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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원 단상(斷想)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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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가 본 외국 노동자 문제와 통일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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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캐나다는 먼저 와 자리잡은 이민선배 백인들의 텃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따지고 보면 너도나도 이민자이니 누가 누구를 차별하겠는가?


 그러나 독일은 한국처럼 민족국가라 자칫 주인행세가 드셀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를 내국인과 똑같은 작업 조건, 임금, 사회보장 혜택의 대우로 일을 시켰고, 같이 일하는 독일인 동료들 또한 텃세가 없었다. 노동은 힘들었으나 고마운 마음으로 일했었다.


 60년대 당시 서독은 패전 위에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부흥으로 일손이 딸려 우리처럼 가난한 외국 노동자들이 몰려와 일하고 있었는데, 차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대우를 해준 선진 모범나라였다.


 그런 대우를 받고 일하면서 나는 만약 사정이 뒤바뀌어 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입장이라면 우리도 이내들처럼 대우해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있었다. 물론 그런 꿈같을 때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만약 온다 해도 흉내나 낼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마음이 솔직히 앞섰다.


 그런데 그 꿈같은 상상은 오늘날 한강의 기적으로 나타나 많은 가난한 외국 노동자들이 몰려와 일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에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그 우려는 적중하여 차별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먼저 들린다. 엉덩이에 뿔쿠너 내는 졸부 꼴이다.


 우리가 독일에 도착하여 배정받은 회사 기숙사는 그후 같이 일하며 사귄 독일 동료 집에 초대받아 가본 보통 수준의 독일가정 살림 규모보다 훨씬 나은 호텔방처럼 깨끗하고 완벽했다. 그렇게 3년 동안 일터에서나 사회에서나 불만스러운 대우나 취급을 받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완벽했었다는 증거가 된다.


 일손이 딸려 외국 노동자를 필요로 해서 고용했다면 정당한 회사의 대우는 물론 국가차원의 간섭은 필수다. 주먹구구식으로 팽개칠 일이 아닌 국가적 체면에 앞서 인권적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의  일류화, 세계화는 외국 노동자 착취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린 우쭐함이 외국 노동자 착취로 나타낸다면 이보다 더 치사한 일이 없다. 하늘로 향한 콧대로 외국 노동자를 깔보는 차별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미래 한국 위상의 추락은 불을 보듯 염려가 된다. 그 염려는 또 다른 염려를 낳는 씨앗이 되어, 결국은 우리 자신을 옥죄는 고통으로 되받을 질 나쁜 고질이 될 것이다. 통일 후유증으로 말이다.


 제 버릇 개 줄까? 곧 맞게 될 통일 후에 몰려올 북한 노동자들을 대할 남한사람들의 콧대 높인 차별의식은 외국 노동자를 착취하는 버릇 그대로일 것이 뻔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우리의 차별의식은 병적일 정도로 사회 전반에 걸쳐 고질화하여 있다. 권력층과 서민층,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두꺼운 벽으로 야기된 갈등 이야기가 한국 드라마의 주류다. 사위, 며느릿감의 자질 기준이 사람됨과 취향 같은 내면적 자질궁합은 뒤쪽이고 학벌, 재산, 가문 같은 껍데기에 매달려 울고 짜는 사회 풍속도를 보면 통일 후유증이 거울 보듯 훤하다.

 

 70년 긴 세월, 왕래는 물론 그 쉬운 편지, 전화도 못하고 총질과 욕설로 맞선 철저히 원수로 굳어져 버린 상태에서 먹을 것이 모자라 세계에 구걸하고 있다는 북한 사람들을 대할 남한사람들의 차별의식이 어떨까?


 90년대 초 중국이 개혁을 추진하면서 개방하자 한국 관광객들이 몰려가 미화 백불짜리를 정도 이상 노출하며 거들먹거리던 건방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버릇 개 줄까? 통일은 곧 올 것이고, 그때 몰려갈 남한사람들의 과장된 풍요의 거들먹거림의 콧대로 야기될 상황이 상상된다. 땅 투기꾼, 조직폭력배, 종교 사이비 등, 가지 말아야 할 누리꾼들이 먼저 올라가 좌판을 벌이며 통일을 흐려 놓을 것이 뻔하니 말이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많은 전문가가 후유증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멋지게 잘 해낼 것이라는 나의 장담은 빗나가지 않고, 잘 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서독 사람들이 못사는 동독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가난한 외국 노동자들에게까지도 완전무결하리만큼 동등한 대우로 차별하지 않았거늘 같은 동족임에랴. 통일 후 몰려온 동독 노동자들이 마음 갈등 없이 마치 이웃 도시에 취직되어 일하는 기분일 것이니, 성공은 보나마나인 것이다.


 곧 다가올 한국통일이 독일통일 같은 흡수통일로 가상했을 때 흡수당하는 쪽의 심리를 짐작해 보면, 패배의식, 열등의식, 반항의식, 불안의식 같은 부정적 의식일 텐데, 여기에 흡수하는 쪽의 차별의식, 권위의식, 지역감정까지 가세하는 졸부 근성에다 부정부패가 뒤범벅되면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은 지금 당장 외국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차별의식부터 고칠 일이다. 그만큼 이제 몰려올 북한동포들이 이웃 도시에 취직된 기분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민 와 사는 주제에 배 놔라 감 놔라 참견이 주제넘은 짓 같으나 내 서독의 작은 경험이 우리의 통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 감히 해본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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