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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1)
yeodongwon

 

 

경찰을 보면 그 나라가 보인다(1)

 

 

 외국에 갔을 때 경찰을 보고, 그리고 택시를 타보면 그 나라의 반이 보인다. 경찰을 보면 그 나라의 질서가 보이고, 택시를 타보면 그 나라 사람의 질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질서와 사람의 질은 곧 그 나라의 모습이니, 어떤 사람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며 살고 있는가가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 나라의 거울인 경찰 보기에 남달리 관심이 많은지 모른다.

 

 물론 나의 이 경찰 보기란 것은 그들의 내부적 속사정(승진, 인사, 행정 같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드러나 보이는 겉모습에 불과하나, 따지고 보면 경찰 본연의 임무란 대민적 국가 질서에 있는 것이니, 경찰의 본 모습의 99%는 시민의 눈에 비친 그대로가 아니겠는가.

 

 80년대 초 내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손을 들어 탔는데, 타자마자 운전사가 경찰에게 걸렸다고 울상을 했다. 지정장소 아닌 곳에서 손님을 태웠기 때문이란다.

 

 나는 운전사 뒷좌석에 앉아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운전사와 경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경찰은 뒷좌석의 내 눈치를 힐끗 보더니만 운전사가 면허증 사이에 끼워 넣은 돈을 그대로 되돌려 주면서 딱지를 떼었고, 운전사는 혼자 말로 "오늘은 약발이 안 드는군" 하고 한숨을 쉰다. 그럴 때는 뇌물이 통하는 것이 관례였는지 모르나, "아직 멀었구나!" 씁쓸했다.

 

 나는 평생을 경찰서와 법원 쪽과는 마치 술 담배를 멀리하듯 인연을 멀리하며 살아온 소시민인데, 소시민이 소시민답게 마음 편히 살게끔 해주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 하겠고, 그렇게 하는 중앙 일선의 경찰의 역할이 있으니 그 중요성의 자부심은 그에 따르는 권위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이곳의 경찰은 국가적으로(급여) 사회적으로(존경) 그런 대우를 받고 근무하고 있다 하겠다.

 

 세계를 다녀보면 사회가 가지런하게 자리 잡힌 보기 좋은 나라의 경찰은 걸음걸이부터가 우리 옛 양반의 걸음을 닮아 어슬렁 어슬렁(주로 2인조) 평화스럽게 걸어 다니는데, 시민들은 그렇게 그냥 걸어다녀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낀다.

 

 그러나 목하 시끄럽고 어지러운 나라 경찰의 발걸음은 안전감이 없고 바쁘기만 한, 두리번 두리번 뭔가 한탕을 찾는 듯한 찌든 모습인데, 시민들은 귀찮은 듯 피하는 눈치다.

 

 이곳 아이들은 경찰 아저씨를 어려워하면서도 좋아한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나 프로선수를 따르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접근하고 싶어 하고 말을 걸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무적 외에는 경찰 쪽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악당을 물리쳐주는 슈퍼맨으로 여기며, 그래서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경찰이나 소방관이 많고, 장난감 중에도 경찰과 소방관에 관한 것이 많다.

 

 경찰이 하는 일은 모든 것이 옳다고 여겨 순순히 따르고 협조한다. 어떤 사건이 나면(사소한 사건에도) 경찰이 와 주기를 원해 걸핏하면 911(비상번호)을 돌린다. 911은 세살배기도 알고 있어 심장마비로 쓰러진 할머니를 구해준 일화가 신문에 난 일도 있다.

 

 듣기로는 한국에서는 경찰을 우습게 알아 시민과 경찰 간에 말싸움이 잦다고 한다. 나는 외국생활 45년에 범죄자가 아닌 시민과 경찰 간에 말싸움이나 몸싸움을 하는 장면을 본 일이 없다. 만약 부당하다고 여기면 법정에서 해결한다. 그만큼 경찰의 사회적 권위가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권위는 중요하다. 억지로 만들어진 허풍선 권위가 아니라 몸에서 풍기는 전문성 권위의식(프로의식)을 말한다.

 

 만약 각 분야에서 그에 걸맞은 직업권위가 외부에 먹혀들지 않으면 그 효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의 권위, 성직자의 권위, 선생의 권위, 의사의 권위, 그리고 경찰의 권위가 서 있지 않으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 5년에 천문학적 거액을 사과 상자로 해 먹고서야 대통령의 권위는 볼장 다 본 것이다.

 

 서로간에 상대의 직업적 권위를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는 그런 믿음의 사회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살 맛 나는 사회인가. 그런 사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 타령에 이기심이 가득 찬, 법질서가 서툰 곳에서는 국민소득 만 불, 2만 불에도 개선되지 못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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