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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d´ej‘a vu)
namsukpark

 

 “물이 아무리 빨리 흘러도 주위는 늘 고요하고, 꽃이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閑)” 채근담(菜根譚)에서 일러주는 마음의 양식이다. 릴케가 노래한 위대했던 지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숨고르기 시작한지 엊그제인데 길섶의 마른풀잎에도 아침이슬 영롱(玲瓏)하다. 


 처음 찾아간 곳인데 전에 와 본 적이 있다고 느껴짐과 같은 낯설지 않음을 두고 ‘데자뷔(d´ej‘a vu)’ 또는 ‘기시감(旣視感)’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던 기억이 유사한 경험을 만났을 때에 되살아나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느끼는 뇌의 신경화학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해석’을 한 프랑스 심리학자 에밀 부아라크가 처음 썼다고 한다. 


 지난 8월21일 오전 10시15분 미국 Oregon주를 시작으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 현상 ‘개기일식(皆旣日蝕)’이 일어났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와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의 각(角)이 어긋나 있어 부분일식(部分日蝕)은 자주 일어나지만 개기일식은 통상 2년마다 한 번씩 궤도 선상에 태양-달-지구 순으로 늘어서면서 발생한다고 한다. ‘해를 품는 달’의 진기한 모습을 하늘의 저주와 재앙의 상징처럼 여긴 시절도 머잖은 옛이야기다. 


 한국도 ‘인구 절벽’에 진입했다는 뉴스다.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이 예상(2032년)보다 10년쯤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위기가 기회라는 표현이 결코 적절치 않지만, 저출산(低出産)?초고령화(超高齡化)에다가 11%를 넘어선 청년 실업이 심각해진 사회가 되어가면서 인식의 전환도 절실 하다뿐만이 아니다. 


 “The best there is and ever was.” 융성하던 주권국가가 위기에 빠져드는 것은 외부 요인(要因)뿐만이 아닐 테다. 진실과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는 우리들이 지난역사에서 이르는 교훈에 겸허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야할 일이다. 


 폴란드와 한국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슬픈 사실은 국제정치는 늘 냉혹하기 짝이 없고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문재인정부가 내세웠던 ‘전략적 모호성(模糊性)’을 두고 “한국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국가적•이념적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다”며 의혹의 눈길과 평가를 감추려들지 않는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속에 ‘평화가 민생’이라던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기조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국과 그 우방에 대한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국 역시 군사적 옵션을 수시로 거론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조성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긴장 국면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마땅한 해법이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한국을 향해 ‘그들은 하나밖에 모른다’고 언급, 평화적•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18회계연도 예산안 429조원 가운데 복지 예산을 12.9% 늘려 146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전체 예산의 1/3이 넘는 사상 초유의 일로서 복지 지출에 드는 돈을 확보하려고 내년 예산에서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은 20%나 삭감했다. 전례(前例) 없는 일이다고 민간 경제연구소가 보고서를 내며 내년 예산안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부터 복지지출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고 재원조달(財源調達)의 방안도 구체적으로 짜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파탄이 난 그리스, 재원 마련에 실패해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무상복지(無償福祉)로 선심(善心)이라도 쓰듯이 나눠주는 것 못잖게 사회 인프라를 보다 잘 구축하는 것도 경제 살리고 국민들 삶의 질(質)을 향상시켜가며 국가 백년대계를 이룩하는 데 중요하지 않을는지? 크고 작은 논란에 콩이야! 아니야! 팥이야! 끊일 틈새가 없어 뵌다. ‘지공대사’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지하철 무임승차하는 노인네들’을 비아냥대는 뜻이겠거니 지레짐작은 했다. 


 하기야 나이 드신 분들은 한때 젊어도 봤지만, 젊은이들은 언제 늙어본 적이 없어 그러려니 이해는 되지만, 짓밟듯이 무시하려들진 마시라.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한하운(韓何雲)의 시초(詩抄),『보리피리』中에서] 


 “野飯魚羹何處無(거친 밥과 생선국이 어디엔들 없겠는가) 不將身作擊官奴(이 몸은 벼슬의 노예 되어 얽매이지 않으리) 陶朱范?逃名姓(도주공 범려는 이름과 성(姓)마저 숨겼지만) 那似烟波一釣徒(어찌 안개 낀 물결위의 낚시꾼과 같을쏘냐)” [예찬(倪瓚)/元),《기왕숙명(寄王叔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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