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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로 뒤엔 봄이 기다리는데…
leehyungin

 
 
 빼꼼히 하늘문 밖을 그리워하며 봄 새싹이 미소를 짓는데, 겨울은 모르는 척 잔뜩 화를 품은 듯이 뭘 더 쏟아내려는지 막무가내다. 안절부절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이 맺혔나? 


초자연법칙의 역행이며 농단이 아닌가. 순리를 훼손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그 긴 겨울의 의미를 풍성하게 쏟아줬는데, 뭘 그리 줄게 또 있다고 이렇게 얼음 눈비까지 야멸차게 뿌려대는지… 


겨우내 심술부리듯 영하의 날씨로 꽁꽁 대지를 얼리며 뽐냈으면 충분하련만, 봄이 그렇게도 싫은가. 밀어낼까봐 미워 미워서, 어찌 그리도 뒤따르려고 용트림하며 준비하는걸 시기하는가. 몇 개월을 독재자의 혹독한 횡포 부리듯 군림했다면 이젠 얌전히 우주의 법칙대로 물러가야 할 터인데…


 눈덩이까지 예년의 4월은 이런 일 없었다. 날마다 진눈깨비에 찌푸린 하늘빛이 성난 자연의 표상처럼 이 겨울이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반세기를 이 땅에 발붙이며 살아왔지만 이런 겨울은 처음 본다. 멈춤도 없이 동장군의 질주다.


오죽하면 정월, 이월에 땅속 두더지 ‘돌리’가 잠깐 밖에 나와 엉덩이 돌아보는 것으로 점쟁이 두 손 모으듯, 봄빛 소망을 꾸려 엮어보는 처량한 캐네디언들일까! 


억지로 시영골프장들도 열어뒀고, 몇 군데 다른 곳도 골프 계절을 서둘러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데, 수은주 영하의 날씨를 오락가락 하니 언제 휘둘러볼 골프클럽일까, 안달하며 어깨에 힘을 줘본다.


봄을 맞으려고 정원수들 가지치기를 서둘렀다. 이미 가지마다 분명 봄이라고 알아차려 빨아들인 물줄기가 줄줄이 흐른다. 그것마저 ‘어이쿠’ 얼어붙어, 왜 아직도 겨울이냐며 호들갑이다. 


미안스러워도 어찌하랴. 이웃집 사이를 가려 있는 나무들도 베어내고, 파내어 비어있는 울타리 사이로 옮기려는데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악으로 삽질을 해보는데, 아직 땅들이 얼어있어 몇 삽을 뜨기에 힘들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부드럽다. 


악독했던 이 겨울을 견디느라 잔뜩 움츠렸던 나무뿌리들이 지난해에 뻗어났던 여린 뿌리들을 감춰두고 있음이 마치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을 에워싼 듯 애처롭다. 조심스럽게 삽으로 뿌리 결을 들어내려니 2, 3년 전에 심은 나무가 왕성하게 깊이 뿌리를 내렸다. 


 봄은 언제나 올까? 시샘으로 가득한 이 겨울의 풍상이 참으로 험악하다. 4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도 일기예보는 영하의 날씨가 계속된다니, 밖을 보니 얼음비가 오늘도 극성을 부린다. 뭣 때문에 내가 물러가야 하느냐고. 


온갖 심술을 다하기까지 이 겨울의 잔인함이 지구촌 어떤 곳의 인권유린에 버금 간다면 심한 비약일까? 오죽하면 글로써 투정을 쏟아낼까?


아무렴 어찌 하려고 한 두 주일 참노라면 고집스럽게 머물고 싶어도, 너는 필연코 꼬리를 감출 터인데, 내가 너무 서둘러 극성인가! 


 어디 보자. 탐스런 튤립의 왕성한 이파리가 고갤 쳐들고 있는데, 마늘뿌리도 힘차게 싹을 키워 하늘을 쳐다보는데, 잔디 역시도 정원에 숨겨진 파란 뿌리들이 땅속을 뚫고 여봐라 나를 보라는데, 누가 말릴까.


캐나다의 겨울이라고 별 수 있나. 물러서며 떠날 때, 봄기운이 맥을 으스러지게 비틀어 버릴 터인데, 그래서 캐나다의 겨울은 봄이 오는걸 이렇게 시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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