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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의 목소리(3)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나는 다음날 아침, 애 업은 여인과 함께 그 가녀린 계집아이의 손을 잡고 그 광장을 가로질러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육중한 베드로 성당 문을 밀어 열어 주며 보았던 그 손, 그 날 그 문 앞, 눈부신 아침 햇살이 그 어린아이의 손에 비쳤을 때 본 화상 자국이 있는 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 전날 밤 내 숙소에서 그 아이가 귀여운 손짓하며 명랑하게 그 처음 보는 도시의 풍물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에도 보지 못했던 손의 화상자국을 그 육중한 문을 밀어 들여보내며 잡은 손을 놓을 때 본 것이다. 그때 내 등에 가득히 내리는 햇살과 함께 종소리가 실려와 닿고 있었다.


영혼을 깨우는 그 종소리가 나를 깨우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오늘 아침 하얀 사발에 담긴 수프를 쟁반에 받으며 깜짝 놀랐다. 그것을 떨어뜨릴뻔했다. 그 손이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고 혹시 굵은 소금, 천일염이 있느냐고 그 부인에게 물었을 때, 마침 자기집에서 가져온 것이 조금 있다고 하였다. 혹시 누군가가 이 소금을 찾으면 줄려고 가져온 것이란다. 그러면서 그 부인은 굵은 소금 때문에 얽힌 아름다운 추억이 있노라고 말하였다.


창 밖의 포도 위 낙엽 구르는 소리에 그날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날 저녁, 내가 그들을 무료숙소 대신 내 숙소로 데려온 날, 우리들은 마치 가족처럼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들은 마치 나의 아내이며 어린애기이며 어린 딸처럼 느껴졌었다.


그 아이 엄마가 내가 내어준 오이를 가지런히 썰어서 하얀 접시 위에 올려놓고, 우리는 그것에 굵은 소금을 찍어 먹었다. 그 아이가 씹히는 굵은 소금에서 '바삭'하고 소리 내며 부서진다고 말하였으며, 그것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었다. 어린 아기도 따라서 웃었고, 그들의 엄마도 웃었고, 나도 그들이 웃는 것이 재미있고 우스워서 웃었다.
그들과 같이 그렇게 웃고 있는 그 순간이 아름다웠던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군가와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그 식탁에서 경험한 것이다. 


그 아이는 그렇게 웃으며 자기 아버지가 소금을 받아와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이야기할 때 그의 엄마가 가슴 가득히 사랑을 담은 얼굴로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들의 동네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수도사들이 경영하는 염전에 가서 소금이 다 되었을 때 그 잘 다져진 갯벌에서 소금을 당그레로 모아서 가마니에 담아서 창고로 가져가는 일을 도와 주고 얻은 대가로 받은 소금을 동네에 가져와 노약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을 매년 한 번씩 해왔는데 바로 엊그제 추수감사절 전에도 힘들여 가져온 소금을 동네 노약자 가족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소금을 나누어 줄 때가 마치 그의 일생에서 제일 기쁜 날처럼 보였다. 그의 수고는 바로 그런 즐거운 순간을 위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 부인은 수프를 내게 건네주며, 소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나와 함께한 그날 저녁도 포함 되었으리라고 나는 직감으로 알아 차렸다. 아~ 이럴 수가 있을까.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날 저녁 내 숙소에서 식사를 같이하며 오이에 묻은 굵은 소금을 깨물어 먹으며, 굵은 소금이 '바삭'하는 소리가 재미나서 천진난만하게 깔깔깔 하고 웃던 그 어린이가, 그의 엄마와 동생과 함께 내가 고사리 같은 손을 꼭 쥐고 다음날 아침 베드로 광장을 같이 걸어가던 그가, 바로, 또 다른 아침 내게서 백팩을 돌려 받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그 광장을 가로질러 가던 그 소녀가, 오늘아침에 나에게 수프를 하얀 그릇에 떠준, 단아하고 편안하게 삶의 순간 순간을 맞이하며 사는 부인이란 말인가.


그렇다, 그 세 사람이 바로 그 부인, 그 한 사람인 것이다. 그녀의 손에서 희미하게, 사라질 듯이 아직 남아있는 그 화상자국, 그리고 그 부인의 소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보건대 그는 틀림없이 그 사람인 것이다. 단아하고 편안하게 삶의 순간 순간을 맞이하며 사는 부인의 인상에서 나는 그 부인의 삶이 깊고 아름답게 무르익어감을 느꼈다. 


창 밖 포도 위에서 구르는 낙엽 소리에 그날 아침의 햇살 가득한 광장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의 의식이 깨고, 내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식하였다. 그렇지만 아까 내가 들었던 그 목소리는 뚜렷이 남아있다. 그 사람의 말이 분명한 문장으로서 내 의식에 뚜렷이 남아있다.


"아들아, 빛으로 오라. 구름 속에 태양이 항상 빛나고 있듯이 용서는 참회하는 자를 항상 기다리고 있다. 사랑은 저 종소리가 이르는 곳이면, 어디에나 이르고 있다."

 

나는 한 단어 한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외우고 있어온 문장처럼 기억하기가 쉬웠다. 밖의 소란스러움에 이끌려 그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사제가 되기 위한 수련기간 동안 입는 하얀 가운 같은 윗옷을 입고 있는 많은 청년들이 무리 지어 있었으며, 한 신부님께서 하얀 가운을 한 청년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앞에서 옷을 나누어 주시는 신부님이 나를 부르길래 다가 갔더니 내 이름을 묻는다. 내 이름을 말해 주었더니 신부님께서 명단의 맨 끝에 이름을 적으시며 말하신다. "어제 토마스 신부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어." 그리고 내게도 하얀 가운을 주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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