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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의 소리
leehyungin

 
 
먹은 돈이 많고 적음에 목숨을 던진 것 아니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안면 몰수는 하지 않겠다는 결단과 각오를 스스로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를 실수로 챙겼지만, 평소 주장하며 소신을 피력했던 나의 역동적 삶의 모습에 진흙을 발라야만 하느냐고 반문하며 나는 내 몸을 던졌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치인들이여! 내 주검의 소리가 들리는가? 정치바닥에 혀를 날름거리는 경제단체 핵심 인물들이여! 치맛자락이라도 붙들어 사리사욕에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기회주의자들이여, 내 죽어가는 영혼의 소리를 들어라. 이제라도 무엇으로 이 나라의 불의를 뿌리뽑고 정의롭게 세상을 밝혀갈 것인가. 자신이 없는 자들이여, 내 뒤를 따르라. 


수백 년 조선 민족성의 나약하고 무모함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 그의 창연한 성품은 양심의 빛과 그림자를 펼쳐 보인 것이다. 그의 영혼의 울부짖음으로 이 혼탁한 한국 정치, 경제, 교육계를 망라한 모든 영역에 횃불이 밝혀지려나.


구태의연한 헌정 질서와 사회전반에 널려있는 쓰레기 같은 악습을 타파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태우던 한 정치인의 죽음의 소리에 온 나라가 비통함과 안타까움, 애끓는 통탄함이 몇 주일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귀하고 값진 목숨을 버리면서 병들어 썩어가는 조국의 현실을 통탄해하며 4천만 원의 돈다발을 시궁창에 던졌다. 칼날 같은 성품과 비단결 같은 그의 양심으로, 몇 천만 원의 뇌물을 챙기는 것보다 떳떳했을 것이다.


수 억원 정치자금을 받고서도 눈빛을 흘겨 뜨며 수갑을 차고도 거짓말이 입술에 발려있는 정치인들의 몰지각한 행태와, 불합리하게 변질된 사회적 온갖 비리들의 온상을 뒤엎을 수 없다는 실망과 회의가, 던져버리자 이 한 몸, 노회찬 국회의원의 주검의 소리가 메아리 되어 한반도를 울리고 있다.


아니 그의 버린 생명이 파란 하늘빛으로 동녘이 밝아오는 듯 희망을 태동 시킬까? 빛 좋은 이상을 꿈꿔본다.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살신성인의 대열에 과감히 뛰어든 그의 영혼의 소리를 이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까짓 4천만 원이 아니다. ‘탈무드’의 자손 유대인 친구들의 생활철학을 곁에서 봤다. 함께 길을 걷다가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다. 호주머니에 넣겠지, 왠걸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다.


놀라워라, 아니 네 것이 아닌가? 묻는 내가 한심할뿐더러 몹시 부끄러웠다. “내 것이 아니란다” 주인이 나타날까? 아니란다. 누가 주워가도 내 맘이 편하단다. 탈무드의 교육일까? 지혜의 산물일까? 


그는 교육자다. 그에게 교육받고 자란 이곳 캐나다의 자녀들, 무슨 선물을 받든 한국 아이들처럼 “이게 진짜예요?”라고 묻지 않는다. “탱큐” 만이 입에서 함박웃음으로 감사를 표한다. 뿐인가. 장애인들을 위한 자동화된 문을 아빠가 사용하는 걸 보고, 아들이 말한다. “아빠는 장애인이 아니면서 왜 그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것이다.


단군의 자손들은 뭘 보고 배웠나. 탈무드가 도덕책으로 정규교육을 시켜도 될성 싶은데.


 노회찬 의원, 그의 손으로 만진 별것 아니라는 떡값의 실체는 드루킹이란 요상한 범행이 법적으로 증명되리라 믿으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젊음을 불태웠던 그의 탁월한 신념과 의지력으로 한국 정치사에 변화와 희망을 접목시키려 했던 투쟁의 불꽃이 다시 되살아나야 할 것을, 그의 주검의 소리가 영원히 온 국민들의 귓가를 울려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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