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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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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부모를 능가하는 자식을 만나는 일은 여간 해서 쉽지 않다. 로이킴이 20대에 가수로서 유명인이 되었다고 해서 그 부친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부친은 오랫동안 공부하고 경영능력도 키워서 주류회사도 만들고, 가족을 잘 돌보아왔다. 이것을 젊은 아들이 단순에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모랑 달라, 다른 삶을 살 거야” 등등을 말하면서 부모 부정을 외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의 경계선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평균 이상의 큰 인물로 보고 싶은 욕구는 엄마 찾아 삼만리로 길 떠난 아이가 종국에 만나게 된 부모가 재벌이나 귀족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든지, 아니면 나라의 중대사를 맡은 고위직이라든지 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분명 대단한 사람일거야, 라고 믿는 것은 대단한 사람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현실의 부모는 경시하고 꿈속의 부모를 상상하는 일은 로버트 키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도 등장한다. 주정부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아빠는 초라하고 무능력한 사람이고, 기업과 재테크로 성공한 이웃집 아빠는 자신의 멘토로 여긴다. 심적인 아빠는 생부가 아니라 옆집 부자 아빠인 것이다. 자신도 그처럼 부자로 살아서 평생을 여유롭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키요사키는 책을 통해서 생부를 부정했고, 저 멀리 구름 속에 사는 부자 아빠를 내적으로 자신과 소통하는 진정한 아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나는 부모보다 잘난 사람이라는 망상의 끝판왕은 나는 누구의 몸을 빌려서 태어난 구세주라는 주장이다. 이 글은 예수를 폄하하기 위해서 작성한 것은 아니다. 부모를 무시하고 자기가 알아서 부모보다 더 잘 살수 있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가진 허무한 착각을 말하려는 것이다. 


세상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단시일에 커다란 보상을 쟁취한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은 무시한 채 자신이 더 똑똑하고 유능해서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 


급하게 얻은 영화는 하루아침에 모래탑이 되게 만들고, 잘 나갈 때 이웃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적으로 변하는 대가를 치른다. 


잘생긴 외모, 노래실력, 명문대, 사장 아들 등을 배경으로 해서 단순에 유명세를 타게 된 20대 청년이 인생을 알면 얼마나 알겠나. 환호하는 젊은 여성들, 미 명문대를 부럽게 바라보는 시선들, 쌓이는 각종 출연료 수입 등은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청년이 세상을 어떤 안목으로 바라보게 만들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바로 나의 정체성을 만든다. 화려한 조명에 잘 나가는 연예인들 사이에 있으면 그와 처지가 비슷한 동료 연예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고, 그들에게 명예와 돈이 넘쳐나므로, 각종 유흥비 지출이 생기게 된다. 


당연히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예민의 노래) 같은 풋풋한 사랑보다는 오빠 부대의 육탄전에 포획되고 말 것이다. 세상을 살아본 부모의 입장에서 저런 환경에 빠진 아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그 부모의 입장에서 슈퍼스타 케이 우승이 그렇게 반가운 일일까? 어차피 미국 명문대를 재학하게 된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어서 '그래 가수라도 해서 먹고 살수 있으니 안심이다'는 안도를 하게 될까?


당연히 젊은 시절 오랜 학업과 교수로서 연구, 그리고 기업을 세운 아이디어와 경영능력을 가진 아버지는 성공을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을 하는 인생을 아들이 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리가 없다. 


끼를 주체하지 못한 아들은 무대에 서고 싶어 했고, 재주 덕에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자유를 얻은 듯했고, 아버지가 평생을 거쳐 거둔 부와 명성을 자신은 1, 2년 내로 얻는 듯했다. 아버지가 만든 정원에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단 저 중앙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만 먹지 말아라, 라고 아들에게 조언했다. 


아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여자 친구가 꼬셨다. 여자를 꼬신 것은 뱀이었다. 왜 정원에 뱀이 서식할까? 납득이 안 가지만, 아버지 눈에는 연예계를 정리할 수도 없고, 그런 분야에 망나니가 들어와서 아들에게 술과 여자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을 제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정원에서는 따스한 봄날이었지만, 아들의 연예계 생활은 광란의 파티, 마약, 섹스, 유흥을 접하기 쉬운 장소였다. 


20대가 뭘 알겠나. 싸이는 군대를 두 번이나 가면서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강남스타일'을 히트시켜서 일약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아버지의 말을 안 듣고 사과를 따먹은 아들은 종국에 사고를 치게 되고, 남은 인생을 무명으로 힘들게 노동하며 살게 될 것이다. 


나는 그가 정태춘처럼 60이 넘은 나이에도 콘서트를 하는 오랜 가수가 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음란물 동영상을 유포한 협의로 팬들의 실망은 커졌고, 다니던 명문대에서도 퇴학이나 그에 준하는 불명예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돌아와서 기업에 취업하기 힘들 것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수년간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게 조용히 살다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에덴동산 비유는 뜬금없는 신화가 아니다. 아들이 사고 처서 여자와 혼전 성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이 발각 나자 쫓겨나서 평생 부모 도움 없이 본인의 땀으로 살아가는 많은 자식들을 상상한 것이다. 


물론 모든 부모가 자기 인생을 번듯하게 잘 살아내는 것도 아니다. 자식 보기에 창피한 부모도 있다. 아버지의 피땀 어린 노력과 진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아들의 실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부모 눈에는 보이는 데, 젊은 애들 눈에 안 보이는 세상, 살아보아야 고생 좀 해봐야 늦게 깨달음이 오는 것. 세상은 만만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랜 시간 견디고 인내하는 사람에게 열매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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