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kang39
캐나다 加人 강신봉
전 캐나다한인총연합회장, 전 토론토한인회장, 요크한국인학교 설립교장, 김치캐나다사장, 전 스코필드박사동상건립위원장,전 무궁화사랑모임창립회장, 토론토흥사단창립지부장, 대한민국국민훈장목련장, 역사문화원장

캐나다 문협회원.현 GTA한카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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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해설(22)-패전(敗戰)은 장수(將帥)의 책임
samkang39

 

앞서 구변편(九變便)에서 9가지 장수의 조건을 보았다. 이 조건들은 장수가 승리를 거두기 위한 조건들이다. 반면, 여기에서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장수의 잘못으로 패전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실패의 경우에는 크게 6가지가 있다. 주(走), 이(弛), 함(陷), 붕(崩), 난(亂), 배(北)가 그것이다.


(1)주(走) - 이 한자는 ‘달릴 주’, ‘달아날 주’라고 풀이되어 있다. 아군과 적군의 병력이 비슷한데, 적군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곳을 공격한다면 이는 아주 미련한 짓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작전상 후퇴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를 주(走)라고 한다. 달아나란 말이다. 


아군의 병력이 적군의 10배이면 포위공격을 한다. 그러면 적군이 지레 겁을 먹고 항복할 것이기에 구태여 싸울 필요가 없다. 반대로 적군의 전력이 아군의 10배이면 아군의 병사들은 겁을 먹고 도망쳐야 할 것이다. 지는 싸움을 뻔히 알면서 대드는 병사가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인데도 “진격하라!” 명령을 내린다면 어느 병사가 따르겠는가? 


임진왜란 발발 초기에, 우리 군대는 소규모 왜구들의 침입에 대비한 편제를 갖추고 있었다. 전라좌수영의 군대가 모두 한 곳에 집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성에 1척, 녹도에 2척 등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들이 한 곳에 모이려면 2-3일이 걸린다. 


부산포에 왜군 700척이 갑자기 침입해 들어왔을 때에 이 흩어진 배들을 모을 수가 없었다. 결국 왜군에게 궤멸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에 차라리 후퇴를 하던지 달아났다면 그렇게 전멸을 당하지는 아니 했을 것이다. 


(2)이(弛) - 이 글자는 ‘느슨할 이’, ‘활시위 풀릴 이’, ‘쉬게 할 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병사들은 강한데 부사관들이 약한 경우를 이(弛)라고 한다. 부대에는 사단장이 있고, 대대장이 있고, 중대장이 있지만, 실무를 맡아 움직이는 것은 부사관들이다. 


그래서 부사관들이 열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이는 시위가 풀려진 활(弛)처럼 부대가 흐늘흐늘 해 망조가 드는 것이다. 실로 병사들을 이끌고 진격을 명령하고 방향을 지시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지휘하는 최전방의 행동대장은 부사관들인 것이다. 


(3)함(陷) - 이 한자는 함몰(陷沒)한다는 뜻이다. 장교와 부사관들은 강한데 병사들이 약한 경우를 함(陷)이라고 한다. 실전에서 적군과 맞붙어서 싸우는 것은 병사들이다. 병사들이 싸우지 않으면 그 군대는 함정(陷)에 빠진 것처럼 꼼짝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땅이 꺼지는 것같이 병사들이 무너지면 그 싸움은 백전백패다. 


병자호란 때에, 인조가 청태종의 군대에게 포위되어 있던 남한산성 아래 쌍령고개에는 4만 명의 근왕병(勤王兵)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군사훈련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는 농민들이었다.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청나라 기마병 30명이 먼저 공격을 해왔는데, 조선군은 겁에 질려 적군이 사정 거리에 들어오기도 전에 사격을 개시하여, 정작 적군이 가까이 왔을 때에는 화약이 다 떨어져 총을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었다.


총알이 다 떨어져 대오가 무너지고 오합지졸이 된 조선군을 향해 청나라 기병 300명이 무서운 기세로 진격해 들어 왔고, 조선군은 도망을 치느라 아군끼리 서로 밟고 밟히는 참상이 벌어졌다. 


