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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서의식
yeodongwon

 

 요즘 나는 캐나다 이민살이 같지 않게 한국방송을 보고 있다. 그런데 뉴스는 잘 안 본다. 속이 비틀려서다. 나만 살면 되는, 내 주장만이 있는, 내 추문은 로맨스요 남의 추문은 스캔들로 보는, 사회공동체 기본의식이 마비된 듯한 극도의 이기주의적 그쪽 사회 분위기가 보기 민망해서다. 우리 뒷마당만 깨끗하면 되고, 내 자식만 귀하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내것만 챙기면 장땡인, 막가자 식 사회 같아 불안해서다.


 하긴, 이렇게 비뚤게 보는 나의 의식이란 것도 나만은 깨끗한 열외적 입장에서 빈정거림을 즐기는,  그래서 괜히 "한국 사람은 어쩌고..." 하는 부정적 어투에 버릇이 들어 외국에 곧잘 비유, 엽전 의식으로 비하 경멸을 서슴지 않는 소영웅주의적 부류일 공산이 크다.


 그런데 오늘 나는 데모 군중들이 마구잡이로 약탈하며 날뛰는 아이티의 혼란을 TV로 보면서 4.19 당시 차원 높은 우리의 질서의식을 떠올리며 내 어깨에 힘이 실림을 느낀다. 그때 우리의 시민의식은 지구촌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단 한 건의 약탈은커녕 범죄율이 오히려 줄었었다는 사실에 나는 새삼 긍지를 느낀 것이다.


 LA 폭동 때, 후세인 정권이 쫓겨난 이라크 사태 때, 무슨 경기나 시합에서 챔피언이 되면 흥분한 군중이 거리로 몰려나와 약탈과 난동을 부리는 것이 공식처럼 돼버린 외국의 사례들과 견주어 보면 우리의 질서의식 수준은 감동 그 자체다. 데모대가 각 파출소를 접수할 시 치안에 들어갔고, 시민의 자율적 협조로 좀도둑 범죄조차 줄었다는 희한한 나라가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뿐인가, 월드컵 때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의 자발적 질서의식은 또 어떠했던가? 시청 앞 광장을 매운 백만에 가까운 시민이 버린 쓰레기가 빗자루로 쓴 듯했다는 일화가 어떻고, IMF라는 경제위란이 일어나자 장롱 깊숙이 보관해둔 금붙이들을 자진해서 국가에 헌납하는 운동이 노도처럼 일어났을 때 세계가 놀라지 않았던가.


 이같은 우리의 자발적 사회참여 의식은 오늘에만 있었던 깜짝 감정이 아니라 깊은 뿌리를 지닌 피에 흐르는 유전적 역사성을 지녔다는데 뿌듯한 자긍심을 갖는다.


 임진왜란 때 왕이 궁을 버리고 달아나버리자 왕궁에 몰려나온 분노한 군중에 의해 방화 약탈당한 사실이 못내 아쉬운 흠이긴 하나, 무력한 허수아비 관군을 대신하여 스스로 일어난 의병은 달랐다. 관군의 조직의 힘은 무력했으나 자연 발생적 자발적 참여로 끈질기게 저항한 목숨을 아끼지 않은 눈부신 의병활동은 화려하고, 예상을 뒤엎은 이 새로운 저항에 부닥친 괴수 풍신수길은 아연실색 했다.


 일제 36년, 일부 친일의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목숨과 재산을 조국에 바친 그 많은 애국선열이 있었기에, 그 이어지는 자랑스러운 전통성에 자긍심을 느끼는 우리 후손은 행복하다.


 국가 위란 때마다 일어나는 이러한 우리의 자연 발생적 국가 바로세우기 참여의식은 교육이나 훈련으로 이루어지는 표피적 형식이 아니라 유전적 인자에 흐르고 있는 민족의식의 전통성이라는 데 자랑스럽다.


 때로는 이 의식이 감정만을 앞세워 이성적 대처능력을 마비시키는 결함을 지니고 있음도 우리는 냉철히 인정해야 한다. 우리 것이 있다면 남의 것도 있음을 인정하는 우주적 민주 의식에 눈을 감지 말았으면 하는 내 우려가 기우이길 빈다. 조국을 무한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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