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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leesangmook

 

 

 

 

한국의 인터넷 일간지를 보는데 커서가 쏜살같이 날아가 기사 한 꼭지를 명중한다.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가 누구인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오르는 슈퍼급 작가가 아닌가. 헌데 그녀의 소설이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단다.


나이가 나하고 비슷한 그녀는 1939년 오타와에서 태어났다. 시와 소설은 기본이고 평론, 극본, 동화는 물론 전천후 작가이니 캐나다 문학을 얘기하자면 그녀의 이름부터 들먹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추억의 파일을 들춰 보니 1990년 대 초 한국의 시 잡지 ‘현대시’에 ‘박물관에서 길을 잃다’(100% 정확하진 않은 제목이지만) 라는 그녀의 시를 내가 소개하기도 했다.


출간되자 마자 홍보가 되는 애트우드의 기사를 보는 순간 한심한 내 처지가 떠올랐다. 그저께 저녁인가 미국에 있는 아내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해 5월 초 발간된 내 장편소설 ‘칼의 길’을 읽고 서울의 친구들과 50권을 교보문고에 주문을 하고 전자결제까지 했는데 품절이라고 환금이 됐다는 것이다.


그건 액수를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자비출판이었다. 주인공인 미주 3대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인 박용만 선생을 존경한 나머지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출판한 것이다.
헌데 배분이 좀 희한한 출판이었다. 5백권을 찍어 3백권은 출판사가 갖고 2백권만 저자에게 준다는 거였다. 2백권만 주면서 출판사는 이미 적지 않은 출판비를 받았으니 거기서 인쇄비며 인건비는 건지고도 남았을 게 아닌가. 남은 3백권은 파는 대로 출판사의 추가 이익이 될 거로 여겨진다.


책이 출판되자 마자 한국과 미국에 있는 지인들이 책을 구입해줬다. 어떤 사람은 최고 1백권까지 다량 구입을 해 동창들이나 주위에 나눠줬다. 심지어 미국 사는 아내의 친구도 책을 받아 읽어 본 다음 50권을 구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허나 문제는 그럼에도 출판사가 재판을 못하겠다고 알려왔다는 사실이다. 이유인즉슨 50권 보고 재판을 했다가 나머지가 안 팔리면 재고로 쌓이고 손해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150권 이상 주문을 해야 찍겠다는 것이다. 출판사로는 손 하나 깜짝 않고 손익계산부터 하는 것이다. 캐나다에 50년 가까이 산 사람으로 한국의 출판 사정을 모르니 뭐라고 신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쯤이면 쑥스러운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친구가 좋다 해도 그렇지. 어느 누가 50년을 외국에 나가 사는 사람을 무슨 이유로 이 친구 저 친구 다량 구입을 하겠다고 나섰겠는가 말이다.
먼저 받아보고 읽어 보니 책을 사서 친구들에게 돌려도 괜찮을 정도니까 그랬을지 모르는 개연성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아내의 친구가 50권을 추가 주문했을 때 출판사는 품절됐다고 거절할 게 아니라 접근이 가능한 매체를 통해 책을 좀 홍보하려는 노력부터 보이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하지만 쓸데 없는 얘기다. 나야 무명작가이니 더 이상 처지를 한탄하고 싶지도 않다. 


캐나다의 작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굳힌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번 신작소설 ‘The Heart Goes Last(심장은 마지막 순간에)’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으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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