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11 전체: 145,995 )
자전거에 대한 의견
leesangmook

 

 

 자전거가 물건이다. 그 위세를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코리아타운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가 지난달 초 노인회 워커톤행사 때 찾게 됐다. 


 코리아타운의 블루어 거리는 자전거들의 왕국이었다. 인도에는 주차시킨 자전거들이 가는 곳마다 집결해 있었다. 차도 양쪽으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 있어서 자전거 왕국의 신민들이 의기양양 질주한다. 


 자전거와 어울리는 풍경은 시골의 논길이 제격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 뒤에 손녀를 태우고 고향의 논길을 달렸다. 매년 6월 첫째 일요일이면 돈벨리파크웨이와 가디너익스프레스가 닫힌다. 심장마비질환 기금마련 사이클대회(‘Becel Ride for Heart’)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일일 자선행사로는 캐나다에서 최대 규모이며 금년엔 1만4천여 명이 참가해서 6백만 불을 모금했다.


 하지만 풍경은 실망이다. 콘크리트에서 시작해서 콘크리트로 끝난다. 비슷한 시기 이 역시 매년 열리는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는 고품격 파노라마다. 프랑스 국토를 순회하는 경기로 때로는 산악을 넘기도 하고 중세의 교회당이 서있는 시골마을을 통과하기도 한다.


 지구상에서 관중수가 제일 많은 스포츠 경기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축구인 줄 알았다. 월드컵 축구는 개최지에 가지 않고 집에서들 본다. 하지만 ‘투르 드 프랑스’는 자전거들이 지나갈 때마다 동네사람들이 하던 일 그만 두고 길가에 구경 나온다. 곳곳마다 관중들이 구름같아 세계 제일의 경기다. 


 나도 CBC 중계를 보며 못 가본 프랑스 국토를 일부나마 유람했다. 전 세계로 중계돼 35억 명이 시청함은 물론 38개국에서 1천2백만 명의 관중이 몰려든다. 세계 각국에서 200여 명의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해서 6억원의 상금을 노린다.


 자전거는 스포츠의 한 세력이기도 하지만 우선 일상의 교통수단이다. 도로에서 자동차들과 같이 달려야 할 운명이다. 한번은 코리아타운에서 운전을 하다가 질겁한 적이 있다. 동네 골목길로 우회전을 하려는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터지지 않는가. 자전거였다. 오른쪽 차창 밖에 느닷없이 자전거가 나타난 거였다.


 동네 골목길로 우회전하는 것은 스톱사인이 없기 때문에 일단정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우측의 자전거가 전용도로를 직진하면서 벼락같이 고함을 지른 거였다. 고함이 있었기 망정이지 내 차가 자전거를 쓰러트릴 찰나였다.


 토론토에선 자전거 교통사고가 하루 평균 5건 정도 일어난다고 한다. 몇 년 전인가는 토론토의 어느 검사장 차가 자전거와 충돌해서 타고가던 사람을 사망하게 한 적도 있다.


 코리아타운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들어선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4차선 도로가 2차선 도로가 됐고 교통체증은 더 심해졌다. 특히 도로 북쪽 에는 자동차의 주차공간을 없앴기 때문에 그쪽에 위치한 한인업소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몇 군데를 찾아가 물어보니 매상이 20% 내지 30% 줄었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시장을 찾아가 호소도 하고 있지만 아직 조치가 이뤄질 거 같진 않다. 아무래도 동포사회에서 이슈화해서 결집된 다수의 여론으로 접근해야 할 거 같다.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로 자전거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확증이 없으면 외려 폐지하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더 조심스러운 행동을 할 거 아닌가. 그 이전에는 코리아타운에 차를 가지고 나가는 게 걱정부터 앞선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