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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선거판
yeodongwon

  

 금년은 모국 선거의 해다. 선거의 모습에서 그 나라가 보인다. 


 싹쓸이 선거판을 보면 이건 아니다. 이럴 수 없다. 부부간에도 갈릴 수 있는 게 표심인데, 도(道)끼리 똘똘 뭉친 몰표 선거는 국민소득 3만 불짜리 선진국형엔 한참 멀어 있다. 


 팔을 안으로만 굽는 동물적 편애심리를 넘지 못한 어린이들 작당놀이 같아 너무 유치하다. 70년 민주 한국의 부끄러움이다.


 아무리 정이 많고, 정에 약한 민족이라 해도 이성적 판단이 아닌 비틀린 감정의 흐름에만 맡겨버린 비민주적 저질 표심 행사, 이건 아니다.


 하긴 이성적 고급 종교도 우리에게만 오면 감정적 샤머니즘으로 흘러 기복종교가 돼버리는 걸 보면 이해는 되는데, 객관적 보편성이 요구되는 선거에 언제까지 "우리가 남이가"식 집단 의리 의식의 응집력에 민주 선거를 맡겨야 하는지? 안타깝다.


 우리가 남이가? 맞는 말이다. 우리는 분명 남이면서 남이 아닌 우리이다. 같은 피, 같은 역사,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공유한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일민족인 우리는 남이 아니다. 이러한 대승적 동질성을 "우리가 남이가"식 소승적 좁은 소견으로 성스러운 선거에 이용함은 미숙한 의식에서나 가능한 유치함이다.


 어느 나라에 가봐도 지역정서는 있다. 어투가 다르고, 기질이 별나 보이는 차이, 이 차이를 애향적 애틋한 정서로 융화(融和)시키느냐, 아니면 대립각으로 날을 세워 감정으로 표출해 내느냐가 문제인데,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서울 표준어로 확 바꿔버리는 법률을 만들면 해결될까?


 캐나다처럼 민족, 종교, 풍습이 다른 이들이 사는 나라라면 몰라도, 단지 산이나 강으로 금 그어 말투(사투리)로 패를 갈라 싹쓸이 몰표 선거, 이건 변명의 여지 없이 아니다.


 사투리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지극히 자연적 현상인데, 이게 어째서 표심에 영향을 주는지 나는 모른다. 


 선거의 질을 국민소득으로 따지는 것도 우습지만 100불 시대를 넘어 3만 불 시대의 민주 선거에 사투리로 싹쓸이 몰표 선거는 아무리 양보해서도 울고 싶도록 슬프다.


 국민소득 50불 자유당 말기 선거 때의 일이다.


 "할매요! 여기 찍으이소"


 "머라카노 와요? 순사 양반! 그래 당신 맘대로 찍을라 카믄 와 이 바쁜 농사철에 이 늙은 할미를 오라카라 하는기요? 저리 비키이소"


 낫 놓고 'ㄱ'자 인지도 모르시는 우리 어머니와 순경과의 실랑이다. 이 이야기를 방학때 내려와 듣고


 "어머이 무슨 배짱으로 그랬고"


 "하긴 겁은 나더라, 그런데 이치가 안 그렇나, 투표를 순사 지 맘대로 할라카믄 선거는 와 하노 말이다. 내 좋은 사람 찍을라고 하는 거 아이가"


 그 순경은 어머니보다 더 배웠고, 대통령 출마자는 순경보다 더 배웠을 것이다. 배우고 못 배운 문제가 아니라 민도 의식의 문제다.


 선거작전 시나리오 구상을 짜는 머리 굴리는 영리한 자들의 농간에 이제쯤은 흔들릴 유권자가 아니길 빈다.
 그래서 말투로 갈리는 싹쓸이 선거라는 후진적 오명이 다음 선거에서는 볼 수 없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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