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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leed2017

 

 자기의 이익을 얻기 위해 남에게 재물이나 금은보화 같은 뇌물을 몰래 주는 행위는 인간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차이가 커지면서 더 노골적으로 퍼지게 된 것이지 싶다. <삼국지> 같은 소설을 보면 조조나 유비 같은 영웅들이 특정 인물을 매수하기 위해 막대한 금은보화를 뇌물로 주는 이야기가 수없이 많이 나온다.


 뇌물은 주로 금은보화, 벼슬자리, 아니면 얼굴이 잘생긴 여자나 남자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뇌물에 매수되는 용이도(容易度)도 다르다. 당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으나 나같은 위인에게는 금은보화나 지위보다는 미인계가 더 효험이 크지 싶다.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반적으로 선물은 덩치가 비교적 작은 반면 뇌물은 그 덩치가 크다. 예로 5불짜리 식권을 뇌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동차 한대를 뇌물로 생각하기가 훨씬 쉽다. 뇌물은 그것을 주는 사람의 의향에 달려 있다. 그러니 같은 물건이라도 주는 이의 이권을 얻어낼 의도라면 굴비 한마리도 뇌물이 될 수가 있다. 따지고 보면 선물도 궁극에 가서는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일종의 뇌물이 아닌가.


 선물은 정(情)에서 오고 뇌물은 이해득실 계산에서 온다. 선물은 어느정도 공개적이나 뇌물은 은밀하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우리네 같은 소시민들이 주고받는 행사요, 뇌물은 큰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묵직한 자리에 눌러앉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행사일 경우가 많다. 선물을 많이 받는 사람은 남의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 덕을 많이 베푼 사람일 확률이 크나, 뇌물을 많이 받는 사람은 더러운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귓속말에 오르내릴 확률이 크다.


 나도 한국에 잠시 나가 있을 때 뇌물을 받아 본 적이 있다. 선물이라며 내놓은 케이크(cake) 바닥에 현금이 두둑하게 깔렸으니 뇌물이 아니겠는가. 점수를 후하게 주어 자기의 진급에 말썽이 없도록 해 달라는 요지의 시그널(signal). 아내는 그 돈을 신문지에 싸고 또 싸서 목침 두께보다 더 크게 된 덩치를 조교를 시켜 바로 이튿날 본인에게 돌려보냈다. 케이크는 이웃이기 때문에 주는 선물이라는 말에 입이 귀에서 귀까지 찢어진 옆집 아주머니에게 두 집의 우호증진을 약속하는 선물로 보냈다. 나의 케이크 선물도 알고 보면 서로 잘 지내자는 내가 바치는 '뇌물'이다.


 우리 부부는 사회생활을 오래 해보지 못하고 20대 청춘에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뇌물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누구에게 줘 본 적도 없다. '뇌물이 보통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 살았더라면 케이크와 현금은 별 소동 없이 조용히 처리되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뇌물을 거절한 것은 우리의 심보가 깨끗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많은 뇌물을 긁어모으다가 영창 신세를 진 사람들도 애당초 그들이 뇌물 받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한 번 받고 두 번 받다 보니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을 때 많은 대한제국의 엘리트들이 일본의 뇌물 공세에 절개를 굽혀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를 저질렀다. 내게는 1910년 한일합방 전후에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금품과 작위(爵位)에 홀려서 나라를 팔아먹는 데 협력한 76명의 매국노 이름을 적어놓은 책이 있다. 그 책에는 조선 마지막 임금 순종의 장인 윤택영도 끼어 있다. 이걸 보며 '임금의 장인도 뇌물을 받고 이런 짓을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한들. '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목이 달아나도 뇌물은 절대 안 받겠다."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말은 아니다. 버나드 쇼(B. Shaw)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그가 한번은 파티 석상에서 어느 귀부인에게 다가가서 귀에다 대고 "돈 100불을 줄 테니 오늘밤에 나하고 호텔에 갈래요?" 하고 속삭였더니, "내가 창녀인 줄 알아?" 하는 소리와 따귀가 한 대 올라오더라는 것. 그는 다른 부인에게 가서 이번에는 액수를 올려(1억, 10억,. ) 똑같은 말을 했더니, '창녀'라는 말도, 따귀도 올라오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람은 정적(正的) 강화의 크기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케이크 일이 있고 나서 나도 버나드 쇼를 닮아 재미로 해 본 '실험'을 소개한다. "만약 너라면 케이크와 함께 온 돈 천(오천, 1, 2, 3억) 불을 되돌려 주겠는냐?"는 질문이었다. 천 불, 이천 불 같이 액수가 적을 때는 되돌려 주겠다는 대답이 질문과 거의 동시에 나왔지만 액수가 1억, 2억, 5억 불로 올라가면 돌려주겠다는 대답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대답이 나오는 시간도 길어졌다.


 "사람은 환경의 산물이다."는 말이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도 환경을 만든다. 뇌물을 예사로 주고 받는 사회도 있고, 뇌물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도 있다. 나같이 뇌물을 줄 일도 받을 일도 없는 사람은 뇌물을 허용 않는 사회, 캐나다 같은 사회에서 살아야 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것 같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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