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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자
leehyungin

 
 
날씬하게 예뻐서 넋이 나갈 듯한 여자 이야기가 아니다. 훤한 인물에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인이 나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해서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아니다. 그냥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다소곳한 중년 여인의 삶의 모습이 대단했기에, 오래 전에 겪었던 사연을 잊을 수가 없어 제목을 "멋진 여자" 라 붙였다.


그녀는 참 멋있었다. 차분하게 고분고분 천성적인 마음씨를 겸비한 여인이었다. 매우 소박한 성품에 별 치장도 않고 호박꽃처럼 순박한 시골 아낙네 같은 여인, 그녀는 아내의 둘도 없는 사랑스런 친구다. 그런 멋지게 가슴이 넉넉한 여인이 나의 아내 곁에 있어서 그런가? 영향력을 넓혀서였을까? 


이제까지 수십 년을 아내와 아웅다웅하면서도 부서지지 않고 살아왔음에, 그녀 에게는 물론 동행하신 인도자에게 감사할 뿐이다. 여학교 일년 선배라고 깎듯이 언니, 언니라고 존칭을 섞어 부르며 다정다감하게 평생우정을 다져가고 있다.


한핏줄 친형제보다 더 정겹고 따뜻한 마음씨를 여태껏 아마 평생을 끔찍하게 서로 아끼며 그렇게 오붓한 관계로 주위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이웃집에 살면서 친형제나 다름없이 앞뒷집을 서로 자기집처럼 흉허물이 없었다는 이야길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바로 그녀의 삶, 한편으로 멋지고 대견한 모습을 글에 담아보고 싶다. "여보!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다음엔 조심할게요." 이 정도의 대화 속엔 아무렴 폭군 같은 남편이라도 괴팍하고 요상한 표정은 감춰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부부가 으르렁거리며 다툼으로 그 순간을 망칠 수 있었겠는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아무것도 흠잡힐 일도 아니었는데 뭐가 그리도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눈알을 부라리고 핏대를 세우며 자식들 낳고 미주알고주알 평생을 함께 하는 아내를 그렇게도 허망하게 했을까? 그래 평소 아내의 잔소리가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알 수 없지만 그 후유증이 폭발한 것일까?


하이웨이 진입로를 잘못 들었다고 한마디 거들던 순간, 까딱하다 만신창이 될뻔했던 아내 친구 남편의 볼썽사나운 행패가 참으로 상상할 수 없이 어이없는 순간이었다. 아니 Exit을 잘못 들어섰다는 아내의 염려스럽고 사랑스런 말 한마디였다. 그게 뭐 그리 빈정 상하고 자존심의 묵살이라고, 달리는 차를 멈춰 세우고는 "네가 운전해라." 하는지. 바로 뒷좌석에 몇 십년만에 찾아온 친구 앞에서 그게 무슨 꼴인가. 어이없어 아내와 나는 못들은 척 숨을 멎을 수밖에 없었다.


 바쁜 시간에 배웅을 서둘다 보니 짜증스런 불청객이라고 행여 속풀이가 그 정도였을까? 방문길을 멈춰 다시 되돌아가버릴까? 후회스러움에 안절부절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아이쿠야! 그렇네, 깜박하는 바람에 바로 지나버렸네, 다음길로 빠지면 될거야 미안미안, 어허! 나이 들어가니 순간적으로 실수들이 어디 한두가지라야지, 고마워 여보, 내 마누라가 최고야”


능히 이런 대화쯤 갖춰야 할 분위기로 마무리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평소 때의 인품은 어디로 실종돼버렸을까? 모처럼만에 먼길을 달려온 친구 부부를 맞아들인 판국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그 멋진 여인에게 어찌하여 그런 비상식적 몰지각한 성품을 지닌 남편인가? 뭐라 나무랄 상황이 아니었다. 고대했던 수년만의 만남이 너무 소중한 터에, 우리마저 왈가왈부 그 자리에 참견했다간 박살이 날뻔한 살벌함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는 출중한 최고 학벌에 전교 일등을 독차지한 내노라한 개천의 용 같은 인물이다. 특출하고 탁월한 기백과 투지가 번뜩이는 사나이로, 뉴욕 유명한 상선회사의 부사장까지 역임한 자랑스런 풍운아였다. 


학벌이며 사회활동 영역이 부부생활에 무슨 자격운운 할 수 있을까만, 그래도 그렇지. 매사에 상대편의 의중을 읽고 판단하는 성품과 인격이 그 정도뿐이라면, 머리 좋아 수능평가해봤자 가정생활 수준이 엉망인걸 뭐라 변명할 것인가.


멋진 여자의 재치있는 미덕으로 이 상황반전은 요행으로 험악한 남편 성격을 잠재웠다. 폭발적인 남편의 화약같은 성품을 훤히 뚫고 있는 아내의 여유로운 배려야말로 내 팔자려니 눈 딱 감고 부부싸움의 승리자임을 확인하던 순간이었다.


지는 자가 승리자란 성어가 증명되고도 남았다. 이해하며 양보와 포용의 미덕이 백년해로의 지름길이 아니던가. 그만큼 멋진 포용력을 겸비했기에 그런 남편의 곁에서도 세 아이를 훌륭하게 키웠으리라.


 멋진 여자의 멋진 품격, 바로 멋지다는 표현은 그녀를 위하여 예비된 어휘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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