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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때리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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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때리기’ 유감

 

 한동안 온나라가 떠들썩하게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대한항공 조현아부사장의 터무니없는 갑질에 의한 ‘땅콩회항’사건이 조씨에게 1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일단 마무리되었다. 조씨는 피해 직원들을 위한 위로금조로 1억원씩의 공탁금을 걸어놓고 항소를 했다고 하니 향후 재판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행패를 부려 세상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소위 ’갑질’행태는 늘 있어 왔다. 
 

지난 해 세월호사고로 온 나라가 들끓고 몸살을 앓고 있을 당시 야당의 한 여성국회의원과 세월호가족대표들이 어울려 술을 마신 후 자신들을 태우기 위해 나온 대리기사에게 욕설과 반말을 하는가 하면 폭행까지 저지른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여성의원은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하며 자기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명함을 건넨 뒤 이 실랑이 장면을 본 한 행인이 “요즘에는 이런 거 인터넷에 올리시면 됩니다”라고 말하자, 기사를 가리키며 명함을 빼앗으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어서 폭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보다 앞서 2013년 5월에는 남양유업의 젊은 영업사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막말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직원이 ‘밀어내기’를 강요하며 재품을 강매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폭언을 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이 일로 그렇잖아도 경제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거세지던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큰 뉴스가 되는 갑질의 사례는 이따금씩 언론을 장식하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크고 작은 갑질의 사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대체로 갑의 위치에 서는 일이 많은 사람도 있고 일상적으로 을의 위치에 설 때가 많은 사람이 있지만, ‘언제나 갑’이거나 ‘언제나 을’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갑질’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마다 자주 듣는 말 중에 아주 귀에 거슬리고 못 마땅한 말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은…”이라거나 좀 더 심한 경우 “조선X들은…”이라고 하면서, 마치 이런 나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비단 갑질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어떤 나쁜 사회적 현상을 지적할 때 흔히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언젠가 어느 대학교수가 쓴 신문칼럼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주차할 곳을 찾는데 빈자리라곤 장애인자리뿐이다. 거기라도 주차할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 때 건장해 보이는 운전자가 장애인자리에 주차한 후 내리는 걸 봤다. 비장애인이 불법주차를 했나 싶어 차를 살펴보니 장애인 자동차표시가 붙어 있다.

장애인과 함께 살지도 않는 보호자나 가족이 장애인 자동차표시를 발급받아 각종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어떻게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 캐나다에 20여년을 살면서 장애인 표시를 달고 장애인주차공간에 차를 대는 차를 수없이 봐 왔지만, 겉으로 보기에 장애인처럼 보이는 운전자를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그 사람들은 모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정말 장애인이 맞는 걸까?


 갑질은 한국사람들만 가진 고약한 버릇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엔 어디에나 있는 현상이다. 이는 실험경제학에서 활용되는 ‘독재자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공평성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피실험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으로 스위스 연구팀이 권력과 부패의 인과관계연구에 이 게임을 적용해 봤다. 게임은 일정액의 돈을 배분할 절대적인 권한이 주어진 ‘갑’과 아무런 결정권 없이 주는대로 받아야 하는 ‘을’이 일련의 연속 라운드를 반복한다. 


 갑에게 일정액의 돈을 주고 을과 나눠 가지되 얼마를 나눠줄지는 갑이 마음대로 정하게 한 후 갑이 을에게 나눠주는 액수의 추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권한과 권력을 맛본 갑은 점차 타락해가면서 갈수록 을에게 주는 돈을 줄였다. 애당초 부정직했던 이는 더욱 부패한 행동을 보였고, 정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데 익숙해져 갔다. 을에게 한 푼도 주지 않으려는 갑도 생겨났다. 공익을 해친다는 걸 알면서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고, 예외가 없었다. 추종하는 을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갑은 더욱더 극악해졌다.
 

이처럼 갑질이나 꼼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고,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어디에나 있는 현상이며 요즘들어 새삼스레 생긴 현상도 아니다. 물론 “그러니까 문제 될 게 없다.”거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다만 그런 일을 말할 때 제발 “한국사람들은…”이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버릇이야말로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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