다음날 마리 다구 백작부인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마리 역시 쇼팽을 사모하고 있던 터라 상드의 서명 부분을 떼내고 대신 자신의 서명으로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받아본 쇼팽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친구 들라크로와에게 상의한다. 편지 말미에는 "난 미덕이나 고귀함은 갖추지 못했어도 사랑은 하지요. 강하게, 전적으로, 확고부동하게 사랑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쇼팽은 마치 그 끔찍한 여자, 즉 상드의 소설에 나오는 스타일과 같다고 언급하자 들라크로와는 "그 여자는 삶은 뒤범벅으로 살지만 인간성은 좋은 여자"라며 "그래서 남자들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거지. 사랑을 아는 여자야."라고 변호한다. 그러고는 "(마리 다구) 백작부인도 대단해. 그 냉정함 밑에 뜨거운 화산이 있을 줄이야."하고 말하는 들라크로와.

 

 

 

 


 장면은 만찬장. 당땅 백작부인이 바지에 남장을 하고 나타나고, 이어서 상드가 적과 백의 마치 폴란드 국기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 파격적이다. 마리 다구 백작부인이 찰싹 달라붙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파트너가 되는 쇼팽. 그러나 그의 눈길은 자꾸만 만찬석 맞은 편에 앉아있는 상드에게 가는데…. 


 한편, 상드와 리스트의 사이를 오해한 말피가 리스트에게 싸움을 거는데, 마침 알프레드 드 뮈쎄(맨디 패틴킨)가 예고없이 나타나 그의 머리에 물을 끼얹는다. 질투에 눈이 먼 말피는 이젠 상드가 뮈쎄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는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알프레드 드 뮈쎄(Alfred de Musset, 1810~1857)는 프랑스 극작가•시인•소설가로 1836년 발표한 'La Confession d'un Enfant du Siecle (The Confession of a Child of the Century)'는 1833~1835년에 걸친 조르주 상드와의 사랑을 그린 자전적 실화 소설로 유명하다. 이는 1999년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Children of the Century)'로, 2012년에는 소설과 동명으로 영화화 되었다. 


 또 조르주 상드와 프랑스 여배우 마리 도발과의 레스비언 사랑을 다룬 1833년 에로틱 소설 'Gamiani, or Two Nights of Excess'는 당시 유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절망으로 시작하여 체념으로 끝날 때까지의 상드와의 사랑에 대한 그의 감정적 기복 변화를 서술한 소설 'Nuits'(Night•1835~1837)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상드도 그녀의 관점에서 드 뮈쎄와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Elle et Luit'를 1859년에 발표했다.


 다음날 새벽, 말피와의 권총 결투가 벌어지지만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갈 지(之)자로 걸어간 뮈쎄가 엉뚱한 사람을 쏘는 바람에 무위로 끝난다. 


 뮈쎄가 쓴 '노아와 홍수'라는 단막극이 공연된다. 그것은 당땅 공작 등 귀족사회를 비판하고 오히려 '예술이 세계를 구한다'며 예술가를 찬미하는 내용이었다. 음악효과를 맡은 쇼팽이 그러한 대사를 문제삼아 호스트에 대한 모욕이라며 더 이상 연극에 참여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 뮈쎄가 "쇼팽, 당신은 당신의 음악같이 먼지가 낀 달콤한 것만을 원하지? 예술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는 걸 아시오."하며 싸움이 벌어질 찰나, 벽난로에서 상드와 당땅 부인의 애들이 장난삼아 화약을 넣었던 장작이 폭발하는 바람에 말싸움은 싱겁게 끝난다.


 어느덧 2주가 지나 모두들 앙제를 떠난다. 이래 저래 상드는 쇼팽에게 좋지 못한 인상으로 남게 되고…. 


 파리로 돌아온 상드는 8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쇼팽에 대한 연정을 삭힐 수가 없어 친구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에게 자문을 구하러 간다. 이때 리스트가 헝가리의 홍수 이재민을 구제하기 위한 6주간의 공연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마리는 6주가 6년이 될 수 있다며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작곡의 영감을 불어 넣었는데, 꿈은커녕 기껏 연주하는 곰일 뿐이라고 악담을 하며 한사코 연주여행을 반대하자 둘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


 상드의 방문으로 싸움은 중단된다. 상드가 솔직히 앙제에서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기도 했지만 쇼팽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자문을 구한다. 그녀와 라이벌이었던 마리는 그 정도로는 안 된다며 "마치 넝쿨이 담 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여자는 때가 되면 자신을 포기해 버리지. 한 번의 밀어 부치기면 족하다."고 구슬린다. 

 

 

 


말하자면 쇼팽은 여성처럼 감수성이 예민하고 방어할 수 있는 힘도 매우 약하기 때문에 그를 여자라 생각하고 상드가 먼저 청혼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이에 상드는 "내 진정한 친구!"라며 고마워하는데…. 


 한편 마리는 쇼팽에게 "상드가 쇼팽이 자신의 다음 번 애인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면서 내기까지 걸고 있다."라며 이간질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