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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쓰나미
yeodongwon

 

눈뜬 장님 컴맹을 면해보려고 뒤늦게 컴퓨터를 샀고, 인터넷을 끌어드렸다. 그렇게 인터넷에 눈을 빼앗긴 지 1년, 도대체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컴퓨터 모니터에서 충혈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시시콜콜 별별 것이 정보가 되어 덮치는 정보 쓰나미에 밀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 몰골이 얼간이 같아보여서다. 나 뿐이겠는가? 지구촌 식구들이 온통 뒤질세라 미친 듯 정보를 뒤지고, 그 정보가 경제를 살찌우고, 그 경제가 살아 남기 위해 마구잡이로 정보를 양산하는 정보 도리뱅뱅이에 실리어 어지럼증에 취해 자신이 정보노예 중독상태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 코, 입, 귀, 느낌이라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선택능력에 의해 삶의 질이 만들어진다고 볼 때 참 정보, 쓰레기 정보 구별능력에 의해 참 삶인지 쓰레기 삶인지 판가름이 난다. 


따지고 보면 산다는 명제가 복잡할 것 같으나 먹고 번식하고 그리고 궁금증 풀기다. 먹고 번식하는 짓이야 뭇 생물들도 다하는 본능적 버릇이지만 인간은 궁금증 풀기라는 고도의 지적 활동을해야 살맛을 내는 못 말리는 희한한 동물이다. 별별 것이 궁금하고, 꼬치꼬치 알고싶어 안달이다. 


대화하고, 소문 듣고, 의문 풀기다. 온갖 것이 궁금하다. 산너머 물 건너 저 쪽이 궁금하고, 옛 것이 궁금하고 올 것이 궁금하다.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가가 궁금하고, 사후가 궁금하고, 별세계가 궁금하다. 물이 아래로 흐르고, 꽃이 예쁘게 피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궁금증이 과학을 낳고, 철학 예술 종교를 낳아 빛나는 문화라 자랑하며 스스로 그 문화의 노예이기를 즐긴다.


컴퓨터에 붙어 앉아 김연아가 어떻고, 박지성이 어떤가가 궁금하고, 오바마, 후진타오의 생각이 궁금하고, 김정은의 행보가 궁금하다. 기름값이 궁금하고, 내일 날씨가 궁금하다. 


이 잡다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정보요술상자 TV 컴퓨터가 내 삶의 주인이 돼버린, 그래서 스스로 그 노예 됨을 행복이라 여기며 사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피식 웃는다.


요즘 문득 내가 철기시대와 컴퓨터시대 2천년을 두루 살고 있는 행운아라는 기분이 든다. 시계도 전기도 라디오도 기차도 없는 지리산 밑 산골마을 초가삼간 집에서 호롱불 밝히며 이천년 전 철기시대나 별반 달라짐 없는 부싯돌로 불을 붙이며 짚신 삼아 신고 살다 지금은 냉난방이 완벽한 이층벽돌집에서 빨래 청소 설거지는 손가락으로 해치우고, 자동차를 몰고 동서남북 천리길이 한나절이다. 


만리 하늘 길을 은빛날개로 날아 첩첩 산을 넘어서 아침을, 망망대해를 건너 저녁을 먹고, 컴퓨터 두 뼘 화면에 우주만상과 만년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니, 2천년을 두루 살고 있다 부풀려 허풍을 떨어도 별반 틀린 말이 아닐성싶다. 


해서 하는 말인데, 2천년전이나 오늘의 삶이나 궁금증 정보풀기가 인간 삶의 기본임이 확실한데, 단지 정보의 양이 다를 뿐 그 정보들이 우리 인간 삶의 질(행복지수)에 과연 얼마만큼 보탬이 되고 있는가 이다. 


아니, 시시콜콜 정보가 왜 그렇게 필요한가 이다. 있어 좋은 정보, 있어 나쁜 정보, 있으나마나 한 정보로 구분한다면 컴퓨터가 쏟아내는 21세기식 정보 9할은 인간행복지수에 별반 쓸모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과학정보가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있는 건 맞다. 그렇다 해서 인간행복지수가 2천년 전에 비해 증가했는가는 의문이다. 쉽게 말해 70년 전, 내 어릴 때 가난에 찌든 시골 사람들과 풍요를 구가하는 오늘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과연 얼마만큼 달라있는가 이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화로불 옆에서 턱을 고이고 눈을 깜박거리며 듣고 있는 손자아이들과 냉난방이 완벽한 방에서 홀로 컴퓨터 게임기를 두들기고 있는 손자 아이들과의 행복지수의 격차는 과연 얼마일까? 


손으로 평생을 걸려 풀 원주율(?)을 단1초 만에 풀어버린 컴퓨터 시대에 얻은 인간의 행복지수가 과연 얼마일까를 묻고 있는 내 궁금증 정보(답)는 그래 어디에 그리고 누가 갖고 있을까? 컴퓨터인가? 하늘 당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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