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2017
송향 김수잔의 시

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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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반지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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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이 끝나고 서둘러 집에 오면 온종일 혼자서 집을 지키시던 엄마가 반갑게 우릴 맞으시고 종일 맛있게 저녁준비를 해놓으신 사랑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시간이야말로 바쁘고 힘든 이민 생활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 할 수 있음이 참 감사하고 행복했고, 아이들은 학교의 생활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함께 하는 식사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친척이 없는 외로운 캐나다 생활이지만 할머니 사랑 속에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없는 시간과 우리 손길이 제대로 못 가도 기죽지 않고 밝게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늘 감사한 마음이, 친정엄마가 잘 돌보아 주신 덕분임을 말할 나위가 없다.


후식은 내가 준비한 것으로 푸딩이나 젤로 혹은 과일을 간단히 먹고 딸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엄마는 곁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하루 종일 혼자 적적한 시간을 보내시면서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말씀이 적으신 편인데도 곁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건네시는 모습에서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피곤하고 늘 잠이 모자라는 나는 빨리 끝내고 자고 싶은 생각에 어떤 날은 엄마한테 다정한 말도 제대로 못 해 드리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잠에 곯아떨어질 때도 있었다.


보편적 늦게 자는 내가 일찍 잠이 든 날은 자다가 화장실에 갈 때가 가끔 있었는데 그때마다 옆방 엄마 방에는 불이 켜져 있어 살며시 들여다보면 돋보기안경을 코밑까지 내려쓰시고 늘 책을 읽으셨다. 노인용 큰 글자 신약 성경이 처음 나오자 엄마가 좋아하시겠다고 사위가 사드린 성경을 그렇게 좋아하시며 매일 열심히 읽고 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셨다.


 어릴 적을 회상하면 우리 엄마는 일하시면서도 늘 기도와 지아비를 지극히 섬기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삶으로, 신앙심이 누구 못지 않게 깊으신 분이셨다.  평소에 늘 하신 “칠 남매에게 재산 유산은 별로 물려줄 것 없지만 신앙의 유산을 꼭 물려주고 싶다”는 말씀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하는 삶, 불평 없이 소박하면서 성실하고 마음이 깊으신 엄마의 신앙생활이셨다.


여섯째 딸이 캐나다에 어떻게 사는지 다니러 오셨다가 아이들과 직장생활에 힘든 우리 생활을 보시고는 아이들 돌보아 주시느라 다시 한국으로 못 가시고 우리와 함께 사시게 되어 일찍 부모님을 잃은 사위가 무척 좋아했고 친어머니처럼 잘해 드려서 성당에 가면 친정엄마가 아니고 시어머닌 줄 알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새벽녘에 어디서 딱딱거리는 소리에 곤한 잠에서 깨이곤 했다. 한밤중에 깨어 있을 사람은, 엄마가 이 시간에 조용히 성경을 읽으실 텐데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얼마 전에는 새 한 마리가 새끼를 잃었는지 창문을 꼭꼭 찍는 소리를 낸 적도 있어 혹이나 그 새가 다시 왔는가 했지만 그날은 창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밤중에 또다시 무슨 소리가 바로 옆방 엄마 방에서 들려와서 살며시 들여다보니 백발이 성성하신 엄마가 희미한 밤 전등만 켜시고 책장 사이사이며 거울 앞 그리고는 창가를 더듬으신다. 꿈을 꾸시나 하고 조심스러워 그날은 기척을 못 하고 그냥 지나갔다.


매일 저녁 그런 소리에 하루는 용기를 내어 여쭈어보았다. 엄마는 어물어물 말씀을 안 하시며 그냥 잠이 안 와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엄마를 꼭 안고 왜 그러시냐고 조심히 여쭈어보니 겨우 입을 여시는 말씀이, 사위가 사준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려서 매일 찾고 있다고 하셨다.


그 맑으시던 정신이 조금씩 없어지니 어디에 두셨는지 알지 못하고, 주무시다 생각나는 곳을 다 뒤져 보시는 것이었다. 아들처럼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위라고, 말씀이 적으신 엄마도 가끔은 친구들에게 사위 자랑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사위는 역시 백년손님이라 아들한테처럼 쉽게 반지를 잃어버렸다, 말씀 못하신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남편에게 그간 얘기를 했더니 어머니! 걱정 마세요, 그보다 더 좋은 것 새로 사 드릴게요, 우리 요즘 돈도 잘 벌고 또 젊고 앞으로 더 많이 벌어서 추운 캐나다에 오셨는데 밍크 코드도 사드리려고 합니다.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그 당시는 밍크 코드 입은 사람이 드물었다. 


천금을 주고도 못살 믿음직한 고마운 말에 어머니는 너희가 애먹고 번 돈으로 사준 귀한 것을 잃었고 밍크 코드라니! 나는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하시면서 “이 늙은이가 웬수로다” 하시며 눈물을 계속 흘리셨다.


집안 온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반지를 찾지 못했고, 그 무렵 정원에는 온갖 꽃들이 한창 아름답게 피던 초여름 어느 날에 시간을 내어 정원의 잡초도 뽑고 정리를 좀 하려고 했다. 꽃나무 사이사이가 듬성듬성 이상하게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그간 엄마가 정원을 돌보시다가 혹 반지가 꽃밭에 빠졌나 해서 무성한 꽃 숲에 손을 얼마나 많이 넣어 보셨는지 꽃나무 사이사이 골이 져 있었다. 말씀도 못 하시고 혼자서 얼마나 애써 찾고 계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콱 메었다.


사위와 딸인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씀 드려도, 아깝고 미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으신 옛날 노인 엄마는 늘 머리에는 어디에 두었을까 하고 생각하셨던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나날이었다. 


어느 날 내가 여자들끼리의 모임에 갔었다. 남편이 나를 급히 찾는 전화가 왔다고 식당 주인이 건네주는 남편의 전화 목소리가 숨이 넘어 갈듯한 기쁜 목소리로 “여보 여보, 다이아몬드 반지 찾았어!” 한다.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물어본즉, 지금 어머니의 전화 받고 즉시 당신에게 이 소식 전한다며 남편의 목소리가 아주 들떠 있었다. 


그날도 엄마는 늘 식구들 맛있게 먹이려고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면서 조금 남은 김치 항아리를 비우니 땡그랑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을까 생각만 해도 엄마의 환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 오면서 기쁨의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김치를 버무리실 때 반지에 양념이 묻을까 조심해서 도마 위에 빼놓으시곤 그 위에 썰어 놓은 파 마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넣으셨던 모양이다. 김치를 다 먹고 항아리를 씻으려다 찾은 것이다. 얼마나 반갑고 눈물이 나셨을까. 사위가 비싼 것을 사준 거라 얼마나 미안했으면 한 달을 넘게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마음 졸이신 시간을 생각하니 지금도 찡하게 가슴을 울린다. 1987년 엄마가 다이아몬드반지를 잃었다가 찾았을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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