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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이다
leed2017

 


 올해로 여든두 살 되는 캐나다 빅토리아에 살고 있는 앨리스 먼로(Alice Munro)라는 서점 주인이 2013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캐나다 사람들이 냉랭해서 그럴까, 아니면 우리가 폭발의 진원지에서 너무 멀어서 그 감정의 여파를 느끼지 못해서 그럴까. 캐나다 사람들은 별 반응 없이 무덤덤한 표정이다. 내 생각으로는 노벨 문학상이나 평화상, 그리고 1969년에 첨가한 경제학상은 물리학이나 화학, 생리/의학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좀 권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 어느 시인처럼 자신이 노벨상을 받겠다고 발버둥 친다고 주어지는 상은 절대 아니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 수상자의 현재나 부모부터 시작하여 친가는 물론 외가까지 5대, 6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문학적 재능의 DNA를 찾아내느라 난리를 칠 것인데-.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노벨상을 받게 됐다니 모든 것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한국 사람 중에는 틀림없이 모종의 어두운 뒷거래, 이를테면 캐나다에서 노벨상 위원들에게 막대한 돈을 뿌리지나 않았을까, 저질스러운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 노벨 문학상의 영광은 내가 캐나다 땅에 발을 디딘 지 48년 만에 들어보는 가장 부담 없고 순수한 기쁜 소식. 더군다나 먼로 여사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윙햄(Wingham)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클린턴(Clinton)이라는 비슷한 크기의 마을로 옮겨가서 거기서 자랐고, 대학도 내가 교단에 23년간 섰던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했다 하니 내 마음은 그에 더 가깝고 편안하다. 앞으로는 누가 나보고 "어느 대학에서 가르쳤느냐?"고 물으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가 졸업한 대학이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내가 몸담았던 대학교의 위상이 조금이라도 올라갈 확률이 높아감은 물론 덩달아 내 위상도 조금.


 먼로 여사는 18살 대학생 때부터 단편 소설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모두 14권의 단편 소설집을 펴냈다. 그러나 <뉴요커(The New Yorker)>의 전설적인 이름의 편집인 샨(William Shawn)은 옛날에는 먼로 여사의 작품은 너무 "언어가 조잡하고 거친 데"가 많은 이유로 싣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캐나다 태생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두 사람인데, 먼저 퀘벡주에서 태어난 솔 벨로우(Saul Bellow)는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 나라에서 평생을 살았으니 법적으로는 캐나다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먼로 여사는 어느모로 보나 캐나다 토종. 어려서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 드나들며 스케이팅, 테니스, 수영했고, 캐나다 연합교회를 다녔으며 '캐네디언 타이어'에 가서 자전거도 샀으니 순도(純度) 100의 캐나다 산(産)이라 할 수 있겠다.


 캐나다의 작가 보이든(J. Boyden)은 자기 학생들이 단편 소설을 구상할 때 지켜야 할 점으로 설명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것, 또 서설은 주인공 한 사람의 견해를 전개하는 것이니 보통 6,000자 이내에서 끝낼 것을 충고한다는 것. 그러나 "먼로 여사는 내가 따르라는 모든 충고는 일체 무시해 버리는데도 내가 읽는 단편 중에는 가장 뛰어난 작품을 내놓은 작가"라고 부러워 한다.


 우리는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의 작품이나 상을 받은 사람의 작품에만 너무 집착하는 독서 경향이 있다. 별로 권장할 독서법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문학상이 소수의 집단이 자기네들끼리 "이번에는 내가, 다음에는 네 차례" 식으로 서로 나누어 가진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상을 받기 위한 치열한 자기선전 내지 로비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이란 것도 그다지 부러워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이런 풍토에서는 노벨상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노벨 문학상은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이제 먼로 여사에게 남은 것은 그 황홀한 찬사에 손 흔들어 답례하는 일뿐이다. 그가 태어난 윙햄에서는 먼로 여사가 "우리 동네에서 태어났다."고 야단일 테고, 그가 소녀 시절을 보낸 클린턴에서는 먼로 여사가 이 동네에서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수영하고 뛰놀던 곳이라고 방송해 댈 것이고, 웨스턴 온타리오(Western Ontario) 대학교 노벨 문학상 수상자 먼로 여사가 '우리 대학교 언어학과 출신'임을 자랑할 게다. 


 뿐이랴, 캐나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그의 단편 소설 읽기에 분주할 것이고, 출판사는 그의 책 찍어 내기에 바쁘고, 세계 여러 대학교에서는 다투어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려 들 것이다. 그의 이름을 빌린 도로와 건물, 문학관과 동상도 세워질 것이나, 이들은 내가 죽고 10여 년 후에 생길 일들이다. 


 작가 램버트(S. Lambert)의 말처럼 이번 노벨 문학상은 먼로 여사의 정서적 용기, 삶에 대한 진지성, 대인관계에 있어서 진실과 겸손, 내부에서 치솟는 불가사의한 문학적 욕구랄까 힘의 덕분이다. 브라보, 먼로 여사! (201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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