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66 전체: 519,868 )
꽃 피면 비바람 거세고
namsukpark

 

 

꽃 피면 비바람 거세고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을 위해 주님께서 몸소 겪으신 고난과 부활하심에 동참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쁨을 나누는 경건한 시간이다. 봄이 오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황홀해지기도 한다. “귀한 잔에 술 부어 그대에게 권하오니 부디 잔 넘친다며 사양치 말아주오” 하지만, 누군가에겐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테고, 뉘시라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착하거나 마땅찮은 이들을 가리지 않고 단비는 내리고 태양은 높이 떠올라 비춰주지만 꽃 피면 비바람이 거세어지기도 한다. 세상일은 어슷비슷한데 그렇잖은 경우는 또 다른 이유를 갖고 있을 테다.《논어(論語)》에 <死生有命 富貴在天>이란 가르침을 비틀어가며 “죽고 사는 건 명(命)에 있지 않고 부유하고 귀함은 돈에 있다(死生無命 富貴在錢)”하니 말씀이외다.

 

 

 대선을 24일 앞두고 후보 등록 첫날에 주요 5개 정당 후보 모두 등록을 마쳤단다. 마감은 내일인데, 벌써 13명이 출사표를 던져 역대 최다를 갱신한 모양이다. 언론의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기보단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우리주위엔 뜬구름 잡으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듯해도 그들이 기대하는 유일한 돌파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신(神)이 인간을 벌하려 할 때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리스 속담을 무심코 지나쳐버릴 일이 아닐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정신을 가다듬고 난 뒤에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들기 때문이다. 

 

 

 ‘옌틀로운 법칙(Law of Jante)’이 있다. 덴마크의 작가 악셀 산드모스가 1933년에 쓴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마을 ‘옌트’를 다스리는 평등의 법칙을 말한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나의 삶에 보다 충실할 것을 우리들에게 일러주고 있다.

 

첫째,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마라.

 

둘째, 모든 사람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셋째, 네가 다른 사람보다 영리할지는 몰라도 더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넷째, 모든 사람이 너만큼은 잘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섯째, 모든 사람이 너와 동등하다고 믿어야 한다.

 

일곱째,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아홉째,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열째, 누구한테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옌틀로운 법칙’은 세상사람 누구라도,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나보다 부족함이 없고 마땅히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말한다. 우리가 은연중에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질 때, 진심어린 배려가 힘들어진다. 더 나은 사람의 입장에 서게 되면 무의식중에 상대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고,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하게 되는 행동이나 말은 겉으로 제아무리 예의 있고, 부드러워 보여도 상대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원/달러 환율이 동반하락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보인다. 쥔장을 따라 아침산책길을 나선 견공(犬公)이 상추밭에서 힘줘가며 똥 누는 모습도 CCTV로 찍히는 마당이다. 삶이란 불분명하기도 하지만, 무릇 세상일을 에둘러 이르는 새옹지마(塞翁之馬)는 화(禍)가 복이 되기도 하고 복(福)이 화가 되기도 한다. 미리 앞당겨 걱정 삼을 일이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이를 데 없을 전화(戰禍)에 노출되는 건 오로지 우리들 몫이라는 것을, 행여 꿈결에서라도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초라하지만 인정이 배어 있는 어느 시골집 주인의 ‘멀건 죽 한 그릇’ 대접에 감사와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마음씨를 담아낸 김병연(金炳淵)의 시구(詩句)가 오늘따라 마음에 와 닿는다.

 

 

“네 다리 소반에 멀건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도네 (天光雲影共徘徊)

주인이여 면목 없다 말하지 마소 (主人莫道無顔色)

물에 비치는 청산이 나는 좋으니 (我愛靑山倒水來)”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