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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世代)는 다를지언정…
namsukpark

 
 
 삼복(三伏) 더위를 겪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은 동장군과 차이를 느끼지만, 더우면 그런대로 이마에 찌든 땀이 흘러내려 좋고, 숨 막히도록 덥거든 북풍한설을 앞당겨 생각해보니 소슬바람이 불어와 주어 좋다마다. 옛것을 익히다 보면 옛것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고 한다. 사물에 대한 생각이 해맑아도 뜻하지 않게 무너져 내리게 해서야 아니 될 일이다. 


 임금님의 1식13찬(1食13饌)이 기본인 수랏상처럼 균형 잡힌 식단에 다다익선(多多益善)도 좋다지만, 아무렴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줄도 알아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간소한 끼니로 만족할 줄도 아는 우리들이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손꼽힌 삼계탕은 인삼, 찹쌀, 호두, 대추처럼 건강에 좋은 것들이 듬뿍 들어있어 간혹은 호사를 부릴 때가 있지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권해가며 나눠먹는 맛은 여느 것과 비교할 바 아니다. 


 “먼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했지만 의좋은 형제가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해가며 형은 아우에게 아우는 형에게 서로의 볏단을 남몰래 전해주며 우애를 나눴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얘기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우애(友愛)와 사랑을 실천한 의좋은 형제의 얼을 이어받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며 애쓰는 모습도 서로 보였으면 하지만 너나 잘해~ 빈정거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만사 이래저래 마음먹기 달렸다지요.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 타이틀로 face book에 글을 올려주신 이병태 KAIST교수의 진솔한 권면과 소신에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에 눈시울을 흠뻑 적셨다. 내가 지녔던 생각과 관점이 다르다고 비판하려듦이 아닐진대 행여 반론인 냥 들리지나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아무렴 무조건적으로 동조를 구하진 않지만 너나없이 역지사지(易地思之)라도 했으면 얼마나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서이다. 


 “이 땅에 헬조선이라고 할 때, 이 땅이 살만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욕할 때 한 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 주기 바랍니다. 초등학교부터 오뉴월 태양 아래 학교 갔다 오자마자 책가방 팽개치고 밭으로 가서 김을 배고 저녁이면 쇠먹이를 거두려고 강가로 가고 겨울이면 땔감을 마련하려고 산으로 갔던 그런 분들을 처다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라. 초등학교 졸업하는 딸은 남의 집 식모로 보내면서 울었던 당신의 할머니를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라. 


 대기업이 착취를 한다고요?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갔던 그래서 국제미아가 되었던 당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를 물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라. 지금도 대학을 나오고도 우리나라에 불법 취업을 와서 노동자로 일하는 필리핀과 몽고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이야기 하라. 


 신혼 초에 아내와 어린 자식을 두고 지하 방 반간이라도 마련해 보려고 중동의 뙤약볕으로 건설 공사장의 인부로 갔던 당신의 삼촌들을 보고 그런 응석을 부려라. 월남전에서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를 갔던 당신의 앞 세대를 생각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라.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지 않나? 앞 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그리 부정하고 폄하하고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나? *중략(中略) 


 나는 회사에 취업해서 주 6일을 근무하던 때에 입사 첫해에 크리스마스 날 단 하루 쉬어 보았다. 공장창고의 재고를 맞추려고 퇴근 안하고 팬티만 입고 냉방도 안 되는 높다란 창고 위를 기어올라 부품을 세면서 생산을 정상화하려 애썼다. 그렇게 야근하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삼겹살인줄 알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무책임한 노조가 망가뜨리는 회사를 보아왔기에, 우리보다 잘사는 것으로 알았던 많은 나라들이 꼬꾸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잘 사는 사회인지 보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처럼 아프다고 못하고 힐링해야 한다고 응석을 부리지 못한다. 


 당신의 고결한 조부모와 부모들을 더 이상 능멸하지 말라. 당신들이 우습게 아는 대한민국 기업들 가발공장에 납품하는 하청업체부터 시작해서 배워서 지금까지 일군 것이다. 정부의 벤처 지원책도, 금융도 없었고, 대학도 없었고, 컨설팅 없이 자유수출공단에 진출한 일본인들에게 술 사주고 기생접대하면서 배우고 일궈낸 것들이다. 당신의 이모 고모가 그렇게 술 따르며 번 돈으로 동생들을 공부시켰다. 


 제발 응석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 우리 사회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뜰하게 공부하고 나서 비난해도 늦지 않다. 사람값이 싸다고 투덜대기 전에 누구 한번 월급 줘보고 그런 철없는 소리를 하고, 월급 보다 더 가치 있는 직원이라고 증명해라. 그런 직원 찾으려고 기업주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나는 당신들의 그 빈정거림과 무지에 화가 난다. 그러니 나보다 더 고생하고 생존자체를 위해 발버둥 쳐야만 했던 나의 앞 세대, 내 부모님 세대는 오죽하겠나? 당신들이 아프다고 할 때, 나는 그 유약하고 철없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당신들이 누리는 그 모든 것들, 스타벅스 커피, 스타크래프트 게임, 해외 배낭여행, 그 어떤 것들도 당신들이 이룬 것은 없다. 당신들은 지금 이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으로 지금 누리는 것에 보답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누리지 못했기에 당신들이 누리는 것을 보는 것으로 행복할 따름이고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조롱받을 아무런 이유는 없다. 당신의 앞 세대는 그저 물려받은 것 보다 몇 십 몇 백배로 일구어 넘겨준 죄 뿐이고 당신들에게 인생은 원래 고달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한 것뿐이다. 사기꾼들이 이 나라 밖 어디 천국이 있는 것처럼 거짓을 전파할 때 설마 저런 소리에 속을까하며 미리 막지 못한 죄 뿐이다. 당신의 부모들이 침묵하는 것은 어이가 없거나, 말해도 못 알아듣거나, 남보다 더 해주고 싶다는 한없는 자식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지 당신들의 응석이 옳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속으로 울화통이 터지거나 울고 계실 것이다. 나는 그렇다.” 


 꽃이 향기로 말하듯 우리도 향기로 말할 수 있었으면 오죽이겠습니다만… 살을 에듯 하는 삭풍(朔風)앞에 깜박이는 등잔불처럼 보여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지요.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도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 바닥을 뚫어도 물에는 자취가 없네.(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채근담(菜根譚)에서 이르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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