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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여! 다시 한번
leehyungin

 

 


 
몇 달 동안을 하고많은 사연들 속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신랑신부의 날이었다. 호화로움과 낭만의 극치요, 하늘을 날아 오를 것 같은 세상사의 하모니였다. 늦은 나이에도 서로를 필요의 존재라 확신하였기에 맺어진 분명한 만남이라고 선포하는, 두 번 다시 없는 날이기도 했다.


바이올린의 음률에 흠뻑 취하여 40세를 넘겨버린 나이를 헤아릴 틈이 없었다는 처조카, 아내의 큰 오라버니 아들내미 결혼식이었다. 음악성 체질이 특출했던 신랑의 바이올린 선율의 섬세하고 감미롭고 감동적인 멜로디에 식장은 마치 음악회를 방불케 하는 엄숙하고 짜릿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결혼은 언제 할거냐고 다그치고 안달했던 부모 형제들의 성화가 일시에 사그라진 성년의 새 출발이 팡파레를 울리듯 새 출발의 의미를 과감히 다짐하는 날이기도 했다. 


세상에 태어나 너나 할 것 없이 필연의 과정을 거쳐 축복하신 절대자의 특별하신 배려의 은혜를 호화롭게 만끽하는 행사다. 최고의 모양새로 화려함과 함께 축하객들의 환호와 격려를 아낌없이 쏟아 붇는 날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꿈이여 영원하라" 노랫말 가사처럼 영혼이 깨어나고 양 어깨에 불끈 힘이 솟구치는 기쁨의 출발소리와 함께 뜨겁고 활기찬 화음을 노랫소리로 이어가는 것이리라. 


하고많은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천생연분이란 눈길을 맞추어 이제부터 둘이서 우리들 세상을 점령하련다고 결혼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결혼식은 친구들과 이웃들, 부모형제들의 축하객들로 분명하고 환상적인 새로운 시작의 출발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장대한 포부를 안고 북미주 유명 음악과정을 섭렵한 신랑의 뛰어난 재질이 아직 피지 않는 꽃망울처럼 시절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의 음악성을 닮아 내려는 수많은 문하생들이 그들의 부모들을 대동하고 예식의 축하연을 의미롭게 장식해주고 있었다.


올드밀 예식장의 세밀하고 확실한 결혼식 주례과정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게 했었기에, 흠잡을 데가 없이 섬세한 진행과정은 근대화된 기념비적인 절차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징검다리처럼 이어주는 우리들의 삶 속에 필연적으로 허락되는 혼례의 순서를 통한 성숙한 인간애의 모습을 오늘의 신랑신부가 마음껏 펼쳐 가리라고 축하객들 앞에서 선서식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다짐했다. 


세월을 어찌 비켜갈 수 있으랴. 반세기를 넘는 캐나다 이민사가 팽팽했던 낯익은 얼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모진 비바람에 시달려버린 가을 잎의 풍경처럼 으스스하게 잔주름과 흰머리들로 식장 안을 노년회장처럼 가득 채웠다. 


노년이여! 비켜가라. 소리친다고 세월이란 요망한 것, 그 소리를 못들은 척,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숙명적 주름살들로 많은 이들의 모습을 확 변질시켜버리지 않았는가.


무슨 소리여! 이 해도 벌써 4월의 마지막인걸, 너 혼자서만 헤아리고 있는가? 흘러만 가는 시절을 어찌하라고, 지체할 수 없이 격동하는 세월에 어떤 하소연 인들 머물게 할까?


 많은 이들의 눈빛 속에 다부진 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불빛에 승화시키면서, 화려한 봄기운이 품어대는 자연의 섭리에 행복이 함께하길 염원하고 있었다. 


세월 속에 노년을 피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젊음으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고. 


유명인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살았던 이들은 물론, 연예활동으로 덤으로 세상사를 노래했던 이들까지도 고행이 빚어낸 상처들로 애처로웠던 과거를 치유할 길이 막막했다는 옛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고백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말은 하고 싶다. 허튼소리라 할지도 "꿈이여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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