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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성과 이민 후손
yeodongwon

  
 "한국 사람은..." 하고 나오면 뒷말은 뻔하다. 십중팔구 "할 수 없어"라 비하된다. 묘한 것은 그 한국 사람에서 말하는 자기 자신은 열외자로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이 "할 수 없어"라는 자조적 개탄의 대상이 한국에 있는 한국사람만인가? 아니면 저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전체를 포함해서인가? 전자라면 지역성에 의한 국민성이고, 후자라면 피 속에 있는 유전(DNA)적 민족성이 된다. 


 전자만이라면 달라질 수도 있는 후천성이니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후자라면 운명적 천성에 가까우니 유전인자의 변형이라는 긴 세월을 요하는 단련의 과정을 통해서 단점 인자는 퇴화시키고 장점 인자는 진화시키는 진화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엄밀히 따져 유전적(DNA) 민족성이라는 게 있는 걸까?


 세계의 많은 학자가 인종별 DNA(유전인자)의 우열을 따지는 연구를 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피부색으로 인종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지극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피부색으로가 아니라 지역성에 바탕을 둔 민족성이라 말할 만한 특성 같은 것은 분명 있어 보인다. 독일인 영국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유대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아프리카인 남미인 등등의 지역 민족 간의 특성들이 내 눈에도 보이니 하는 말이다. 일테면 독일인은 딱딱하고, 중국인은 실리적이고, 유대인은 차갑고 한국인은 열정적이라고 하는 것들.


 그런데 이런 특성들이 풍토, 종교 등 그 지역성을 벗어났을 때도 같은 버릇(기질)으로 계속 유지될까?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나다는 세계 인종 전시장의 잡종나라다. 아직은 그 역사가 짧아 민족간 섞임 현상이 미비하여 각 민족 고유지역 특성들이 그런대로 유지된 채 대를 이어 내려가고 있긴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먼 훗날 언젠가는 캐나다적이라는 지역특성으로 변이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작은 예이지만 나(1세)와 내 자식들(2세)과의 예로 그 추론을 뒷받침해보자.


 내 자식들은 순종 한국인인 나와 순종 한국인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순종 한민족 1세대 후손인 캐나다 2세대다. 그래서 나와 아내의 성격과 용모를 많이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성격(기질)은 민족성이라고만 고집할 수 없는 기본적 본성인 사고력, 기억력, 판단력,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하는 근본적 바탕이지 사회인으로서의 시민의식, 국가의식, 도덕, 윤리의식 대인간의 사교적 태도 같은 사회의식 면에서는 1세인 우리들 부모와는 많이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 다름에는 세대차이에서 온 것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한국과 캐나다라는 지역적 문화차이에서 온 영향이 절대적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한국인은, 중국인은, 일본인은 하고 말하는 민족성으로 낙인하고 있는 특성들 대부분이 내재적 본성이 아니라 지역적 사회풍토라는 외형적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버릇이란 걸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버릇으로 간주되는 민족성이라고까지 말하는, 이 외형적 성질(기질)은 그 지역성의 이동(변화)에 의해, 더욱이 많은 세월이 흐른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 예를 하나 들어보자. 순종 일본인들을 어릴 때부터 일본적인 풍토에서 격리 키워진다고 하면 싹싹한 성격 그대로 일본인다움이 유지될까?


 브라질 이민 일본인 3,4세들이 많이 섞인 브라질 관광객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이 우리 선물 가게에 우연히 들어와 섞여 쇼핑하는 모습 장면인데, 이 두 부류의 일본인들은 외형적 용모만 빼면 전혀 다른 나라 사람들 같았다. 물론 브라질 일본인 후세들은 다른 브라질 관광객들과 행동거지가 닮긴 했으나 좀은 다름을 보였는데도 일본에서 온 순종 일본인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이런 나의 논조에 동의를 안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유대인은 2천 년을 외국에 흩어져 살았는데도 유대 근성을 그대로 유지하면 살았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 내가 지적한 것처럼 종족근성의 유지는 지역적 풍토와 종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말했는데, 유대인은 지역적 풍토는 바뀌었으나 지독한 종족적 종교의식(선민의식)을 고수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만큼 종교의 힘이 얼마나 지독한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유대인을 닮자. 유대인에게서 배우자. 우리의 이민을 곧잘 출애굽기에 비유하며 가나안 땅에서의 유대인을 닮자 말한다. 그럴까? 과연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형 모델일까? 그러나 나는 동의 못한다. 궁극적으로 세계는 하나며, 인간은 물론 모든 생물은 살 권리가 동등한 어떤 차별화도 인정할 수 없고, 선민이라는 의식은 세계평화에도 도움이 안 되는 잘못된 사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늘은 만인 만물 위를 덮고 있고 땅은 만인 만물을 떠받치고 있는 한결같은 것, 이 하늘과 땅은 결코 어떤 이들만을 위해 어떤 것만을 위해 째째하게 마음 쓰는 속물적 존재가 아니란 뜻이다. 하늘에 해는 만인만물에 골고루 비치며 기(에너지)을 주고, 땅에 물은 만인만물에 골고루 나누어 살게 한다.


 그렇다면 캐나다에서 대를 이어 살아갈 우리 후손들이 어떤 모양(기질)으로 살아가 주길 원하는가? 물론 나도 민족적 긍지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주길 원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지만, 타민족 눈총의 대상으로서 물위의 기름이 아니라 이들과 더불어 미래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슬기로운 후손이길 바라는 맘 간절하다.


 '한국사람은...' 하고 나오는 그 뒷말의 '할 수 없어' 라는 부정적 한민족 후손이 아니라, 정이 많고 부지런한 우리의 장점들만을 계승한, 이사회에 걸맞은 후손이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비록 우리 1세들이 '할 수 없어' 라는 비하의 대상일지라도, "나는 하늘텬해도 너는 하늘천해라"하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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