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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향기, 골프의 계절
leehyungin

 

 반가운 초원의 향연이 올해도 즐거운 삶을 전해준다. 기다렸던 잔디의 그리움이 어느 누구와 약속만 해도 가슴이 뛰고 손목에 힘이 간다. 약속만 해도 피곤하고 무료했던 심신의 괴로움이 말끔히 물러가는 신비스런 운동 골프.  


 꿈결에도 18홀까지 가슴 뛰며 돌고, 친구들과 최소 4시간을 즐거움 속에 전신 운동을 한다. 바야흐로 골프의 계절이다. 지치도록 기다려온 잔디의 풍경, 이를 천국에 비할까. 


 힘을 빼야 한다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첫 번째 친 볼이 빗나가 숲속을 더듬게 한다. 잃어버린 공을 찾아 헤매는 풍경은 그토록 흥분으로 가슴 태우던 라운딩의 비애다.


 예의와 인격을 중시하고 또한 나를 다스리는 운동, 실수를 해도 인내하며 남에게 티를 내지 않아야 하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룰에 철저히 복종해야 한다. 두번 세번 실수해도 옆사람이 모르게 가슴을 쓸어 내리며 심호흡으로 다음 샷을 가다듬어야 하는 특별한 운동.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한번 잘못 쳐도 다음 홀 시원한 샷에 말끔히 화가 가시니, 골프라는 마력에 지칠 줄 모른다.


 4시간씩이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만 두기 싫은 운동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실수를 숨김없이 양심의 도화지에 표시해야 하는 예술가적 운동이기도 하다. 이겨야 한다는 집착과 강박관념에 아직도 못 버린 성깔이 눈빛을 바꾸기도 한다. 그게 골프란 운동이다. 신비스런 유혹이 꼼짝없이 흔들어댄다.


 나보다 못 친다고 레슨을 하려 드니, 가난한 이웃에게 적선하는 것보다 더하고 싶은 자선운동이 또한 골프다. 100을 넘는 핸디맨은 2-3홀부터 가르치려 한다. 100에 가까운 핸디맨은 9홀부터, 90 정도 치는 분들은 대여섯홀 남겨놓고 가르치고 싶어 하고, 80이 넘는 분들은 3홀 남겨두고 가르치려 드는데, 70 대를 마크한 분들은 끝나고도 입을 닫고 있기에, 좀 가르쳐 달라면 30분에 75불이란다. 


 짜릿하고 감미로운 흥분… 모처럼 파란 잔디와 신선하고 상쾌함으로 산천초목이 함박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잘 다듬어진 18홀과 세심하게 조화를 이뤄낸 체력의 단련장이다. 열심을 다해 걷고 최선을 다해 그간 갈고 연마한 몸놀림에 순응하는 운동을 맘껏 펼쳐, 내 것으로 소화시켜야 하는 값지고 소중한 운동이다. 


 넓고넓은 골프장에 어찌 그리 인색하게 홀은 작게 뚫어둔 걸까? 옛날 목동들의 자치기 노름이던 것이 전설적으로 수백 년을 이어오는 마법 같은 운동으로 국제화되었다.

다른 것들은 많이도 근대화되고 개발되었건만, 작은 홀을 더 넓혀야 한다는 골프 이론은 아직 없다. 


 평생직업이라고 연습벌레로 열정을 쏟아낸 PGA, LPGA선수들, 그들도 한 홀에서 5~6개를 오버하는 운동이 골프다. 나를 다스리는 운동이기에 화를 잠재우고, 0.1 m에 홀을 놓쳤다고 하늘 보고 악을 쓰고 퍼터를 던져 속풀이를 하는 대신, 바나나 반개를 더 먹었다면 틀림없이 들어갔으련만, 힘과 자신감이 부족했음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두 번 세 번 칩샷이 실수로 연결된다면 어깨리듬으로 클럽을 리드할 것을 손으로만 냅다 서둘렀으니. 어깨에 팔에 손이 느슨해야 하지만, 그립에 의존한 악력은 손톱 밑에 핏기가 보이지 않도록 부드러워야 하리.


 깔끔하게 차려입은 내 모습에 골프 좀 못쳤다 할지라도 그게 무슨 부끄러움인가. 신선하고 멋진 골프장 풍경에 유산소 운동을 심호흡으로 하면서, 골프 옷 가게를 뒤져 골라 입은 패션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그래서 골프장엘 더 자주 간다. 부모님 산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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