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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VI)-‘유스’ (Youth)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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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권태 속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청춘' … 조수미의 엔딩곡 화제

 

 

 

 (지난 호에 이어)
 한편 믹이 지미와 대화를 나눈다. 믹이 '난 50명 이상의 여배우를 진출시킨 위대한 여자들의 감독'이라고 강변하자, "감독님은 위대한 여자들의 감독이 아녜요. 그냥 위대한 감독이에요.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하며 위로하는 지미.


 호텔로 돌아온 믹. 로비에 앉아있는 젊은 매춘부에게 말을 걸다가 그녀가 '뭘 원하느냐?'고 묻자 엉겁결에 같이 걷자고 말한다. [註: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2007)'에서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비서 토마스에게 말한 늙으면 명심할 3가지 중 "섹스는 사양 말 것"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한편 머로더와 함께 등반 훈련대에 온 레나. 그가 등반을 제의하자 "전 원하면 잠자리에서 남자를 와일드하게 만들 수 있어요."라고 느닷없이 말하는 레나. 줄리안이 맘에 걸린 모양?


 장면은 마크 코즐렉의 'Ceiling Gazing' 배경음악 속, 샤츠알프(Schatzalp) 호텔이 있는 비센(Wiesen). [註: 매년 세계 경제 포럼이 열리는 유명한 컨벤션 도시이며 리조트 타운인 다보스(Davos)에 있는 마을로, 비센의 요양소는 독일의 평론가•소설가인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의 기념비적인 장편소설 '마의 산(魔의 山; Der Zauberberg• 1924)'의 무대이다.] 


 믹이 각본가들과 영화 제작에 대해 상의하며 그들을 격려하고 있다. 모두가 브렌다 모렐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자 믹이 "브렌다를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라"고 훈계하고 "픽션이 우리의 열정임을 기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언'도 없고 아무도 모르게 죽어."하고 말한다. 한 각본가가 "감독님같이 위대한 예술가는 없어요."라고 말하자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 우린 모두 엑스트라야."하고 말하는 믹.


 비센 역에 열차가 도착하고 일행이 떠나자 홀로 남은 믹은 알프스 전원 풍경 속에 그가 만든 영화의 여배우들이 모두 나타나 대사 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묻는 착각에 빠진다. 

 

 

 


 프레드를 만난 믹은 "영화계에 너무 오래 있었나 봐. 브렌다 없이도 영화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를 정도가 됐으니 말야."며 "뭔가 알게 된 게 있어. 사람들은 예쁘거나 못 생겼다는 것 말야.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은 그저 귀여운 거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이어서 "또다른 휴가가 거의 끝났군. 다음은 뭐 할거야, 프레드?"하고 묻는 믹. "집에 갈 거야. 일상으로 돌아가야지."하고 대답하는 프레드. "난 아냐. 판에 박힌 건 안해. 뭘 해야 할 건지 알아. 다른 영화를 찍을 거야. 자넨 감정이 과대평가 됐다고 했지. 그건 말도 안돼. 감정은 우리가 가진 전부야."하고 말하곤 발코니로 나가는 믹. 잃어버린 삶에 대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믹은 프레드가 보는 앞에서 발코니에서 아래로 뛰어내린다.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있는 프레드의 숨소리가 가빠진다. 


 장면은 바뀌어 출발 직전의 비행기 안. 브렌다 모렐과 승무원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드러누운 모렐이 "믹! 용서해 줘! 이것들아 나 내려 줘!"하며 발로 차, 말리던 승무원이 뒤로 벌렁 나자빠진다. 배신에 대한 후회련가….


 한편 '숲의 교향곡'을 지휘했던 자리에 홀로 앉아있는 프레드는 절친한 친구 믹을 잃은 슬픔에 흐느낀다.


 장면은 의사 사무실. 의사의 전화를 받고 찾아온 프레드에게 검진 결과를 알리는 의사(볼프강 미카엘•62). "아주 건강합니다. 전립선에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갑자기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창밖을 보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이 어린 안마사가 보인다. 프레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고 늙어버렸어요."하자 "밖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십니까?"하고 묻는 의사. "아뇨, 뭔데요?" 의사는 바로 "젊음(Youth)!"이라며 웃는다.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팔십 세라 할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라고 읊었던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청춘'이란 시를 떠올리는 대목이다.


 부케를 들고 베니스로 가는 프레드. 젊었을 때 친분이 있었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무덤을 찾는다. 그 옆에 이고르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베라 스트라빈스키(Vera Stravinsky, 1889~1982)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註: 스트라빈스키 무덤은 베니스의 상 미셸 섬(Isola di San Michele)에 있다.]


 그리고 꽃병을 들고 아내 멜라니가 치매로 입원해 있는 요양원의 병실을 찾는 프레드. 아내는 하얀 가운을 걸치고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늘어뜨리고 한 손을 짚은 채 창 밖을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은 몰라, 멜라니. 아이들은 부모의 시련을 몰라. 물론 사소한 건 알겠지. 눈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자기들이 알아야 할 것들 어느 한 쪽만 말야. 처음으로 당신을 무대에서 본 순간 가슴 떨리던 걸 애들은 몰라. 내가 사랑에 빠진 걸 보고 오케스트라 모두가 웃었지. 예상치 못한 나의 허약함에 말야." 


 카메라가 서서히 멜라니로 접근하면서 프레드의 얘기는 이어진다. "아이들은 당신이 내 두 번째 작품을 도와주기 위해 당신 어머니의 보석을 팔은 걸 몰라. 모두가 내게 등을 돌리고 날 건방지고 품위 없는 음악가라고 불렀을 때지. 아이들은 모를 거야. 당신 생각이 맞았겠지만 그때 당신이 날 건방지고 품위 없는 음악가로 생각하고 몹시 울었다는 걸 말야. 당신 어머니 보석을 팔은 것 때문이 아니라 당신 어머니를 팔은 것 때문에 말이지." 

 

 

 


 드디어 카메라가 멜라니의 얼굴을 클로스업한다. 완전히 저승사자의 모습이다. 전혀 들리지도 듣지도 않는 그녀에게 프레드의 꼭 하고 싶은 말의 독백은 계속된다. "아이들은 우리가 함께라는 걸 몰라. 당신과 내가 말야. 모든 기진맥진함과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멜라니… 아이들은 알아야만 해. 당신과 내가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결되고 싶다는 걸. '심플 송'으로 말야!" 


 곤돌라가 베니스의 다리 밑을 지나면서 장면은 영국 연주회 무대로 바뀐다.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 단원이 자리잡은 무대는 완전 흰색으로 장중하고 순수해 보인다. 압도적인 미장센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왕자가 로열석에 나타나자 모두가 일어나 경의를 표한다. 


 무대에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빅토리아 물로바(Victoria Mullova•58)가 나오고 소프라노 조수미(Sumi Jo•55)가 등장한 뒤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지휘자 프레드가 나타난다. 


 프레드의 대표곡으로 등장하는 '심플 송'은 음악감독 데이비드 랭이 만든 창작곡이다. 한국의 성악가 조수미가 등장해 아름답고 슬픈 곡을 깊고 곱고 뜨겁게 부르면서 특별한 엔딩 신을 만들어냈다.

 

 

 


 한편 이즈음 스위스에 남아있는 레나는 루카 머로더와 함께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 잔뜩 두려움에 휩싸인 그녀에게 자기를 쳐다보라는 루카의 말에 그의 품에 안기듯 편안히 자일에 매달리는 레나.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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