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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새를 추억하면서
macho

 

로빈 새를 추억하면서 

 

 


 
공중의 새들도 천부가 기르신다고 했던가?
몇해 전 로빈 새가 우리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을 때 
어미새의 살뜰한 모성애의 신비가 나를 전율케 했다. 
청명한 어느 봄날 푸른 알을 까고 부화된 
일곱 아기 로빈들에게 아침 저녁 눈인사를 보내던 
이방인인 나를 잊지 않았는지 일곱 아기 로빈새들은 
저마다 둥지를 떠날 때면 내게 작별을 고하려는 듯 
내 귀가 시간에 맞춰서 내 앞에서만 첫 비상을 시도하곤 했다. 

 

아기 로빈 새들이 하나씩 작별을 고할 때 마다 
내 집 담장 벽에 부딪혀서 풀밭에 떨어지곤 했다. 
마침내 막내 아기 새가 떠나가려는 순간 
못내 이별의 아쉬움을 참다 못한 나는 첫 비상을 하려다 
담장에 부딪힌 막내 로빈 새를 덥썩 주워다 새장에 넣고 말았다. 
이를 본 어미새와 아비새가 날아와 새장을 부리로 쪼고 
아기 새도 생이별에 피나는 절규로 몸부림 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수십 마리의 작은 새들도 지붕 위에 줄지어 앉아 
아기 로빈 새를 내놓으라고 온통 시위를 하고 있었다. 

 

 야생에 참견한 내 사욕을 질타하는 작은 천사들이여,
신에 대한 믿음은 신에 대한 경외심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공중의 새들을 기르는 신의 섭리에 경외심을 느낀 나는 
급히 새장 문을 열어주자 아기 로빈은 어미 새를 따라가고 있었다. 
 가시관을 쓴 예수님을 따르던 붉은 가슴의 로빈 새의 전설처럼 
오늘도 나는 로빈 새 가족을 추억하면서 신의 사랑을 더듬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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