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석관의 비밀에 대하여 

 
8억년을 
석탄층에 묻혀 침묵하던 석관이여,
만물이 음양의 이치일진대
너는 그 소녀를 품어 안고 
무엇을 수호하려고 그리 멀리 돌아왔는가.
고요한 지하 속 어둔 기운을 몰아내는 
투명한 장밋빛 단물을 포대기 삼아
불멸의 장미를 잠재우고 
잃어버린 성배 이전의 성배의 전설을 안고 
숲속의 잠자는 공주 이전의 아득한 
숲속의 잠자는 공주의 전설을 재현하는 듯한 
석관의 둥근 원꽃 무늬란 진정 
우주의 끝없이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을 상징하는가.

다윈의 진화론을 호되게 물리치는 
저 인류의 고고한 신족의 후예임을 알리는 
그 석관의 비밀을 듣고 나는 대리석 돌에게 기대어 묻는다.
너는 내게 장미꽃 연서를 날리다가 
바람으로 다가서다가 한 우주를 내게로 몰고와서 
저리도 숨 고르기 명상을 하고 있는 
너는 까마득한 별과 한 몸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그 뉘라서 익히 알고 말할 수 있으리.
그런 네게 속삭이는 내가 밤하늘의 안드로메다 은하계 
어느 별에서 온 신족의 후예임을 그 뉘라서 부정하리.
다윈의 진화론처럼 왜곡되고 가리워진 인류의 비밀을 간직한 
8억 년전 석관의 비밀스런 속삭임을 
저 침묵하는 고대 석탄층에게나 물어볼까나.
빛나는 대리석 돌들의 원형 불꽃 석화에게나 물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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