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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장독대
leedohoon

 

 오래 전에 어머니는 따스한 햇살이 종일 비추는 뒷마당 한 곳을 아버지와 함께 풀을 뽑고 돌을 고르시어 자그마한 장독대를 만드셨다. 


 크고 작은 독들을 가지런히 놓아 장독대의 모양을 만들고 지난 해에 만들어진 된장이 가득 담긴 독을 옮기느라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조심 조심 한 걸음씩을 떼어 간신히 새 장독대로 옮겨진 독들은 구수한 장 맛을 내기 위하여 뚜껑을 열고 초겨울의따스한 햋살을 한껏 받으며 맛있게 익어간다.   


 먼지가 가득 쌓여 있던 빈 독은 구석구석을 깨끗이 하고 나면 마른 풀을 대충 뭉쳐 불을 붙여 독 안을 그을려 액운과 잡균을 없애는 전통 행사를 거쳐야만 한다.

 


 큰 독을 뒤쪽으로 하고 장독에 그려진 아름다운 무늬와 색상을 맞추기 위해서 이리 저리 놓기를 반복 하니 그제서야 자기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오랜동안 그곳에서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멋을 뽐내게 된다.


 "나에게는 무엇이 담겨질까?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장아찌를 담아 주세요..!"

 

 매년 새해를 맞기 전에 옛 어른들이 하시던 일들이 토론토 인근에 자리한 이곳 농가에서도 어김 없이 행하여지고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정성스레 띄운 메주가 여러가지의 장으로 만들어진다.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등등. 


 또한 여름동안 밭에서 가꾸고 키운 여러가지 야채를 이 독 저 독에 넣어 만든 장아찌가 자리를 함께 한다. 


 달그락이는 도시락이 들어 있는 가방을 마루 한켠에 던져 놓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찾은 식은 밥에 시원한 물을 가득 부어 조금씩 얹어 먹던 무 장아찌가 생각 난다. 해가 반짝 나게 되면 "장독 뚜껑좀 열어 놔라!" 비가 오면은 "빨리 나가서 장독 뚜껑 덮어라!" 하시던 어머니. "내가 카나다에 못 갈 것 같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하시며 몇 해 전에 먼저 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시며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이름 모를 마른 풀들과 잔뜩 덮어 쓴 눈이 얼어 붙어 있는 ‘어머니의 장독대’는 따스한 그 분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며 밝은 새해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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