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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암 소식을 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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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암 소식을 듣고서 

 

 

 


제멋대로 버릇 없는 녀석이 
돌연 내 반으로 이주해 왔다.
끔찍한 저승사자의 얼굴이다.
이 골칫거리 녀석을 잘 다루어야만 한다.
수틀리면 나를 마구 발로 찰 기세를 하고 
잘 노는 아이들마다 이유도 없이 때리고 차기도 한다.
말 안듣는 문제아보다 더 골치 아프게 하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 녀석을 떼어내기란 
한 반이기에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숨어서 게릴라 전을 펼치는 강적이기도 하고 
좀비가 되어 교사와 급우들의 영육을 갉아먹는다.

 


새로 전학 온 문제의 그 아이와 친해지기로 했다.
먼저 세심하게 놀이를 해주는 것이다. 
“너 배드민턴 칠래? 이리와 내 공을 세어봐라.”
“싫어요, 싫어!”
그러나 나는 녀석 주위에서 배드민턴 공을 쳐본다. 
숫자를 세면서 이리저리 날아가는 공을 친다. 
그러자 녀석도 나를 따라서 곧잘 숫자를 센다. 
흥이 났는지 내가 실수를 하면 까르륵 웃기도 한다.
그리고 자꾸만 내게 따라붙는다.
제법 내게 친한 친구 흉내를 내기도 한다. 
먼저 자신도 배드민턴 채를 들고 숫자를 세어보면서 
혼자 하늘을 향해 공을 힘차게 쳐본다. 
나와 함께 착하게 놀아보겠다는 몸짓 언어이다.

 


나도 녀석의 공을 따라 숫자를 세어주고 
아주 잘했다고 칭찬도 덧붙여 준다.
미소 짓는 녀석은 제법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언제까지나 제 부모가 녀석을 데려갈 때까지도
오늘 주어진 시간 동안 녀석을 별다른 문제없이 
잘 보살펴주는 것이 내 임무였다. 
녀석과 작별 인사를 한 나는 안도의 숨결 속에 귀가를 하리라. 
마침내 온 가족이 마주 앉은 식탁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님이 켜놓은 생명의 램프 불빛을 오래 두고 응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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