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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과 모닥불의 사랑
leehyungin

 
 
 한국의 예능 방송을 가끔 시청한다. 얼마 전 부부살이의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은 프로를 보게 되었다. 놀라웠던 사실은 부부학 강의를 하는 강사의 고백이었다. 전공분야임에도 도전에 직면하여 헷갈리는 어려움이 부부생활임을 실토한 것이다.


평소 하루에 네 다섯 번씩 부부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를 겪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헤어지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방청석의 의견에, 혼자 사는 것보다는 하루10번을 토닥거려도 아내가 있어야 좋단다.


다툼은 헤어짐의 불씨가 아니라 부부사랑을 확인해가는 기본이요, 과정이라는 것이다. 토닥토닥 장작불 타는 소리가 없으면 불길이 타오르지 않는다는 이치요, 논리다.


투덜대는 부부가 아니라면 사랑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론과 상응하는 말이다. 불만과 불평의 원론적 주장은 아직도 상대의 의중에 나를 포기할 수 없어 절충하려는 과정일 뿐이다.


뭔가의 생태적 의견충돌이란 바로 사랑하련다는 의식적 발로요, 잠재된 사랑의 함축성이 좀 거세게 표현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찌그럭 찌그럭, 토닥거린 사랑의 불꽃은 부부생활을 원활하게 추스르려는 소화제요, 영양제의 효능을 발휘할 것이다.


 생판 서로 아무 것도 몰랐던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서로 손길 한번 마주친 적 없었던 인연 속에서 무슨 각별함인지 부부가 되어 귀한 자식들과 함께 알콩달콩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잔주름들 헤아릴 틈 없이 먹고 사는 것 해결하며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살았던가. 힘들었기에 짜증부리며 한숨 쉬며 눈길에 밟히는 남편이요, 아내 아니던가.


흉허물 없는 편안한 관계였기에 입 속에 있던 것까지도 꺼내어 나눠먹을 정도로 아무것도 계산할 필요 없는 관계가 바로 무촌(無寸)인 부부다. 그래서 할말 못 할말 하다 보니 눈길이 험해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이것저것 따지고 들었다.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을 큰 변이나 날 것처럼 양말짝이 왜 이렇게 굴러다니냐? 부엌에 설거지가 왜 이렇게 엉망이냐?. 그렇다. 살다 보니 부부생활의 기본이 눈살 찌푸리는 관계들의 연속이다. 


 서로 철저하게 속물 같은 인연으로 함께한 남녀관계다. 오죽해야 부부관계는 험악하게 말해서 악연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둘이서 서로 포용하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줄 것인가? 자식 새끼들 없었을 때 첫사랑의 눈빛만 상상해보자.


무지갯빛이 사랑의 눈빛보다 더 아름답던가? 보이는 색깔의 자연현상과 남녀간의 연정이란 가슴속에 숨겨진 천태만상의 색깔과 어찌 견줄 수 있을까? 애정의 불길 속엔 토닥거림도 필요 없다. 불길도 없는 뜨거움의 정체가 바로 남녀간의 위대한 사랑이 아니더냐 말이다.


 두근두근 가슴이 철렁거리던 그 순간의 눈빛이 겨우 일년 반이란다. 일년 반으로 평생의 투덜거림을 통달하라는 초자연적 남녀 관계가 부부라는 인연이다. 그때 그 시절로 평생 살아갈 정신적 육체적 양식을 부축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그대 하나만이 전부였던 첫사랑의 시절 말이다.


 두 말할 필요 없이 사랑으로 포용의 양식, 이해하며 용서의 양식, 배려와 나눔의 양식, 노력으로 성취의 양식들을 비축해둬야 했다. 18개월의 눈멀었던 사랑이었다. 참으로 뜨겁고 황홀했던 추억이 그대와 나에게 메아리처럼 여운으로 숨쉬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도 겁날 일 있으랴.


훨훨 타는 장작불에 구워지지 않을 것들이 있던가! 토닥거림의 불길 속에 눈에 밟힌 부부간의 찌꺼기들 다 태워버리자. 토닥거림이 없는 불길이 바로 모닥불이고, 화롯불이다.


곧 꺼져가는 불씨도 잿더미에 깨끗이 잠재워버릴, 원성과 불만의 씨앗마저 모두 없어졌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흥얼거림으로 노래하자.


그토록 알뜰히 사랑에 취해서 함께 살자고, 주례 앞에서 손가락 내밀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고 약속했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렇다면 웬만한 건 눈감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리 잠자리는 뒤척일꼬? 코는 왜 그리 고는가? 하루 이틀 살아온 것도 아닌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들볶아서야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 건가.


당신 없는 세상 하루도 못 살 것 같았던 인연, 붙잡고 늘어져 환성이라도 질렀다면 책임도 감수해야 하잖은가. 


“여보! 어제 당신 피곤했수? 오늘 푸욱 쉬어요. 밀린 집안일들 내가 하리다.” 꿀물처럼 달콤한 한마디가 백년해로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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