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289-597-8810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5 전체: 114,242 )
계산 착오로 인한 전화위복(轉禍爲福)
kimhail

 

 최근 들어 중동계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히잡이나 차도르를 두른 여성들이 혼자서 또는 단체로 많이 찾는다. 아마도 한류, K-POP이나 드라마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 중 꽤 오랜 단골손님이 한 분 있는데 올 때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오고, 그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와주어 적지 않은 중동계 여성 손님들이 우리집을 자주 찾게된 고마운 손님이다. 


 그 손님이 우리집의 단골이 되고 친구들과 자주 찾게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테이블을 착각해서 그 손님의 계산을 잘못한 일이 생겼다. 그 손님인지 아니면 일행 중 다른 사람이었는지 정확치 않으나 손님이 가고 난 뒤에 보니 약 3불 정도를 더 받은 셈이 되고 말았다. 


 직원에게 상황을 보고 받았으나 달리 조치할 방법이 없었다. 손님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수증에는 그저 그 손님의 크레딧카드 번호 마지막 네 자리 숫자만 찍혀 있을 뿐이어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크레딧카드 회사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고객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었다.


 일단 영수증을 따로 챙겨놓고 직원들에게 혹시 그 손님이 다시 오면 내게 알리라고 지시해 놓았지만 그 손님은 좀체 다시 오지 않았고, 아마도 집에 가서 영수증을 확인하고는 우리가 고의로 더 받은 것으로 오해해서 발길을 끊은 것이려니 하고 애만 태우고 있었다.


 두어 달 후 그 손님이 다시 왔고 과거 영수증을 보여 드리며 실수를 사과하고 돈을 돌려드린 것은 물론 몇 가지 음식을 서비스로 만들어 대접했다. 손님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주니 정말 고맙고 감동했다고 즐거워했고 같이 온 친구들도 모두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사실 3불 정도야 내게도, 손님에게도 욕심을 내거나 크게 분통을 터뜨릴 만큼 그리 큰돈은 아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도덕성의 문제요, 종업원에 대한 교육의 필요도 있기에 그냥 넘길 수만은 없었다.


 ‘우리 사장이 손님 돈 3불 더 받은 것 때문에 저렇게 노심초사하고 안절부절 하는 걸 보니 앞으로는 계산할 때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 또는 ‘나 또는 우리 때문에 사장이 손님에게 사과하고 음식을 추가로 내주는 손해를 보게 되었으니 참 면목 없네’ 하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효과도 있다. 


 또한 직원들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과 함께 실수에 대한 대처 방법도 배우게 되므로 실수를 나무라고 불호령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교육이 된다.


 이후 그 손님은 물론 그날 같이 왔던 친구들도 우리집의 단골이 되었고, 이후 눈에 띄게 중동계 손님이 많이 늘었다. 확인 해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그들만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그 뜻밖의 경험을 공유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그 일은 뜻밖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었다.


 물론 누가 단지 ‘양심적인 식당’이라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쓴다 해서 무작정 그 집으로 몰려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글을 쓸 때 그 사람은 우리에게 매우 우호적이 되어 있으므로 우리 음식에 대한 소개를 빼놓았을 리 없고, 그렇게 쓰는 글에는 의례히 좀 과장되게 맛에 대한 평가도 같이 쓰게 되는 법이다. 


 필자는 직원들의 실수에 매우 관대한 편이다.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웬만한 실수에 대해 크게 꾸짖지 않는다. 경위를 보고 받고 사후 조치에 힘을 쓸 뿐 실수 그 차체를 가지고 나무라지는 않는다. 인간이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고 나 또한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를 나무라고 잔소리를 자주하다 보면 직원들은 야단맞는 게 두려워 실수를 감추기에만 급급할 뿐 자신들의 실수를 쉽게 보고하지 않는다. 아무리 빈틈없이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히 체크한다 해도 사실 일하는 사람들이 감추고 숨기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업시간 내내 매장에 붙어 서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않는 한 직원들이 감추고자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오히려 실수들을 인정해 주고 어떤 상황이든 감추지 않고 바로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편이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길이며, 직원과 경영자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어 가게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상시적으로 파악이 가능해진다. 감추고 있다가 적당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때를 놓쳐 실기(失期)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수를 용서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열심히, 부지런히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수를 용서하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