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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햇살은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는데...
leedohoon

 

 농장 입구에 들어서면 언제나 릴로(Lilo)는 내 트럭임을 먼저 알아채고 열심히 뛰기 시작한다. 대문을 지나 중간도 채 못갔는데 어느새 달려온 릴로가 길을 막아서니 나는 결국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차를 세워 문을 열어준다. 


 그리움과 반가움에 더 이상의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쁜 표정으로 와락 달려들며 온갖 아양을 떨고 이내 쥴리(Julie)와 새이디(Sadie)도 가세를 하여 함께 보고싶은 주인을 반겨주니 도심에서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녹아 내린다.


 이제 두살이 조금 더 된 릴로는 아홉 형제 중 하나로 태어났다. 유달리 몸집이 작고 움직임이 적었던 그는 살코기가 조금 달린 뼈를 매번 빼앗기고 다른 형제들이 먹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했다. 


 형제들이 새 주인을 만나는 동안에도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정원 한켠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들이 모두 떠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부지 릴로는 햇볕이 비추는 곳에 턱을 괴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눈치를 살피다가 잠시 잠깐 나와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긴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던 장난끼 많은 강아지였다.


 밭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애써 심어놓은 모종을 망가뜨리고 씨를 뿌리고 나면 그 위를 이리저리 휘져어 놓고 넙죽 엎드려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새로운 병아리가 들어오면 그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입맛을 다시며 호시탐탐 맛있는 간식(?)을 노리기도 하였다.


 가끔 낮은 포복으로 닭장을 기어 들어가 한마리 서리를 한 후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모습은 쥴리가 어렸을 때 하던 행동 그대로였다.


 어린 릴로는 엄마인 쥴리와 사촌 새이디에게서 아홉 형제가 받아야 할 사랑을 모두 받으며 잘 지냈다. 이렇게 자유롭게 자란 릴로가 집을 떠난 지 두달 여만에 기적적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돌아올 당시에 핼쑥하던 모습도 없어지고 이제는 집을 떠났었다는 것도 잊었는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옛집에 다시 적응을 하며 한동안 잃어버린 가족들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동물의 세계에도 서로를 사랑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기억하며 서로가 의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쥴리네 가족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고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 땅에 빛과 소금 되어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픈데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언제나 커다란 짐되어
나를 짓눌러 맘을 곤고케 하니 예수여 나를 도와 주소서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남을 위하여 당신들의 온몸을 온전히 버리셨던 것처럼
주의 사랑은 베푸는 사랑 값없이 그져 주는 사랑
그러나 나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 더욱 좋아하니
나의 입술은 주님 닮은 듯하나 내맘은 아직도 추하여
받을 사랑만 계수하고 있으니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
예수여 나를 도와 주소서

 

 따스했던 지난 주말 오후에 농장을 찾아주신 인간성 좋으신 분께서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며 꼭 들어보라 하신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욕심없는 삶이 되고 싶다. 
 힘든 세상에 지쳐버린 빈 몸둥이가 되지 않는 그런 삶이 되고싶다.


 돌아온 릴로에게 보다 많은 사랑을 주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쥴리와 세이디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따스한 봄 햇살은 겨우내 쌓인 눈을 녹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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