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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嚴冬雪寒)
namsukpark

 

 지난 크리스마스에 내린 눈이 새해를 전후로 내린 폭설과 함께 쌓여 있으며, 추위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한다. 텅 빈 들판에 함박눈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데 한파까지 기승을 부려 쌓인 눈이 녹을 기미가 없어 뵌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갔다가 동사(凍死)했다느니, 대한에 얼어 죽는 사람은 없어도 소한에는 있다’는 속담은 강추위가 대한보다 더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소한을 전후 한 때임을 에둘러 말해준다. 입춘(立春)도 머지않다지만 꽃샘추위에도 김칫독이 깨진다하니 아무렴 방심은 금물이겠다. 


 24절기는 달의 운동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음력을 보완키 위해 태양력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절기가 음력이 아닌 양력의 날짜에 맞춰져 있음은 이 때문이다. 달력을 보면 24절기는 대개 양력으로 매월 4~8일과 19~23일 사이에 걸쳐있다. 정초(正初)를 알리는 절기답게 소한은 한 해를 가늠하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소한 추위라며 온 몸을 사리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미국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한 눈폭풍과 이상한파로 약 1억명이 영향을 받으면서 가장 추운 겨울에 고통 받고 있다. 뉴햄프셔주 마운트 워싱턴의 실제 기온은 -38°C였지만 체감온도는 144㎞/h의 강풍이 몰아쳐 -69.4°C까지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기록되게 됐다. 기록적인 강추위는 버몬트 주 벌링턴으로 부터 필라델피아, 뉴욕, 코네티컷 주 하트포드에 이르기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 전역을 강타했다. 


 캐나다에서도 혹독한 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집 유리창에 균열이 가는 등 이상 현상이 속출하고 해당지역 주민들은 SNS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며 기상캐스터를 자처한다는 소식이다. 위니펙의 한 남성은 컵에 담긴 물을 공중으로 흩뿌리자 땅에 떨어질 새도 없이 얼어버리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매년 이맘때면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수백 명이 단체로 호수에 앞 다퉈 뛰어드는 ‘북극곰 수영대회(Polar bear plunge)’는 매섭기 짝 없는 추위로 인해 온타리오,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등 일부 지역에선 개최가 취소됐다. CNN은 이 소식을 전하며 “동상과 저(底)체온증 위험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차디찬 물속에 뛰어드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한편으론 아쉬워 할 것 같기도 하다”는 너스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한계는 곧 내가 갖고 있는 언어의 한계”라는 Ludwig Wittgenstein의 주장을 생각해본다. 나이 들어갈수록 행동거지가 마음가짐을 따르지 못해도 현명한 선택은 저마다의 몫이어야 할 테다. 해마다 더하는 연륜과 어깨가 구부정해지고 성긋해지던 머리숱 벗겨져 빛나리가 된 줄도 모르고 지나쳤다손 삶에 대한 열정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 테다. 온갖 시련을 인내하고 난 뒤에 얻을 수 있는 건 성공의 기쁨과 흐뭇한 보람일 것이다. 


 삶을 영위해가는 인간의 생활변화는 자연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믿고 받들어가며 섬기는 종교를 애써가며 권면하시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여쭙지도 않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믿으면 영생을 얻고 아니면 지옥”이라며 길을 막아선다면 글쎄다. 그 뉘시라 ‘속 빈 강정’같은 상대편의 말은 귀담으려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려드는 자가당착(自家撞着)부터 살펴보심이 어떠하실는지요. 


 다가오는 1월31일에 두둥실 떠오를 보름달은 1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인 ‘Super Moon’이며 한 달에 두 번째 보름달이 뜨는 ‘Blue Moon’이고, 개기월식으로 인하여 붉게 보인다는 ‘Blood Moon’까지 겹치는 것으로 세기(世紀)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희귀한 현상이라 한다. 천체(天體)의 변화를 지켜보는 관심을 기울여봄직도 하겠다. 


 “나무를 찾아 가지를 잡음은 그리 기특한 일이 아니니 / 벼랑에 매달렸을 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네 / 물은 차고 밤은 싸늘하여 고기를 낚기 어려우니 / 빈 배에 달빛 싣고 돌아가네.(得樹攀枝未足奇 / 懸崖撒手丈夫兒 / 水寒夜冷魚難覓 / 留得空船載月歸)”[야부도천(冶父道川)] 위의 시는 선종수행(禪宗修行)을 하는 납자(衲子)가 타성일편(打成一片)하여 백척간두(百尺竿頭)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의 자세를 읊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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