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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포 유‘(Song for Mario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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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靑春禮讚) 시리즈 (V)
못다한 노래, 오늘이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인 것을!

 

 

 

(지난 호에 이어)
 쓸쓸히 돌아선 아서는 노래 교실로 와선 한참 노래 연습을 시키고 있는 엘리자베스에게 화풀이를 한다. "자네가 틀렸어. 난 화해 같은 거 못해. 세상사람 다 알아. 난 잘하는 게 없다고. 내가 멍청했어. 자네 말만 믿고 달려간 내가 미쳤지.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비겁하고 허접한 늙은이야. 망쳐버린 내 인생 돌이킬 수 없다고! 난 변할 수 없어. 너무 늦었다고! 날 그냥 내버려둬." 


 집으로 돌아온 아서가 여행 짐을 꾸리다가 조그만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옛날 결혼사진, 아들 제임스의 어렸을 적 사진들이 들어있다.


 합창대회 본선 날, 버스에 탄 합창단원 속에 아서는 보이지 않는다. 끝까지 기다리던 엘리자베스는 실망감을 안은 채, 20팀이 참가하는 극장으로 가서 무대 리허설을 받는다. 어느 남성합창단이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Ode to Joy)'를 부른 후 '연금술사'가 나간다. 


 한편 제임스가 책상 위에 놓인 편지꾸러미를 펼쳐본다. 거기엔 자기 어렸을 적 사진들과 '제8회 섀도우 송(Shadow Song) 국제합창대회' 팜플렛 등이 들어있다. 


 극장 무대에서 내려오니 대기실에서 정장을 한 아서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합창단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며 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내가 없는 빈자리를 노래로 메우려 한다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물론 모두가 환영한다. 이제야 진정한 합창단원이 된 것이다. 

 

 

 


 그러나 평가단에 의해 격조없는 복장이 대회의 성격과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본선 무대에 서는 것을 거부당하는 연금술사 합창단.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탄 단원들. 웃음거리 되느니 차라리 잘 됐다며 자위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엘리자베스. 


 이즈음 대회장에는 35명으로 구성된 '백워스 남성합창단'이 등장하여 '궈호디아드(Gwahoddiad)'라는 유명한 노래를 부른다. [註: 웨일즈 말로 '초대(invitation)'라는 뜻인데, 'I Am Coming, Lord'로 잘 알려진 찬송가다. 1872년 미국 감리교회 목사 Lewis Hartsough(1828~1919)가 작곡한 곡으로 바로 우리 찬송가 254(통일186)장 '내 주의 보혈은'의 오리지널곡이다.]


 이 무렵 버스에 타고있던 아서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놈의 노래 하고야 만다"며 버스에서 내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무작정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그 뒤를 따르는 합창단원들이 무대를 점령한다. 순탄하게 흐르던 내용에 클라이맥스를 향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다. 


 떼거리로 몰려드니 사회자가 참가팀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드디어 그들만의 무대를 선보인다. 첫 번째 곡인 'Love Shack'을 부르고 다음은 아서의 솔로 차례. 


 하지만 전주가 나왔는데도 노래 시작을 못하고 있는 아서. 이때 관중석에서 "할아버지 파이팅!"을 외치는 손녀 제니퍼. 

 

 

 


 눈을 지그시 감고 엘리자베스 앞에서만 불렀던 아서가 감동적인 독창, '자장가 - 굿나잇 마이 엔젤'을 부른다. [註: 이 노래는 빌리 조엘(68)이 부른 'Lullaby - Goodnight My Angel'로, 빌리와 세계 유명 모델인 크리스티 브링클리(63) 사이에서 난 딸 알렉사 레이 조엘(32)이 1993년 8살 때 그녀를 위해 만든 곡이다. '레이'는 선배 가수 레이 찰스(1930~2004)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따온 것이다.]

 

 

 


 "잘 자요, 내 사랑. 이젠 눈 감을 시간. 나머지 얘긴 가슴에 묻어 당신 다 듣지 못 했어도 내가 못 다한 말 알잖아. 난 당신을 떠나지 않아. 내 가슴은 언제나 느껴. 당신이 어딜 가든지 어느 시간에 머물든지 바로 옆에 나 있잖아. 


 잘 자요, 나의 천사. 이젠 잠들 시간. 아직 할 말 많지만 당신의 노래 기억할게. 푸른 바다 노 저을까. 두둥실 뜬 배 위에서 내가 자장자장 해줄게. 깊은 바다 같은 내 심장 속에서 영원히 내 가슴 속에서.


 잘 자요, 내 사랑. 이젠 꿈꿀 시간. 우리 함께 한 시간 아름다운 추억들. 언젠가 우리 다 떠나도 자장가 소리 이어지고 두둥실 노랫말 타고 우리 사랑 영원하리."


 곡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잘 자요, 나의 천사. 이제는 눈을 감을 시간이야'라는 가사는 눈을 꼭 감은 채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아서의 모습과 어우러져, 비록 표현방식이 다를 뿐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한 남편이었음을 가슴으로 뜨겁게 전한다. 


 아울러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는 제임스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제니퍼의 모습과 함께 오버랩되면서 두 노부부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며 영화를 감상하는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솔로에 너무 치중하여 합창단의 백코러스와의 연계가 미흡하여 합창의 힘을 통한 보다 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서가 눈을 뜬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심사관도 눈물을 훔친다. 제니퍼가 일어나 "할아버지 최고!"라며 소리치고 제임스도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엘리자베스는 아서를 부둥켜안고 그의 볼에 키스를 하며 "훌륭했어요,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한다. 합창단은 당당하게 3위를 수상한다. 

 

 

 


 장면은 바뀌어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진 아서를 보여준다. 아들 제임스와 손녀 제니퍼가 전화에 남기는 메시지를 통해, 갈등이 있던 아들과 아서의 화해를 암시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혼자 자는 아서의 모습에서 또 눈물이 난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노부부의 슬픈 이야기를 OST와 매우 잘 어우러져 밝고 아름답게 그린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작품이다. 특히 노래가 아름다운 것은 가창력보다는 그 목소리가 전해주는 묵묵한 여정(旅程)에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테렌스 스탬프의 솔로는 마치 잘 다듬어진 책의 마지막 장을 보는 것 같고, 오래된 곡이지만 빈티지 와인 같이 달콤쌉쌀한 깊은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기에, 하여 더 이상의 언급은 사족이 될 것 같아 이채 시인의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의 일부분을 소개하면서 끝맺음 할까 한다.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모른 척할 뿐이지 이성 앞에 감성이 눈물겨울 때 감성 앞에 이성은 외로울 뿐이지. (중략) . 꽃그늘 아래 붉도록 서 있는 사람이여! 나뭇잎 사연마다 단풍이 물들 때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먼 훗날 당신에게도 청춘의 당신에게도 쓸쓸한 날 오거들랑 빈 주머니에 낙엽 한 장 넣고 빨갛고 노란 꽃길을 걸어보라 당신이 꽃이더냐, 낙엽이더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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