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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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메뉴에 대한 소고(小考)
kimhail

중국어 메뉴에 대한 소고(小考)

 

손님 중 중국인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비단 우리 집만 아니라 요즘은 어느 식당을 가도 중국인 손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인구가 증가하고,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 않는 그들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겠다. 또한 중국인들은 대체로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주문해 테이블을 가득 채워 놓고 식사를 하는 문화가 있어서인지 식당 입장에서도 꽤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다.  객단가가 한국 손님에 비해 1.5배정도, 때로는 2배가 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식당에서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여 서빙을 하게하고, 메뉴나 벽에 붙인 포스터에도 한자를 같이 넣는다. 주방 직원들도 상당수를 중국 교포들로 채워 간다. 중국인들이 와서 식사를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중국어로 된 메뉴에, 주문도 중국어로 할 수 있으니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최근에 메뉴북을 새로 디자인 했다. 직원 중 일부가 메뉴에 한자를 넣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서 잠시 망설였었다. 결론은 넣지 않는 것으로 하고 영문만으로 디자인했다.

 

필자가 고민하며 내렸던 결론은 이러하다.

 

첫째, 현상 분석이다.

 

한인 타운에서 제법 성업 중인 여러 한식당 들이 중국 타운에 지점을 열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한인 타운 내에서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식당들이 이상하게도 중국 타운에 가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문을 닫고 철수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인들의 배타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본거지에 한국인들이 들어 와서 돈을 벌어가는 것이 못마땅해서 이용을 안 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두 번째 들었던 생각은 지나친 배려 아닌가 하는 생각 이었다.

 

손님은 왕이라 했다지만, 중국인 손님만 있는 것도 아닌데, 특별히 중국어만 배려 해 준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이질감이나 박탈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에서다.

 

세 번째로 -사실 이 부분이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역효과를 우려 했기 때문이다.

 

잠시 상상을 좀 해 보자.

 

내가 오늘 좀 특별한 날이라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보니 고맙게도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었다. 필자처럼 주로 한식, 일식당을 찾던 사람은 서양식 레스토랑에는 특별한 날이나 한번씩 다니다 보니 어쩌다 한번 가면 살짝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일단 무얼 먹을까 하는 것부터 고민스럽다. 이름만 보아서는 대부분이 모르는 음식이고, 작은 글씨로 쓰여 져 있는 음식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다. 재료가 무엇이며 어떻게 요리된 것인지 살펴보고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 같이 간 일행들과 소근소근 의견을 나눠 보기도 한다. 때로는 사진을 보고 선택하기도 한다.

 

주문할 음식을 결정하고 나면 금발의 웨이츄레스 또는 말쑥하게 차려 입은 웨이터가 정중하게 주문을 받는다. 또 한번 살짝 긴장을 한다.

 

 

그런데 이 집은 고맙게도 그런 수고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고, 그 음식에 대하여 친절하게 한글로 잘 설명되어 있다. 쉽게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을 하려고 직원을 부르니 어라,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한국말로 주문을 받아 준다. 아마도 요리도 주방에서 한국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주인도 한국사람 이겠지 싶다. 주변을 둘러보니 손님들도 대부분 한국인 들이다. 긴장이 풀리고 편안 해 진다. 그렇게 모처럼 이탈리안 음식을 편안히 먹고 나왔다.

 

과연 좋은 기억으로 남을까?  짝퉁 이탈리언 음식을 먹은 것 같은 기분 아닐까?  

 

위에 첫번째로 예를 들었던 중국 타운의 한식집도 같은 이유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식은 한인 타운에 가서 먹어야 제대로 한국 음식을 먹은 기분이 나지 않을까?

 

위에 열거한 이유들로 메뉴에 한자를 넣지 않았다. 또한 필자의 식당이 모두 중국인 손님들로 채워지는 것을 경계해, 서양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의 개발에도 신경을 쓴다.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한국 음식을 즐기는 식당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싶어서 이다.

 

이는 모두 아무런 근거도 없는 필자만의 생각이고 판단이다. 메뉴에 한자를 넣는 식당 사장님 들은 모두 나름대로 그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서 그리 했을 것이고, 실제로 그로 인해 중국인 손님들이 더 많이 늘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 또한 생각이 바뀌어 다음 번에 메뉴를 새로 만들 때에는 한자를 넣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까지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외국 음식은 그 나라 분위기가 나는 곳에서 먹어야 제 맛 일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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