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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입문 세설(時調入門 細說) (1)
srkang

 

-첫 장 


정유년(丁酉年) 사월, 본의 아니게 시조에 대하여 문협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었다. 남의 앞에 서는 일이 영 서툰 나에겐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참 난감한 허락을 구하고 있는 협회에 서너 번 거절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강단에 서게 된 일은 아직도 낯 뜨겁게 느껴진다. 


어찌 되었든 강의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 일로 시조시인도 나왔으니 다행이긴 하였다. 대충 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시조(時調)는 한국고유의 정형시로서 우리 민족 고유의 얼(魂)과 정서를 담아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문학이다. 시(詩)가 아니고 시간과 때를 나타내는 시(時)로 쓰는 이유는 당대의 정서와 시대상황을 담은 문학양식이기 때문이다. 고려 중기에 발생하여, 고려 말에 그 형식이 확립되어, 조선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창작되어 온 우리민족의 고유 정형시라 할 수 있다.


갑오경장 이전의 시조를 고시조 또는 옛시조라 말하고, 갑오경장 이후를 현대시조라 부른다. 


시조의 기본 형식 


시조는 총 3장 6구 12음보로 되어있고, 종장의 첫 음보는 3자로 고정이다. 4음보의 율격 유지, 3장 6구 12음보로서 45자 내외,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3글자 고정되어야 시조로서의 형식을 갖는다.


1. 형식에 맞아야 한다. (3 4 3 4 /3 4 3 4/ 3 5 4 3)
2. 초, 중, 종장이 있다.
3. 어떤 경우에도 종장의 첫 음보는 3자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초장: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3 4 3 4 율격) (2구) (4음보)
중장: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종장: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3 5 4 3)


다시 설명해 보면, *초장 중장 종장 총 3장, *각 장마다 2구(두음보가 1구) (3x2) 총6구, *각 장마다 4음보(3x4) 총 12 음보, *종장의 첫 수는 3자로 불변이다.


남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창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모방에서부터 창작으로 예술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 문화의 발달 요인으로서 인간의 본능은 유행, 전통, 습관 등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많이 읽고 나의 것으로 소화되어 창작에 불을 지피는 일이다. 쓰고 또 쓰면서 원고지로 휴지통을 채워 볼 일이다.


강의가 끝나 집에 오면 벌써 카톡의 진동음이 나를 흔든다. 그 사이 시조 한 수를 거든히 옮겨 보내는 시조시인의 탄생 소리다. 반갑고 보람이 이는 내 맘의 진동소리가 카톡음과 더불어 흔들린다. 


열심히 보내오는 글에 아직 그들이 들을 수 없었던 아주 작은 미세한 느낌을 내가 보태어 보면 서로에게 기쁨이고, 그래서 한편의 시조가 탄생하는 것을 본다. 나도 누군가를 위하여 쓰임이 되는 순간을 맞보는 일은 참 보람된다. 


다음 강의를 위하여 나는 부지런히 준비하고 밤잠을 설치는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면 부끄러운 일인가. 첫 장을 마치고 둘째 장을 준비하는 마음이 급하다.


사월은 Apple, Pear, Plum 등이 한창 꽃을 피우고 벌들이 부지런히 날고 있다. 과일이 열릴 즈음 열심을 내었던 오늘의 문하생들은 훌륭한 시조를 쓰고 발표하게 되리라 여겨진다.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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