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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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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어요"


캐나다로 가서 정착하고 싶은 한국인들 중에서 어지간해서 포기하기 어려운 직업들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남편이 강력히 원하거나, 자녀교육에 치명적인 불만을 품지 않은 한 캐나다행을 결심하기 힘들다. 


이런 직업은 대개 정교사(교수 포함), 약사, 의사, 공무원, 잘 나가는 대기업 중견사원, 중소기업 사장들이다. 아내가 캐나다행을 강력하게 원하면 조기유학 정도는 허락할 수 있으나, 남편이 한국서의 직장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해고나 감원에 의해서 억지로 밀려나기 전까지는. 


반대로 아내가 이들 직업군에 해당하고 남편이 캐나다행을 원할 경우는 결국, 전 가족이 캐나다로 가서 살게 된다. 여자가 남자의 뜻을 따르는 가정들이 여전히 많다. 


안정적인 직업군에 살던 여성이 남편을 따라서 캐나다행(대부분 유학 후 취업이민)을 따를 경우, 영주권을 얻게 되고 나서 진로 고민에 빠진다. 한국서 불안정 직업에 있던 경우는 캐나다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서 새로운 진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간다. 물론 전업주부로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들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서 안정권에 살던 여성은 캐나다에서 아무 직업이나 시도를 못한다. 한국처럼 수입과 연금 등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을 캐나다서 잡아야 만족한다. 


한국서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던 P씨는 남편을 따라서 캐나다 유학을 왔다. 남편은 전산을 컬리지에서 공부하고, 취업했다. 남편이 학교 다니는 동안, P씨는 성인 영어반을 다니면서 공인 영어 준비를 했다. 남편이 취업을 하고 나서, 그녀는 간호대를 진학했고, 2년을 공부하고 나서 간호사로 취업했다. 영주권을 얻은 후에 다시 4년제 대학 간호학과로 편입해서 Registered Nurse과정을 졸업, 지금은 정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남편은 캐나다 와서 2년을 직업이 없이 학교 다니면서 공부했다. 다시 아내가 학교를 다녔고, 총 5년을 학교 혹은 간호사로 일하면서 학교도 마쳤다. 전체적으로 7, 8년에 걸쳐서 부부가 학업과 직장, 육아를 분담하면서 지냈다. 남편은 전산관리자로, 아내는 간호사로 이제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중산층에 도달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이 여성은 고등학교 교사직을 포기하고 캐나다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용고사를 치르고 교사가 되기까지 한국서 많이 공부했을 것이다. 캐나다행을 결정하고 나서 30대 후반부터 다시 공부(간호학)해서 간호사가 되었다.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진로다. 대부분 한 번 고생을 해도 두 번 고생을 하려는 사람은 없다. 


한편, 한국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 캐나다 와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단순노동 직업을 오래 하기도 힘들다. 비교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연금과 긴 여름방학이 있는 교사를 하는 것은 힘들까요?"


교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많은 캐나다 청년들이 교사직을 원한다. 교사 임용고시는 없지만, 교육대학원을 나와야 하고, 학교에서 자리가 나야 한다. 그리고 영어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한국어권에서 성인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영어로 지도하는 현지 교사를 내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연금이 보장되는 캐나다 공무원이 되는 것은 어려울까요?"


한국과 같은 공무원 임용고시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각 부처는 결원이 생기면 개별적으로 공고해서 일반 회사와 동일한 과정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이때 판단요소는 전문성이다.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선발한다.


Java언어를 사용하는 부서에서 Java programmer를 채용하려는 것과 같다. 공무원이라는 일반적인 전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전문성을 갖추고 이력서를 보내서 공기업, 사기업 등을 지원할 뿐이다. 한국처럼 공무원이 되려고 노량진 학원을 찾을 필요가 없고, 대학을 가서 전문기술을 배우던가, 전문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는 회사에 먼저 취업해야 한다. 


교사 임용고시, 공무원 시험이라는 제도가 캐나다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캐나다에서 안정적인 중산층이 가능한 직업을 찾으려면 어떤 노선을 가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공무원은 범주의 문제이지 목표가 아니다.


먼저 사회에서 필요한 전문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둘째로 그 일들 중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내고 나서, 마지막으로 내가 오랫동안 좋아할 만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얻기 위해서 도제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것은 다시 한번 공부방에 들어가서 자신을 자물쇠로 잠그는 과정이다. 


캐나다에 이민을 간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가지려는 과정이면서 과거에 자신이 힘들게 가지게 된 것들을 버려야 하는 과정이다. 한국서 가진 지위, 수입, 안정성이 별로 없었던 사람은 캐나다행을 통해서 얻을 것이 있을 뿐, 잃을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가진 것이 있었던 사람은 과거를 버리기 너무 아깝다. 한국서 얻은 지위를 캐나다 사회가 바로 면허증 교환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노선은 없다. 그래서 이런 여성분들의 고민이 많아진다. 다시 공부해서 그 자리까지 오를까, 아니면 남은 인생을 전업주부로 살아갈까?


다행히 배터리가 남은 사람은 '까짓 거 함 해보지'라고 달려들지만, 한국서 이민 소진된 사람은 '아, 이 나이에 젊은 애들 틈에서 내가 따라갈 수 있나'하고 망설이게 된다. 이런 고민을 남편이 깊게 이해해주기는 힘들다. 


일단 남편 입장에서도 이제 간신히 취업했고, 직장에서 살아남아 캐나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기나긴 여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직장을 가져도 좋지만, 전업주부로 자녀를 돌보면서 집을 지켜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집에 있는 것도 편하기는 하지만, 모기지도 갚아야 하고, 사회생활도 하고 싶기 때문에 왠지 주어진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남편이 취업했고, 영주권을 얻었고, 자녀들도 캐나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만, 아내에게는 여전히 캐나다 이민생활이 만만하지가 않다.

 

(전업주부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마사 스튜어트로 대표되는 이런 주부들은 요리, 집안 장식, 뒷마당 채소밭 가꾸기, 뜨개질, 자녀 육아 심지어는 재테크까지 가정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탐구영역으로 소비한다. 이런 가정에 초대되면 집안 장식, 요리 등에서 주부가 좋아서 만든 것들을 여기저기서 느끼게 된다. 


주부생활보다 사회생활을 더 좋아하는 여성들은 요리, 집안 장식 등을 의무로 할 뿐이지, 즐기지는 않는다.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은 누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반면, 주부생활을 즐기는 사람은 요리, 장식, 육아 등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 


한국서 직장생활을 하던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가정 중심적인 여성은 캐나다 와서 남편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게 되면, 본인은 가정에서 꽃을 키우며 살고자 한다. 반대로 사회생활을 더 즐기는 여성이 캐나다 와서 전업주부로 묶이게 되면, 남편의 수입과 상관없이, 바깥에 나가서 활동할 길을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한국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고 즐기던 여성이 캐나다 와서 사회생활을 못하고 집에만 머물게 되면, 못 견디게 된다. 자기 자신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는 진로를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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