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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반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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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를 집에 키우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고양이가 부리는 애교에 반한다. 없던 것이 생겨서 집에 웃음꽃이 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다음, 고양이가 액자를 깨뜨리거나, 지하실 구석에 똥을 싸서 집안에 쿵쿵한 암모니아 냄새를 만든다거나, 가출해서 애써 찾게 만든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들이다. 


맥북 에어를 구입하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날렵한 모습과 쌩쌩 돌아가는 프로그램들에 홀딱 반해서 좋지만, 시간이 4년 정도 흐르면 속도가 떨어지고, 하드디스크 용량이 꽉 차도 Upgrade가 잘 안되고 고치기 힘들어진다. 새로운 소유는 늘 새로운 불편을 동반한다. 


가진 것을 집밖에 버리는 것은 누군가에는 낭비로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뒷면은 불편을 제거하는 선택이다. 가장 큰 소유와 버림이 자식이다. 자식을 낳았을 때 그 기쁨은, 그들이 커가면서 부모의 속을 썩이고 부양해야 하는 많은 노고를 동반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불편을 제거하는 길은 버리는 것이다.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을 놓아줄 수 있을 때, 소유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가지게 된다. 


애인도 마찬가지다. 미술전시관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남자가 순간적으로 행위예술을 펼치고 그 후, 몇 번의 만남을 통해서 급속히 서로에게 취해버린다. 여기까지 인생은 향유다. 쓰라림, 아쉬움, 답답함, 외로움, 아련함이 시작된다. 여자는 약혼 남이 있고, 조만간 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 갈등하는 중에 멋진 남자를 만났으나, 미래를 뒤엎기에는 용기가 없었다. 서로 괴로워하다가 두 남녀는 헤어진다. 영화 <애인>의 줄거리다. 


사람은 고통을 가지기 위해서 미술관을 찾아 다니지 않는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찾은 미술관에서 서로 당기는 이성을 만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남녀는 행복을 찾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둘은 끌어 오르는 욕정과 환희를 위해서 부둥켜 안는다. 그리고 이 순간이 지속되었으면 하기 때문에 몇 번의 만남을 더 가진다. 


의지는 더 나은 행복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들에게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서로에 대하여 알아갈수록 둘은 더 만날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때부터 내면과 사회적 처지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다. 인간의 행동은 과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불나방처럼 궁극적인 죽음을 향해서 다양한 행로로 달려가는 것일까?

 

결국에 고통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면, 아니 최소한 내 근처에 두기 위해서 땀을 흘려서 노동을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을 소유하는 것은 과연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일까?


애인을 키우지 맙시다. 호주로 워홀을 갔다가 대쉬하는 남자를 허락하고, 사귐을 지속하다가, 둘 사이에 실망을 하고, 싸움도 하고, 헤어지게 된 처자가 있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가만, 지금 호주에 연애를 하기 위해서 왔나? 내가 왜 남자문제로 이 아까운 시간을 보내지?


 다가오는 그 남자를 뿌리치기 힘들다면? 향유하면 된다. 그를 즐기되 소유하지 않는다. 향유란 등산하는 것과 같다. 내가 산을 오르면서 분위기에 흠뻑 젖지만, 내려오고 나면 등산을 한 후에 오는 쾌적함을 가질 뿐, 내가 산을 소유한 것이 아니다. 이 산에 나 이외의 다른 등산객이 올라가는 것을 결사반대 하기 위해서 철조망을 치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비를 서는 것이 아니다. 


남자를 즐기되 그와의 어떤 미래도 설계하지 말고, 그가 내 공부를 방해한다면, 부르는 전화에 응답하지 말거나 기말고사 끝나고 다시 연락한다고 하면 된다. 이것이 향유하는 자세다. 그렇다면 소유보다 '임대Rent'가 더 맞다.


차도 렌트를 하면 보험료, 정비 등을 신경 안 써도 된다. 현대사회에서 무소유로 살수는 없다. 내가 그 대상을 즐기되 기한이 되면 반납하는 정신으로 사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반납하는 정신은 고집쟁이 남편을 시어머니에게 반품하는 것이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들을 세상에 반품시키는 것이고, 연이 다한 친구를 다른 사람에게 반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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