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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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끈도, 신발끈도 고쳐 매지 마라
kimhail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 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도 비슷한 의미의 속담으로, 의심받을 짓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토론토의 젊은 한인들이 자주 찾는 사이트에 음식점에 대한 경험과 평가가 자주 올라온다. 주로 임금 문제와 반찬 재사용이 이슈가 된다. 그 중 임금 문제는 대부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업주가 직접 올린 구인 광고 또는 그 집에서 일했던 직원의 고발(?) 같은) 올라오지만 반찬 재사용 문제는 추측이 대부분이다.  특정 반찬에서 이빨 자국이 보인다든지, 다른 반찬의 일부가 섞여 있다든지 하는 것으로 유추해 이야기 되기도 한다. 또는 해당 식당에서 일했던 직원이 고발성으로 발설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어느 식당의 어묵 볶음에 난 이빨 자국이라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 식당을 성토하고, 단골이었는데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등 몇 일간 시끄러웠다.  뒤늦게 그 글을 읽은 사장님이 어묵을 담을 때 쓰던 집게 자국(보통 집게에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톱니 모양을 만들어 놓는다)이라고 해명 함으로서 오해였음이 밝혀 진적도 있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식당은 아예 반찬이 없으니 그런 면에서는 다소 자유롭다. 특별히 오해를 빚을 빌미가 없다. 메뉴에 김치가 있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제 값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또한 상을 치울 때 아예 다른 음식과 함께 섞어서 치우니 오해를 받을 일도 없다 싶었다.

다만, 직원들과 점심 식사 후 남은 김치가 아까워 주방 직원에게 “이것은 섞지 말고 따로 보관했다가 나 저녁 먹을 때 줘요” 했었다.  그러데 어느날 가만 생각 해 보니 그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손님이 보기에는 먹던 반찬이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할테고, 혹시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오해 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모자라면 더 꺼내 오더라도 조금씩만 내고 남은 것은 다 버리자 했다. 직원들은 이따가 우리가 먹으면 되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했지만, 사소한 것에서 오해가 비롯되고 그런 오해들은 대부분 과장되어 전해지는 법이다.

 

 

 

또 하나 있다. 손님이 추가로 냅킨을 더 원할 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 수만큼 가져다 드린다. 그런데 한 사람만 쓰고 나머지는 깨끗하게 남아 있는 경우 직원들이 아깝다고 다시 가져다 놓는다. 그냥 버리라 했다. 아니면 따로 모아 청소할 때 쓰자고 했다. 아깝긴 하지만 혹시 음식 국물 등이 튀어 묻어 있을 수 있고, 이 또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이다.

 

우리 세대는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다. 부모님께서 신문 사이에 끼어 들어오는 광고 전단을 하나하나 따로 개어 모아 두었다가 이면지로 쓰는 것을 보고 자랐고, 날짜 지난 달력 한장 허투로 버리는 법 없이 재 활용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돈을 따지기 전에 뭔가 다시 쓸 수 있는데 그냥 버려 지는 게 아까운 본능(?) 같은 것이 남아 있다. 그러나 사실 원가를 따지고 보면 전체 운영비 대비 그리 큰 금액도 아니고, 일단 손님께 한번 나건 것은 손님으로부터 받은 음식값에 이미 포함된 것이니 내것이 아닌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오래 전 어느 식당에서 감자탕을 먹은 적이 있다. 맛나게 먹던 중 감자를 하나 덜어내어 앞 접시에 놓고 보니 좀 이상했다. 마치 입으로 베어 문 것처럼 잘려져 있었고 뭔지 께름직 해 더 이상 맛있게 먹지 못했다. 그깟 감자 한 알이 얼마나 한다고 설마 손님이 먹다 남은 것을 다시 넣었을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영 찜찜했다. 아마도 감자를 손질하는데 숟가락을 사용 했거나 해서 생긴 자욱이 아닐까 싶긴 한데, 결국 세심함이 부족한 탓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필자는 주방 직원들에게 재료를 손질할 때 절대로 손으로 하지 말 것이며, 칼질을 끝까지 야무지게 하라고 이야기 한다. 조금 귀찮아서, 조금 편해 지려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한때 한식집을 하려는 구상을 했던 일이 있다. 그때 우리집의 경쟁력을 무엇으로 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한 여러 가지 중 하나가 절대로 음식을 재사용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손님에게 확실히 인식시켜 드리는 방편으로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첫번째는 “음식을 재사용하다가 손님에게 적발되면 만 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는 것과, 반찬은 전부 당일 아침에 새로 만들 것이며 남은 반찬을 다음 날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저녁 마감 시간 무렵에, 남은 반찬들을 유학생들에게 무료로 포장 해 주겠다고 고객과 약속 하는 일 이었다.  물론 다른 식당에 비해서 음식 원가가 조금 더 들어가고 매일 반찬을 새로 만들어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겠지만 그로 인해 손님들이 믿고 찾아 준다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이었다.

 

실제로 반찬을 재사용 하는 집이 얼마나 될까?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손님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금 낯 간지럽지만 적극적으로 알리자. 절대로 재사용 않는다고 크게 포스터라도 만들어 붙이자. 손님 입장에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첫째로 꼽는 것은 청결일 테다.

 

오해가 염려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쁜 시간에 직원들 일손을 도와 준답시고 손님이 떠나고 난 빈 테이블을 치우다 보면 팁이 남겨 져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경우 가능하면 팁에는 손을 대지 않고 빈 그릇만 치운다. 팁은 직원들이 직접 챙기게 하여 사장이 팁을 가로챌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함이다. 

 

비단 식당 경영에서뿐 아니라 세상살이 곳곳에 오해로 말미암아 손해를 보고, 가까운 사람이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나치게 소심해 보일지 몰라도 오해 받을 일은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갓끈도 신발끈도 오해 받을 상황에서는 함부로 고쳐 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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