그 현장에서 2만 명이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남한산정에서 이 꼴을 목도한 인조는 삼전도로 내려가 항복의 굴욕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논어(論語)>에 “훈련 받지 못한 백성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은 그들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4)붕(崩) - 이 한자는 ‘산 무너질 붕’, ‘천자 죽을 붕’ 자다. 산이 무너지거나 천자가 죽는다는 뜻은 곧 최고의 체계가 무너짐을 뜻한다. 장수가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피라미드 형을 이루는 장수의 정점에서 하향식의 장교 조직으로 명령이 하달 되는데, 이 장수의 명령에 불복을 해 명령계통이 통제가 안 되는 경우를 붕(崩)이라고 한다. 이 피라미드형 명령체계에 혼선이 오면 이미 군율의 기강은 무너진 것이고, 전투작전은 불가해지는 것이다. 


(5)난(亂) - 장수가 엄하지 않고, 명령이 분명치 못하며, 병사들이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난(亂)이라고 한다. 장수가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명령을 번복하던지, 취소를 하던지 하면 병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헛것인 것이다. 


유성룡이 남긴 임진왜란의 기록 <징비록>에, 이순신의 뒤를 이어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에 대해 이렇게 언급되어 있다. “좋아하는 첩을 데려다 그 집에서 살며 이중으로 울타리를 하여 안팎을 막아 놓아서 장수들도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이 드물었다. 또 술 마시기를 좋아해 날마다 술주정과 성내는 것을 일삼았다.”


첩은커녕, 가족과도 따로 살며 절제된 생활을 한 이순신에게 익숙한 장교들에게, 원균의 이런 모습은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상사에 대한 충성심도 생길 리 없었다. 부하들의 마음은 곧 돌아섰다.


이덕형은 한산도를 방문한 뒤에 조정에 보고서를 올렸다. “이순신이 잡혀가고 원균이 대신 통제사로 갔을 때, 지난날 이순신의 막료였던 장수들이 원균과는 더불어 상의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위치는 매우 고립된 상태다.” 장수로서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한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전멸을 당했다. 


(6)배(北) - 이는 ‘북녘 북’자가 아니고 ‘달아날 배’자다. 장수가 적의 전력을 잘 못 분석하여, 적은 병력으로 많은 적군을 상대하거나, 약한 부대가 강한 부대를 공격하게 해, 아무도 병사들이 앞장을 서서 진격을 하지 않으려 할 경우를 北(배)라고 한다.


아군의 약점을 적군에게 들키면, 병사들은 달아날(北)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이 고조될 무렵, 유성룡이 신립 장군을 만나서 물었다. “조만간 전쟁이 터지면 공의 어깨가 무겁소. 공은 적의 군사력을 어떻게 보고 있소?” 


신립은 우려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듯이 아주 자신만만했다. 유성룡은 신립이 적군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아 핵심을 좀 더 분명하게 짚어줬다. “왜군은 조총이 있어서 그리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소이다”


하지만 신립은 여전히 코웃음을 치며 말을 했다. “조총이 있더라도 쏘는 대로 다 말기야 하겠습니까?” 신립은 이렇게 조총을 무시하고 적을 얕잡아 보다가 자기 자신이 탄금대에서 조총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싸움을 하자면 최상위 장수에서부터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시작은 역시 장수다. <오자병법>은 “전쟁에서의 결정적 요인과 조건은 오로지 군사를 잘 다스리는 데에 있다(以治爲勝 이치위승)”고 했다. 잘 다스리기 위하여는 많은 숫자보다는 적은 숫자가 낫다. 그래서 군대에는 반드시 중간 간부가 있어야 한다. 


군단-사단-여단-대대-중대-소대 라는 편제가 있는 까닭은 잘 다스리기 위한 편제인 것이다. <한비자>에서는 “현명한 군주는 자기의 관리를 다스리지, 백성을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明主治吏不治民 명주치리불치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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