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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 김수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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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닮은 모니카 언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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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닮은 모니카 언니(하) 

 

 

 

(지난 호에 이어)
그 후 베네딕도 수도원이 있는 왠관본당 소신학생 기숙사에서 학생 방학이 되면
교리선생 연수를 기숙사에서 시작하여 일년에 두 차례
구체적으로 천주교 교리 선생 또는 전교회장으로
일할 일꾼을 만들어 가는 체계적인 연수(교리 학교) 시간도 늘이면서
머리로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신앙심이 깊은 자에게 자격증을 주기도 했다

 

건강상 수녀 될 꿈도 접고 고향을 떠나 
정든 집과 교우들과 이별을 하고 이 성당 저 성당으로
타향살이 동정녀 교리 선생 회장이 되신 우리 언니는
초대 공소 회장이셨던 우리 아버지(요한)가 힘써 가난한 교우 몇 집과 장만한 
조그마한 공소 건물 꽃밭과 주위에도 코스모스 씨를
여기저기 많이 뿌려 놓았기에 언니가 떠난 후에도 교우들은 가을에
코스모스 필 때면 모니카 회장님이 이 꽃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아련한 추억에 언니가 이룬 코스모스 꽃밭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지

 

작은 바람에도 가냘프게 하늘하늘 순결한 모습인 코스모스 같은 언니가
결국 지병인 심장박동 멈춤으로 52세의 나이에 하느님 곁으로 가신 
사랑하는 모니까 언니가 보고 싶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에
그 옛 시절을 돌아보니 언니의 조용한 미소가 
8개의 꽃잎 코스모스 꽃송이가 내 가슴에 조용히 안긴다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여 싸늘한 기온에도
맑은 공기에 기품이 풍기며 피어나는
한없이 착해 보이는 수려한 모습이며
꽃말 그대로 소녀의 순애 순정이 넘쳐 흐르는
모니카 언니도 돌아가실 때까지 소녀였기에 꼭 언니를 닮은 것 같다
꽃 무리 속에 잠시만 서 있어도 찌꺼기 마음을 맑음으로
순환시켜 줄 것 같은 소녀의 순결 같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저 빨강 핑크 하얗게 피는 수려한 모습에
이래서 코스모스를 울 언니가 제일 좋아했던가! 

 

가을을 사랑했던 모니카 언니
아름다운 단풍이 이리저리 날리면
예뿐 것 골라 책갈피에 끼우며 편지에 사용하던
문학소녀였던 울 모니카 언니와
우리집 뒷동산에 참나무 소나무 총 67그루가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언니와 함께 땔감으로 떨어진 솔잎을 긁어 모으면서
참나무 잎이 이리저리 휘날릴 때
성경 구절만 잘 외는 줄 알았더니
누구의 시 인지 아니면 언니의 즉흥 시 인지 지금은 생각이 안 나는데
일하던 갈퀴를 내려놓고 먼 산을 바라보며
멋지게 시를 읊으시던 모습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마도 몸이 약해서 원하던 길 수녀원에 못 들어가게 되어
착한 가을 날처럼 마음이 쓸쓸했는지도.

 

일찍 하느님 품안에 안기려고 미리 미리 
영혼준비를 하셨던 하느님께 드리는 시였는지
시어들이 너무나 거룩하게 들려왔을 뿐 기억이 안 난다
시리도록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온통 언니의 얼굴만 내 가슴에 가득 찼고
난 그냥 그 시가 너무 좋았고 
언니의 얼굴이 너무 쓸쓸하면서도 빛이 나서
손만 꼭 잡고 언니~ 하고 불렀다
언니 가슴에 내 얼굴을 묻고 그 시 한번 더 읆어 달라했는데
이 가을에 언니가 무척이나 더 그립고 보고 싶다

 

가을 정원을 정리하면서
시들어 가는 코스모스 줄기를 다 잘랐다
씨가 후루루 떨어진다
이제 너도 돌아 가거라
씨앗을 남겼으니 내년에 또 풍성히 피워주겠지
흙으로 돌아가 후손에게 물려주렴
언젠가 어디서 코스모스만 핀 밭을 구경했는데 생각이 난다
작고 큰 바람에도 유유히 한켠으로 한결같이
함께 하늘하늘 춤추듯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힘이 없으면서도 함께 움직이던 수려한 모습
파도처럼, 물결처럼 유연한 그 모습에 넋을 잃었었지
가을을 대표하는 코스모스가 더욱 모니카 언니가 좋아하는
꽃이라 내 마음은 젊음의 뒤안길을 헤메며
언니와의 아련한 추억에 한없이 잠기곤 한다.

 

(늦가을 정원을 정리하다가.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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