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06 전체: 519,708 )
‘동시효빈(東施效?)’
namsukpark

 

 꽃샘추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을 두고 풍류를 즐기는 이는 ‘매화꽃나무’로, 열매의 실리(實利)를 앞세우는 이에겐 ‘매실(梅實)나무’로 불린다지요? 생각의 결은 다르지만 ‘약자에게 부여하는 심리적인 애착’을 의미하는 ‘언더독 효과’ (Underdog effect)가 있다. 투견(鬪犬)에서 밑에 깔려있던 개가 반전(反轉)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방을 꺾었을 때 느끼는 유쾌•상쾌•통쾌함은 우리들에게 카다르시스(Catharsis)를 일으킨다. 


 미세한 움직임도 예민하게 살피는 견공(犬公)의 눈(眼)에 비춰진 눈(雪)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녹색과 검은 회색의 일부만을 구분할 수 있는 개의 시력에 세상은 흑백으로만 나눠진 새로운 변화에 개는 마냥 신기할 뿐이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마치 세상을 전부 얻은 냥 마구 뒹굴며 뛰어 노니는 걸 보면 추운지방에서 살았던 늑대가 조상인 개는 본능적으로 체온을 유지 시키려고 뛰어다닌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어느 분야에서든 10여 년 간 정상을 지켜내기란 여간 쉽지 않을 일이다. 신체적인 기능이 가장 중요한 운동선수들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서 세 번이나 정상에 오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하게 한 종목에서 그 어려운 3연패의 위업을 이뤄낸 선수도 있다. ‘빙속 황제’라 불리는 스벤 크라머(32ㆍ네덜란드)다. 남자선수로선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6분9초76)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밴쿠버, 소치에 이어 3연패에 성공했다. 


 작은 실수 하나에 올림픽 3연패의 꿈이 물거품 됐거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받아들이는 선수도 있다. 크로스컨트리 3연패에 도전을 하던 노르웨이의 마리트 비에르옌(38)은 15㎞ 스키애슬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후 “나는 한창 나이를 지났고 젊은 선수들의 실력은 늘고 있다”며 “내가 이곳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밴쿠버, 소치에서 바이애슬론 여자7.5㎞종목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아나스타시야 쿠즈미나는 13위에 그쳤지만, 면역질환을 이겨내고 재기(再起)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커다란 만족감을 드러냈다. 


 페어플레이(Fair Play)를 기치로 내세웠을지언정,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며 이의(異意)를 제기(提起)했어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문제점이 없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산 경우도 있었다. 심판의 오심(誤審)과 부당함을 꼬집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提訴)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김연아 선수는 소치올림픽 인터뷰에서 “금메달이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한테 갔다고 생각한다.”는 명언을 남겼을까. 메달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공정과 경쟁’이라는 기본은 외면한 채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의 볼썽사나운 민낯이 도마 위에 또 다시 올랐다. 올림픽 때마다 뿌리 깊은 내분과 파벌문제는 지적됐지만, 어찌 금메달만 따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부지 해왔다니 말이다. 불평등과 부조리에서 선수들을 볼모로 삼았고, 서로가 네 탓을 일삼던 지도부의 헤게모니 다툼은 공멸(共滅)의 지름길을 재촉해온 게 아니었을까.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듯 국민모두가 바라긴 메달획득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나물에 그 밥’인 연맹인사들 다 쳐내자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혼돈에 처해진 때일수록 진정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는 의미(意味)있는 말로 들리고, 그 빛을 구분하는 시절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상만사 후회와 아쉬움을 반복하는 일이 새삼스럽진 않다고들 말하지만, 영악한 사람들은 0.01%라는 수치(數値)가 얼마나 큰 몫인지를 익히 아는 모양이다. 승리의 기쁨은 온전히 국민들과 함께 나누도록 했어야 마땅할 일이다. ‘덩달아 흉내삼거나, 남의 결점인데도 장점으로 잘못알고 따라함’을 두고 ‘동시효빈(東施效?)’이라 에둘렀을지언정 삶의 도전과 성찰(省察)은 무엇이었는지요.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대~한국민 여러분은 이 나라의 챔피언에 틀림없습니다!” “Gracias a la Vida”의 노랫말을 상기해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고개를 조금만 돌려도/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자기가 제일인냥 활짝들 피었답니다.//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꽃들 가득한 세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4월이 문을 엽니다.” [이해인 <4월의 시>]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